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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에서 배터지게 먹고 왔습니다
게시물ID : phil_99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림자와먼지
추천 : 4
조회수 : 62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0/09 21:58:27
그런데 너무 배불리 먹어서 한동안 소화하느라고 고생했습니다.

너무 배부르니까 이것도 괴롭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먹는 도중에도 “아 배불러, 아 배불러.” 하면서 계속 먹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갔던 모든 뷔페에서 저는 이랬습니다. 부지런히 먹고, 소화불량이 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딱 좋아.” 하는 정도까지 먹고 나서도 계속 먹었습니다. 제가 왜 최대의 만족을 피했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언제나 굶는 그런 사람이어서 이번 한 번에 배불리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왜 무리해서 먹었을까.





어른들이 뷔페에 함께 갈 때마다 말씀하셨습니다. “본전은 뽑아야지.” 그때부터 '뷔페에서는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뷔페에 가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다양한 음식들을 그날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를 위해 지불하는 돈도 '음식의 가격'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서 고기 1인분을 10000원에 팔고 초밥집에서 초밥 1인분을 5000원에 판다면, 둘을 모두 먹을 수 있는 집에서 고기 0.5인분과 초밥 0.5인분을 7500원에 파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곳이 10000원이라고 하면, 왜 우리는 10000원이라는 '본전'을 채워서 가게주인에게 손해를 주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돈은 이미 지불된 것이니, 남은 것은 최대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좋아하는 고기 실컷 먹고도 더 먹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금전적으로 이익이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양으로 보면 이익입니다. 그런 고기를 살 때마다 돈이 들테니까요. 그런데 그 고기 사는 것도 만족을 얻기 위해 사는 것이잖습니까.

그러니 뷔페에 가서 '본전을 찾자'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저를 억지로 배터지게 먹게 했는지(ㅋㅋ) 또 생각해봤더니, 몇개의 '예의의 약속'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저는 위와 같이 본전을 뽑자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어서, 아침 점심을 굶었습니다. 멍청하게도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아침 점심을 굶었으니, 뷔페에 가서는 '아침 점심도 굶었는데 많이 먹어야지!'하는 의무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아침 점심을 굶었는데, 배터지게 먹지 않는 것은 굶은 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또 한심하게도 저는 그릇을 가져올 때마다 의무적으로 비웠습니다. 한 번은 회를 너무 많이 가져와서 하나 하나 넘기기 힘들었는데도 꾸역꾸역... 집어 넣었습니다.

뷔페라는 '음식 자유이용권'이 주어진 상태에서 꼭 이럴 것까진 없었는데 말이지요.

당연히 적당히 먹을 만큼 음식을 집어오는 것은 예의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릇을 억지로 비운 것은... 예의가 없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서였을까요?

음식을 떠올 때 지켜야 할 예의가 테이블 위에서까지 이어질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먹기 싫은 것은 남기고 다음부터는 적당히 가져와야지 하면 끝날 일인데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이런 고정관념 깨고 저를 위해서 즐기고 와야 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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