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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36~40화
게시물ID : art_224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극진
추천 : 0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5 2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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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Morning Opener]

지하철 야간당직근무...
새벽 4시 35분 -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영업준비완료모드 설정
새벽 4시 40분 - 인근 역과 통화를 하고 보고서 작성
새벽 4시 55분 - 침실로 가서 역무원들을 깨움
새벽 5시 05분 - 역사 내부를 순회하면서 셔터문 개방

출구들 중 한 곳에서는 거의 항상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셔터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곤 했었다.
셔터문 여는 시간이 평소보다 5분만 늦어도 왜 이리 늦게 여냐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스위치를 누르면 올라가는 셔터문이 80cm 정도 올라갔을 때쯤 할머니는 뭐가 그리 급한지 그 밑으로 억지로 기다시피 들어온다.
첫차가 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았것만...

가끔 새벽에 그 할머니가 안보이면 약간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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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Price of Punch]

아침에 출근해서 야간반과 근무교대를 하는데 야간반 후임의 얼굴에 상처가 나있었다.

간밤에 취객끼리의 싸움을 말리다가 맞아서 얼굴에 상처가 났단다.

싸우던 취객 둘 중 하나는 경찰이 오니깐 잽싸게 도망쳤고, 후임을 때렸던 취객은 싸우다 생긴 상처를 후임한테 맞아서 그렇게 된거라고 경찰에게 거짓증언해서 경찰서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참 착하고 성실한 후임이었는데 안타까웠다.
똥 한 번 제대로 밟았다고 위로해줬다.



며칠 뒤, 그 후임은 합의금으로 300만원 받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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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Unnecessary Comments]

주간근무 교대할 때 가끔 역장이 회의랍시고 역무원들과 공익요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주로 하는 잔소리는...
① 명절기간동안 외로운 사람들이 비관자살을 많이 하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② 연말이라 송년회 등으로 취객이 많으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③ 최근에 다른 역에서 사고가 났으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④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⑤ 본사 감사기간이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⑥ 본사에서 누가 방문하기로 했으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⑦ 서울시청 감사기간이니 근무 똑바로 해라.
⑧ 주말이라 취객이 많으니 근무 똑바로 해라.

매번 지긋지긋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결국은 다 똑같은 말이다.

역장은 5분도 안걸릴 업무지시를 갖은 잔소리를 섞어가면서 1시간 넘게 혼자 떠들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직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네네' 거리며 듣기만 하고...
그런게 무슨 회의인가...

근데 나중에 사회에 나가보니 다른 곳도 똑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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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Nuclear Meltdown]

7월 한여름... 승강장은 너무 더웠다.
에너지 절약이랍시고 승강장 냉방기를 약하게 틀거나, 아예 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깃세를 조금이라도 줄여 실적을 올리려는 역장의 수작이다.
덥다는 승객들의 민원이 들어와도 무시했다.

근무가 꼬여서 아무도 교대를 안해주는 승강장 '말뚝근무'하는 날이 종종 있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근무복 등쪽에 하얗게 소금기가 끼고 땀띠가 나 따끔거렸다.

찜통같은 승강장을 돌다가 온몸이 땀에 절은 상태로 잠깐 매표소에 올라와서 선풍기를 틀고 땀 좀 식히고 쉴려고 하면 바로 역장에게 전화가 온다.
승강장 비우지 말고 어서 내려가라고...

승강장 CCTV에 내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역장은 전화를 했다.

승강장 근무 외에도 잡일들을 하느라 땀에 절은 상태로 역무실에 올라왔을 때 왠일로 역장이 고생한다며 에어컨 앞에서 땀 좀 식히란다.
하지만 역시나 에어컨 앞에 있은지 3분도 안되서 어서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란다.

퇴근시간 되기 전에 역장이 역무실로 부르더니 오렌지쥬스 좀 마시고 쉬었다가 내려가라 했다.
물론 ’얼른 마시고 내려가라'는 말을 하면서 역장은 퇴근했다.

한 5분 쉬었을까...
역장이 승강장 비상전화로 호출을 하더니 그만 쉬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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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Calling]

모처럼만에 주간휴무에다가 몸살에 걸려서 하루 푹 쉬려던 날이었다.

새벽 4시쯤에 바로 윗선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 취해서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술을 많이 먹어서 오늘 출근하기 힘드니 나보고 근무 땜빵해달란다.

몸상태가 안좋아서 못하겠다고 거절하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새벽 6시에 다른 선임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선배말을 개무시했다며 갖은 욕설을 섞어가며 갈궜다.

결국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출근을 했고, 대기실에서 개념이 없다며 갈굼을 받았다.

그 선임의 술을 과하게 먹는 습관 때문에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다.
심지어 가끔씩은 아침에 역무원들에게서도 전화가 와서 그 선임이 오늘 무단결근을 했으니 나보고 땜빵근무 나오라고 하곤 했다.

몇 번 당하고 나니 이제는 새벽에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깜짝 놀라 속이 덜컥 내려 앉고 짜증이 솟구쳤다.

그 선임은 나중에 애인이랑 해어졌다고 일주일 넘게 술독에 빠져 무단결근했다가 근무연장 징계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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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acebook.com/skyextrem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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