또 신문 때문에 잠이 깨버렸다. 나도 어쩔수 없다. 단호하게 전화 한통만 하면 될텐데……. 더 이상 구독하지 않겠다고 전화 한통만 하면 될텐데…. 그게, 그게 내게는 힘들다. 옛날부터 소심했던 성격 덕에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소심. 이름도 소심. 나에게는 오로지 소심, 소심, 소심. 처음 이 아파트에 입주 할 때,
‘신문 구독 신청 하시는게 어떠세요? 사은품도 드립니다. 어때요? 저희 신문 참으로 내용 도 좋고 정말 볼게 많습니다. 그러니…….’ ‘아, 네에...’
나의 친구들은 이런 것들은 단호하게 무시하라고 하지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부탁을 거절하는 것, 나에게는 너무 힘겹다. 소심아, 소심아, 현소심. 정신 차려. 매일같이 이렇게 속으로 외쳐보지만 남 앞에만 서면 그게 안된다. 아아, 내가 생각해도 나 는 구제불능인 것 같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이런 나를…….
“에에, 또.”
또 신문 생각을 하다가 다른 쪽으로 새버렸다. 나는 머리를 톡톡 두어번 두드리고는 정신 을 차렸다. 소심한 성격 외에도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새버리는 버 릇도 나를 괴롭혀왔다.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얼른 일어나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내일 아침에는 확실하 게 전화를 걸어서 구독취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소심한 성격을 고치는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며 신문 투입구에서 신문을 꺼내었다. 그와 동시에 신문 안에 있던 전단 지들이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버렸다.
“…….”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신문 배달원이 잘못 넣어준 것이었다. 신문은 돌돌 말아 넣어줘야 안에 있는 내용물이 쏟 아지지 않는데 신문 배달원이 그런 것도 모르다니 아무래도 일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에효.”
현관문 밖으로 쏟아진 전단지가 복도를 어지럽히겠지. 남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어. 그렇 게 생각한 나는 결국 밖으로 나갔다.
“아, 새벽 공기가 달콤하네?”
이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새벽 공기가 달콤하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 해보니 요즘 들어 새벽에 밖으로 나온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곤 말이다. 앞으로는 새벽운동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전단지 때문에 나온 것 치고는 좋은 경험 했네. 헤헤.”
나는 한껏 기지개를 펴며 도심에서 신선한 공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접한 것에 대해 잠 시 행복해 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이 보고 싶어졌다. 이 정도 날씨면 새벽 하늘도 화창할텐데……. 그래 화창할텐데...
“어?”
순간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랄까? 처음이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왜? 왜에?
“어,어?” ‘머리카락?’
뭔가가 아른거린다고 생각했을때 그건 번개처럼 눈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꺄아악!”
공포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절망적 인 느낌이 온몸을 엄습해왔다. 나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