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은 내친김에 기묘사화 당시의 일에 관해 물었다.
그 사람은 하나라도 빠트리거나 잊어버린 것 없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말해 주었다.
또 처음 도망칠 때 그의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서른 다섯이었습니다.]
[그럼 기묘년으로부터 지금까지 300여년이 흘렀는데, 그렇다면 그대의 나이는 거의 400살에 가깝겠구려!]
[저는 그 동안 깊은 산에서 세월을 보내서 나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김공이 물었다.
[그대는 지리산에 산다고 하셨지요. 그대가 사는 굴과 이 곳의 거리는 상당히 멀텐데 어찌 그렇게 빠르게 오신 것이오?]
[기운이 날 때는 아무리 험한 절벽이라도 원숭이가 뛰어 놀듯 넘어다닙니다. 한순간에 몇십 리를 달릴 수 있지요.]
김공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라며 음식을 대접하려 하자 그가 말했다.
[음식은 필요 없습니다. 굳이 주시려거든 과일이나 좀 주시지요.]
하지만 하필 방 안에 과일이 없었다.
밤중에 과일을 구해오라고 하기도 힘들었기에 김공이 말했다.
[지금 하필이면 과일이 없구려! 내일 밤 그대가 다시 온다면 그 때 과일을 준비해 놓겠소. 내일 오실 수 있겠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즉시 방을 나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공은 그가 다시 온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병이 났다고 핑계를 대고 하루 더 위성관에서 머물렀다.
그 날 아침과 점심 식사에 나온 과일을 모두 챙겨놓고 그 사람을 기다렸다.
과연 밤이 깊어지자 그가 다시 왔다.
김공이 일어나 그를 맞이하고, 과일을 내어주니 그가 크게 기뻐하며 과일을 모두 다 먹었다.
[덕분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김공이 물었다.
[지리산 안에 과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대는 먹을 걱정은 없는 것이오?]
[매년 가을 낙엽이 질 때면 밤중에 주워 모아둔 과일이 서너 무더기는 되는데, 그것으로 먹고 삽니다.
처음 풀만 먹을 때의 괴로움은 이제 극복했습니다. 과일만 먹어도 기력이 펄펄 넘칩니다.
사나운 호랑이가 바로 앞에 있더라도 손발로 때려 잡을 수 있습니다.]
김공과 그 사람은 기묘년 사건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더 하고 헤어졌다.
김공이 평생 한 번도 다른 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죽기 전에야 비로소 자기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 옛날에 털이 난 여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아들에게 명하여 이 일을 글로 써서 알리게 하였다.
지금 세상에 모인의 이야기가 퍼진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로는 이 모인이 장산범의 유래가 아닌가라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