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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도서관 컴퓨터에서 USB를 주웠는데요... 3편
게시물ID : humorbest_995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28
조회수 : 7868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31 18:05: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2/31 15:07:43
실험 4일째
10/20/2009
새벽 2:30

누군가 우리 판잣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 카메라를 보고 있지만 네명의 피실험자는 각자 방에서 자는 중이다.
가렛은 부엌칼을 휘두르고 있고 에드워드는 방에 숨어있다.

우리가 숨어있는 곳으로 통하는 출입구에서 카메라를 가리킬만큼 어리석지도 않을뿐더러,
이 곳에는 창문 하나 없다.
나가는 문도 하나 뿐이다. 

나는 문득 지상에 있는 어린아이들용 풀장을 떠올린다.
물대신 피로 가득찬...
누군가 벽을 가르고 들어오거나..
끈적거리고 엉킨 피들이
무너진 댐처럼 씻겨져나가는걸 상상했다.
아마 경찰들이 우릴 여기서 발견한다면 
선홍색 찌개 안에 잘게 다져진 고깃덩이같은 모습이겠지.
조금 겁이 났다.
내가 여기 책임자인데...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그쳤다.
마구 두드리는 소리는 아니였다.
산채로 가죽을 벗기려고 문을 마구 두드리는 그런 거친 소리는 아니였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모르는 누군가였다는게 굉장히 신경쓰인다.

여기 온지 겨우 4일째다.
녹화자료 돌려 보느라 바쁘지 않았다면 누가 우리 쪽에 접근하는지 아마 알아챘을텐데.

설상가상으로 에드워드는 녹화장치가 되어있는 컴퓨터 타워에 커피를 쏟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거라고는 실시간 동영상 뿐이다.

나든 아니면 문 밖에 있는 미친놈이든간에
둘 중 한명이 에드워드를 죽여버릴 것 같다.
.
.
.

새벽 3:00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그냥 관리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잘 지내는지 체크하려고 한번 들렸던거겠지.
가렛과 에드워드에게 알리고 문쪽으로 가려는데, 바닥에 내리꽂혔다.

- 죄송해요.

가렛 스스로도 약간 놀란듯 하며 말했다. 사실 나도 그랬지만.

- 이렇게 인적 드문 곳에서 새벽 2시에 아무나 문 그렇게 열어주면 안돼요. 
관리인일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잖아요. 관리인이었으면 관리인이라고 말을 했었겠죠.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어제는 피실험자들이 이상하게 행동하고, 이젠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주 조금은 긴장이 좀 풀린거같다.
다른 방에서 에드워드는 내게 '좀 쉬셔야겠네요' 라고 말했다.
에드워드를 다시 믿는건 어려울 것 같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에드워드와 가렛에게 내가 쉬는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말라고, 
그 어떤 경우에도 내가 일어나기 전까진 밖에 나가선 안된다고 했다.

가렛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에드워드는 방에서 이상하게 웅얼거리는 웃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난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갑자기 너무 피곤하다.






실험 5일째
10/21/2009
아침 7:30

나는 16시간 30분간을 내리 잤다.
그렇게 잘수있다는걸 생각조차 못했지만..

그렇게 잤는데도 난 왜 아직 피곤한걸까.
몸이 좀 안좋은건가?
고산병이라든지 식중독이라든지...

여전히 너무 피곤하다.






실험 6일째
10/22/2009
오전 1:10

맥스웰이 사라졌다. 
2시간째 찾고 있지만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가렛과 에드워드는 자기 방에서 자는 중이다.

모니터엔 가렛과 에드워드가 남긴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맥스웰이 떠났다고 남긴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이젠 지난 장면을 돌려 볼 수도 없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점점 내 통제를 넘어서는 것만 같다.

실험을 원래대로 다시 되돌려야 하지만, 맥스웰을 찾아 집 안에 다시 들이기전까진 불가능하다.

나는 맥스웰이 애스펜을 떠났다는것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다.
가렛이 남긴 포스트잇엔 이런 말도 있었다.

[적어도 섹스 실험은 성공적이다.]

나는 모니터를 통해 일라이자와 태비사가 침실에서 몸을 포개고 껴안고 있는걸 봤다.
동쪽 아래층에선 애스펜이 커다란 침대에서 혼자 베개를 껴안고 있었다.
맥스웰의 짐은 그 방에 있었다.
만약 맥스웰이 떠나면서 짐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이 실험에서 빠지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긴급 상황이라 생각했기에 그들을 깨우기 위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벨만 그냥 계속해서 울리기만 할뿐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이상하단걸 알수 없었다.
스피커를 통해 전화가 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난 스피커 볼륨을 줄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여전히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게 준 휴대폰이 우리 판잣집 밖 수풀에 있다.
.
.
.

아침 8:30
에드워드가 먼저 일어났기에 
에드워드에게 내가 전화하는동안 밖에서 전화기를 찾아보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휴대폰을 찾은 뒤,
피실험자들이 갓 일어날때쯤 저택에 몰래 들어갔다.
나는 에드워드가 판잣집에 돌아오기전에
저택 부엌 카운터 위에 휴대폰을 두고 오려고 은밀히 행동하는걸 지켜봤다.

가렛도 일어났다.
가렛과 에드워드는 서로에게 이상하게 굴었다.
확실히 긴장감이 감돈다. 이 실험을 계속하려면 풀어야할텐데..

대충 모니터를 봐도 피실험자들도 (지금도 피실험자라고 불러도 될진 모르겠지만)
정신이 없어보인다.
냉기가 로즈우드 저택의 모든것을 덮어버린 것만 같다.

애스펜은 자주 창 밖을 내다보곤 한다.
뭔가 밖에 있는 것에 완전히 넋이 나간듯하다.
맥스웰일까?

애스펜은 태비사가 방에 들어오자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눴다.

태비사: 그게 다시 왔어요?
애스펜: 아뇨
태비사: 무섭죠..?

태비사가 애스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태비사: 나도 그래요.. 내가 누군가에게 언니가 되어본적이 없지만, 지금 그런 존재가 필요하단걸 알아요.
지난 며칠간 우릴 놀래킨게 뭔진 모르지만 아마 그냥 동네 애들 장난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이 집에 대해서 아는걸요. 맥스웰은 그럴 필요 없었는데...

태비사가 말을 멈추더니, 카메라들을 들여다보았다.

태비사가 애스펜의 손을 이끌고 방 밖에 나가버린 뒤로는,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웅얼거림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여태까지 적어둔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주제에서 꽤나 벗어난 것 같다.
방향을 잃은것 같지만 실험을 통찰하는게 아니라 속마음을 간파하는 것 같다.
물론 아프기도 했지만, 이전엔 방향이 있었던건지 아니면 그냥 이 실험 전체가 실수였던건지도 모르겠다.

내 실험 보조들이 맥스웰에 대해 아는게 아는지..
다른 피실험자들이 맥스웰에 대해 아는게 있는지..
내가 아팠던 동안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겁에 질려버린건지..
알아내야겠다.


오후 12:05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우리 셋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는동안 에드워드가 밖으로 나갔다는걸 알아냈다.

에드워드는 여자애들 중 한명이 걱정되서 그랬다고 했지만
가렛의 표정을 보니 에드워드가 모든 얘기를 해준건 아닌것같다.

-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나는 에드워드를 나무랐다. 
가렛과 나는 최근들어 에드워드가 얼마나 숨기고 있을지
얼마나 놓친게 많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 그래서.. 23 카메라에 있는건 에드워드 발자국인가요?

에드워드는 꽤나 오랫동안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조용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23번 카메라는 건물 서쪽의 뒷편을 비추고 있었는데
에드워드는 동쪽 주변으로 갔다고 했으니까.

단순히 발자국 몇개가 있었던게 아니다.

- 가서 직접 확인해볼게요.

내가 겉옷을 집어들며 말했다.
유쾌하진 않지만 더이상 기댈 곳이 없는 위치에 왔다고 느껴졌다.

가렛이 에드워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에드워드가 불편해하는게 내 이목을 끌었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자는동안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아야만 한다.

- 제 발자국이에요.

에드워드가 말했다.

- 오늘 아침에 찍힌건 아니에요. 한번만에 찍힌것도 아니구요.
전 그저 우리 실험 정신을 지키려고 했던거에요. 두려움이요.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거같다. 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날 일기에 적힌건 이게 다에요. 누군가 분명 손대거나 지운거 같은데..
이거 밑에 이름이 [22 보조 에드워드]란 폴더가 하나 있는데요
문서 4개가 들어있지만 좋은 상태는 아니에요.
어떤거 하나엔 단어 하나만 적혀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추측할만한 정보는 별로 없지만,
폴더 이름으로 보건대 아마 실험 6일차에 있었던 일들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가진 정보는 모두 올리는게 맞겠죠.
한줄에 하나씩 써볼게요. 그 폴더에 있는 순서대로요.

22 Auxiliary Edward:
1. W
2. 에드워드의 가장 큰 실수는 처음을 놓친게 아니다. 
3. 증상이 보인다... 반사회ㅈ...
4. 반대되는 증거...






실험 7일째
10/23/2009
오후 3:00

에드워드는 더이상 그들을 놀래킬 필요가 없었다. 그냥 정찰만 좀 하면 됐더랬다.
피실험자들은 이제 우리의 마이크와 동영상 장치들을 피하는 법에 제법 익숙해졌다.

이런 반항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솔직한 대화를 좀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에드워드는 이 곳에서 더이상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애스펜과 태비사를 겁주려고 갔었다.
게다가 내가 아픈 동안 저지른 짓거리에 대해 잘못했다고 해놓고는 
어젯밤에 여자애들을 겁주려고 다시 슬쩍 들어갔다 왔다.

카메라를 보니 대담하다 해야할지 멍청하다 해야할지 
일라이자 그 병신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에드워드를 쫓아가고 있었다.

에드워드 녀석은 운이 좋았다.
마침 맥스웰이 집에 돌아왔으니까.

일라이자는 여자애들을 겁준게 맥스웰이라 생각했다.
맥스웰은 일라이자가 화를 내는 것도, 야구방망이를 들고 설치는것도 전혀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 어디있었냐 이자식아.

일라이자가 말했다.
에드워드는 3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큰 오크나무 뒤에 숨어있었다.

- 난 또 우릴 놀래키는 자식이 우리한테 또 왔나 했는데. 너였구나?
대체 뭐하고 있었던거야? 너 혹시 그거 찾았..

일라이자는 카메라를 쳐다보더니 말을 멈췄다. 
진짜 짜증난다. 
피실험자들은 카메라 위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카메라가 어디 설치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라도 있는것마냥.

- 안에서 말해줄게.

맥스웰이 낮게 대답했다.

- 카메라 범위에서 일단 벗어나자.

에드워드는 다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에드워드의 반항을, 저딴 불쾌한 행동거지를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에드워드가 내 실험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실험이 뭐든간에.

어쩌면 언젠가는 새롭고 신선한 방면으로 실험을 이끌어준 것에 대해
에드워드에게 고마워할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실험 8일째
10/24/2009
오전 10:30

이제야 실험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에드워드는 정원 저쪽 편에 있는 오두막으로 옮겨갔다. 
본인도 그걸 더 잘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얌전히 있어야겠지.
우리 모두에게 잘된 일이다.
관리인이 이 곳에 다른 오두막이 하나 더 있다는걸 말하지 않았다는게 이상하다.

일련의 사태를 뒤로 하고, 
피실험자들과 통화하고 애스펜과 동영상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애스펜은 지금 녹화실에 앉아있다.
마치 데이트라도 나가는 냥 화장을 진하게 하고서.
애스펜의 금발머린 우아하게 곱슬거렸고 피부도 반짝이고 있었다.

- 맥스웰이 돌아왔어요.

그녀가 웃음지었다.

- 이상해요.

내가 말하자 가렛도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가 빠지고나서 가렛과 난 파트너처럼 상의도 할 정도로 좀 더 가까워졌다.

- 대체 언제부터 애스펜이 맥스웰을 저렇게 신경썼죠?
- 결국 둘이 사귀기라도 하나보죠.

가렛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난 가렛에게 웃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과연 단순히 그것때문일까?
그건 다른 행동 변화들을 설명할 수가 없다.

- 맥스웰에 대해 말해주세요.

내가 마이크로 말했지만,
애스펜은 여전히 이상하게 웃으며 말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 맥스웰만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할수 있어요.
저는 맥스웰의 보호자가 아닌걸요. 전 누구의 보호자도 아니에요. 전기 작가도 아니고.
하지만 어젯밤 우리끼리 나눈 얘기를 좀 듣고 싶어하는걸 알아요.
이제 다시 당신 실험에 성실한 피실험자가 되어줄 준비가 됐단걸 알려주려고요.
당장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주인님?
아니면 우리 계속 속궁합에 대해서 탐구하면 돼요?

전기가 끊겼다.
.
.
.

오후 7:30

나는 전기가 나간 타이밍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말을 하자마자 전기가 나가다니.

날 주인님이라 부른 것 또한 생각거리였다.
나를 빈정거리거나 나한테 반항하려고, 혹은 깔보는 듯 한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애스펜의 어조는 고르고 담담했다. 

대체 저 여잔 무슨 생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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