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자취하는 생오징어입니다.
치킨은 한달에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 이상 한 곳에서만 시켜먹는 소시민적 오징어입니다.
어제 무의식적으로 치킨을 해치운 후에 쿠폰을 확인해보니
후라이드 한마리를 얻을 수 있는 수의 쿠폰이 모여있더군요.
뼈를 빨아먹는 것에 약간 거부감이 있어서 평소에는 순살만 섭취합니다. 그것도 항상 두마리로 후라이드 + 양념...
하지만 쿠폰에 적혀 있는 치킨은 후라이드 한마리... 살만 대충 발라먹고 버리자는 못된 생각을 가지고
치킨집에 전화해 쿠폰을 다 모았으니 치킨을 보내달라고 했죠.
지난 8개월간의 관찰로 알아낸 이 치킨집의 평균 배달시간 20분을 기다리는게 너무나 괴로워
동네 슈퍼 구경이라는 향략을 즐기러 슈퍼에 갔었고
쿠폰으로 시키면 콜라가 없다는 단호한 쿠폰 문구가 생각나
콜라가 없으면 맥주를 마시면 된다는 생각으로 동네 슈퍼에 가서 맥주 한캔과 매화수 한병을 사서 집에 왔습니다.
약 5분 뒤 사장님이 치킨을 들고 오셨고 원룸 통로에 퍼지는 치킨 향을 느끼며 쿠폰과 치킨을 교환했죠.
그런데 이게 무슨.. 분명 뼈있는 후라이드일텐데 엄청나게 퍼지는 양념의 향기..
어제 먹은 치킨을 어디다 흘렸나 라는 생각과 함께 드디어 치킨의 포장을 뜯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배달온 치킨은 순살... 그것도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였던 것이였습니다.
지난 8개월간 이 곳에서 순살 세트 1번 가져다 주세요라는 말한 것이 약 30여차례..
사모님은 저의 목소리와 주소를 기억 하고 계셨고 저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뼈있는 치킨을 단 한번도 안시켜먹었던 것을 기억하시고..
쿠폰으로 시키는 미천한 오징어의 취향을 고려해서 치킨을 보내주셨습니다.
감동했습니다. 그냥 후라이드 한마리 대충 보내줬어도 충분히 만족했을텐데
나를 기억해서 내 취향대로 보내줄 줄이야..
거기다 콜라 제외라는 단호한 쿠폰 문구와는 다르게 콜라도 들어가있었고
쿠폰까지 한장 넣어져있는 모습에... 엄청 감동받았습니다. (혹시나 배달이 잘못 왔나 전표까지 봤는데 쿠폰 주문이라고 써져있었습니다. 설계당하는 기분...)
제가 이 곳에 사는 동안 야식은 이 곳에서만 시켜먹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