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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레는 영원한 걸레다'
게시물ID : phil_11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메라이온
추천 : 1
조회수 : 222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4/23 04:09:43
'한 번 걸레는 영원한 걸레'

중고나라 글에서 저 얘기가 나왔는데,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요?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 '반성의 여지'같은 거 없어요?

사기친 새끼가 반성 안 하고 또 사기쳤다는 것도 아니고
내용은 그저 '더치트에 등록된 사람이 중고거래를 시도했다' 이것 뿐이었거든요.
심지어 자기 입으로 반성했다(정확히는 '새로운 다짐')라는데 그걸 못믿어서 사람을 걸레로 만듭니다.
물론 이게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걸 판단할 근거가 없어요. 단지 거래를 시도했을 뿐이니까요. 비난을 위한 악의적인 편집일 수도 있죠.

저도 범죄자의 인권은 존중해줄 필요 없다는 아니 오히려 범죄자의 인권을 혐오하는 극단주의자입니다. 인데 이 사고방식은 동의할 수가 없어요.
한 번 더러워졌다는 걸 이유로 다시 회복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건 까놓고 말해서 '비처녀=걸레'운운하는 극단주의자의 논리랑 다를 게 없습니다.


연락 받자마자 더치트 검색부터 하고
소개받자마자 과거사 조사부터 하고
반성했다니까 캡쳐해서 조롱거리로 만들고
조금만 흠이 있으면 트집잡아 비난거리로 만들고
그걸 보고는 한 번 걸레는 영원한 걸레라면서 매도하고.
그걸 보고는 '사스가 창녀ㅋㅋㅋ'라며 조롱하고
이게 '처녀가 아니다=걸레'라면서 여자를 매도하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걸레를 '걸레'로 만드는 건 당신의 인식입니다. 수건과 걸레를 구분하는 기준은 없어요.
그저 당신이 그 천조각을 '수건'이라고 부르느냐 '걸레'라고 부르느냐 이것 뿐이에요. 아무리 값비싼 원단이라도 당신이 그걸 걸레로 쓰면 걸레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걸레라고 만들어지는 제품은 존재합니다만 그건 지금 얘기할 사항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얼굴을 닦는 새하얀 손수건도 걸레처럼 쓴다면 걸레가 되고
반대로 피얼룩을 닦은 걸레라도 깨끗하게 세탁하면 다시 수건으로 쓸 수 있습니다.
걸레가 '걸레'로서 존재하는 순간은 '걸레처럼 사용되는' 그 순간 뿐이라는 겁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를 지을 수도 있고 죄를 반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그 천조각으로 얼굴을 닦았는지 기름때를 지웠는지 어떻게 압니까?"
"몇달 전에 그걸로 책상을 닦는 걸 봤는데 거기다 얼굴을 닦으라고?"
"처녀막도 없는데 왜 너를 믿어야 하냐"

의심으로 가득찬 극단주의에서 나오는 똑같은 논리입니다. '과거에 순결을 잃은 사람은 언제가 되던 무조건 더럽다'

물론 죄를 반성하던 아니던 죗값은 치뤄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를 무시하고 과거의 이력만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은 '죗값을 치르는' 게 아닙니다.
전 범죄자를 혐오합니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이 없는 발언까지 싸잡아서 조롱하고 싶진 않아요.

전 범죄자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따윈 없습니다.
제 글이 그따위로밖에 안 읽힌다면 전 무척 슬플 거예요.
아무도 이해시키지 못하는 내 미천한 수사능력에 절망하고 자살하고 싶겠지만 짊어진 짐이 많아서 당장 실시는 못하고 유서에 이 내용을 적을 거임.
저는 단지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고 주장하는 저 극단주의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었다는 게 무서워요.

당신의 손에 있는 건 '수건'입니까, '걸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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