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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습작
게시물ID : readers_99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력과영감
추천 : 1
조회수 : 3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13 06:29:40

 한 남자가 있다. 입시의 짐을 덜어내고 전에 없이 가뿐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청년이었다. 그 날은 1월의 끝자락에 걸린 날이었고 친구들과 약속이 잡힌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난 그는 문득 침대 위에 누운 여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곧 여체는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바로 자신의 몸임을 깨달았다.

당황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그가 해야 할 일은 가족을 납득시키는 것이었다. 아빠는 회사에 갔겠지만 전업주부인 엄마와 방학을 맞은 동생은 방문 한 장 너머에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난데없이 그의 방문을 열고 걸어나오는 미지의 여성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일단 몸을 일으키고 벽에 기댄 전신 거울에 새로운 몸을 비춰보기로 했다. 걱정으로 가득 찬 마음 한 편에 야릇한 기대심이 끓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그를 덮친 이상한 사건은 매우 당황스럽긴 하지만 뭇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 어떤 남자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달려가는 나날 중에 단 한 번도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는가. 어찌 보면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한껏 기대감으로 고양된 그의 심정은 이해하지 못 할 것도 아니었다.

거울에 비춰 보이는 몸은 기대를 만족시키고도 남아 그를 놀랠 정도로 훌륭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완벽한 몸매였다. 잘록하게 파인 허리가 서서히 다시 부풀어올라 골반을 타고 내려가고 발끝까지 유려한 곡선을 변주하며 아름다운 두 가닥의 다리를 그렸다. 쇄골의 평행선은 양 끝에서 둥글어지더니 부드럽게 어깨를 그리고 팔으로 이어졌다. 하얀 목과 얼굴은 노란 머리칼의 빛을 받아 눈부셨다. 하얀 가슴은 보드랍고 풍성했으나 무게를 못 버티고 허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금의 덤불들 속에 하얗고 거멓게 자란 이목구비는 소녀의 사랑스러움과 여성의 기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물론 염색 때문인-노란 머리로 봤을 때 이 몸은 그의 기존의 몸의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다. 하얗고 말라빠진 그의 몸은 남체였을 땐 볼품없었으나 여체로서는 필요한 미적 요건들을 모두 가진 몸이었나보다. 기대 안한 보물을 거울 속에서 발견한 그는 황홀감에 젖은 눈을 거울에서 떼지 못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콤플렉스가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미적 갈망이, 그리고 남성의 로망이라는 이상한 무언가가, 그리고 성적인 무언가와 사회적인 무언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격렬하게 폭발했다. 이전부터 딱딱하게 쌓여온 불만족의 담석들이 그 열기 앞에 모두 녹아내렸다.



두 번 째로 올려봅니다. 창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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