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 4월 평양에서 ‘주체사상세계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아
마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일성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에 대
한 충성심을 불러일으켜 3대 세습체제를 굳히고자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당국이 아직까지
주체사상을 운운하고 있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77년 북한 금성청년출판사가 발간한 ‘혁명적 세계관과 청년’에 보면 “사람에게 자주성은 생명이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주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이라 할 수 없으며, 동물과 다름없다. 주체사상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철학적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소수의 지배계급이 아니라 다수의 무산계급을 의미하고 있고, 사람
이 사람답게 살려면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은 노동자 농민이 완전하
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한 능력을 갖춘 수령이 과도기적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 수령론이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북한을 ‘김일성 조선’이라고 규정하고, 노동당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규정했다. 그러니 노동자 농민은 더 이상 주인이 될 수 없으며, 수
령론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스스로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을 전격 폐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교양사업을 강조하며 충성교양을 강화하고 있
다. 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주민들은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에는 관심도 없다고 한
다.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슨 사상이냐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참으로 딱하게
되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제 ‘주체사상’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