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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모드유료사태의 본질적 문제점 정리
게시물ID : gametalk_2517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은색스냅백
추천 : 4
조회수 : 138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4/27 08:41:25

한동안 카페에 접속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불미스러운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글들을 여기저기서 읽어보고, 베데스다 공식 사이트와 넥서스와 스팀 워크샵 등지를 통해 반응들을 검토해 본 결과 커뮤니티 대다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유료 모드에는 아주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차 저작물이라 해도 메쉬, 텍스쳐, 스크립트 자체의 저작권은 모더에게 종속됩니다. 스카이림에 사용한다 하여 모더가 창작한 창작물로서의 가치, 그리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리핑 모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자작은 해당됩니다). 베데스다의 크리에이션 키트 라이센스는 이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저작권을 베데스다에게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규정해놓고 있지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일전에 제가 작성한 포스팅이 있으니 참고해볼까요?

http://cafe.naver.com/elderscrolls7/725217

스팀 워크샵에 등록하기 위해서 모드는 BSA 파일로 압축이 되어야 하고, 그 순간 해당 파일은 베데스다에게 귀속됩니다. BSA 파일 자체가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압축 파일의 (Bethesda Softworks Archive) 약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정을 하나 해 보죠. 악질적인 모더 A가 다른 유명 모더 B의 무료 공개 모드 내용을 도용했다 칩시다. 그리고 워크샵에 유료 아이템으로 등록합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모더 B는 모더 A를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될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워크샵 EULA 대로라면 베데스다를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모더들은 대체로 포기하고 손을 놓고 떠나게 됩니다.

이번 유료 모딩 사태에 깊이 관여되어 있던 Chesko 라는 모더를 볼까요. 프로스트폴 (Frostfall)허리춤 화살통 (Belt-Fastened Quivers),418번째 계단 등의 모드를 제작하며 인기를 끌던 모더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료 워크샵에 Chesko가 등록한 낚시 모드, Art of the Catch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스카이림 모드를 설치해 본 플레이어라면 익히 알고 있겠습니다만 새로운 움직임을 추가하는 모드는 예외없이 FNIS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Chesko는 FNIS의 저자, Fore의 동의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이 모드를 만들어 유료로 가격을 매긴 거죠.

Chesko는 선행 모드의 존재 때문에 사전에 밸브에 문의를 했습니다만, 밸브의 입장은 "나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이것은 법적 조언이라 할 수 없다. 자세한 건 당신이 변호사와 이야기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밸브 법무팀에 문의한 결과 선행 모드의 존재는 상관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Valve] Officer Mar 25 @ 4:47pm
Usual caveat: I am not a lawyer, so this does not constitute legal advice. If you are unsure, you should contact a lawyer. That said, I spoke with our lawyer and having mod A depend on mod B is fine--it doesn't matter if mod A is for sale and mod B is free, or if mod A is free or mod B is for sale.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Fore와 이야기한 끝에 결국 Chesko는 모드를 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Art of the Catch 만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제작하여 분쟁의 여지가 없는 다른 유료 모드들도 워크샵에서 내리기로 했는데, 이때 Chesko는 두 번째 뒤통수를 맞았는데, 밸브의 입장은 "한번 유료로 등록된 아이템을 제거할 수는 없다. 단 비공개로 전환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밸브 법무팀은 "우리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소송) 거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당신이 등록한 어떠한 모드도 삭제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이미 구매한 사용자들만 볼 수 있게 전환하겠다" 는 대답을 했습니다.

스카이림 모드 특성상 선행 모드가 필요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멀리 나갈것 없이 상당수의 모드가 SKSE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SKSE 스크립트나 모듈을 사용한 모드가 해당 모더의 허가 없이 유료 판매를 한다면? 타 모드에 의존하는 모드가 필요한 부분만 몰래 집어넣고 밸브 법무팀에게 연락하라 숨거나, 이번 유료 모드의 하나이자 다크 소울 2의 메쉬와 텍스쳐를 그대로 도용한 Firelink Implelents 처럼 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면, 밸브와 베데스다가 적극적으로 법적 공방에 나설까요?

본질적으로, 그 어떠한 모더라 하더라도, 모딩의 시작은 타인이 제작한 모드를 사용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타인이 메쉬, 텍스쳐, 스크립트를 어떻게 적용시켰는지 뜯어보거나 SKSE 확장 스크립트를 들여다 보며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했는지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유료 모드는 이러한 기회조차도 구매자에게 한정합니다. 해당 게임이 좋아서 서로 모인 모딩 커뮤니티에서 서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소스가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를 놓고 싸우기 시작하게 된다면 이는 진흙탕 싸움의 극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미 필수 모드중의 하나로 꼽히는 SkyUI의 개발자는 다음 버전부터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커뮤니티는 완전히 둘로 나뉘어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밸브가 기존에 이미 도입했던 모델인 DOTA 2 유료 모드와 달리, 스카이림 모드는 타 모드에의 의존성이나 상호 참조 등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이를 두고 안정적인 유료 생태계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모더가 취하는 수익은 25퍼센트로 한정되며, 이마저도 일정 수익금 이상을 올렸을 경우로 한정됩니다. DLC나 확장팩과 달리 워크샵이라는, 제 3자 사이트인 넥서스마저도 광고와 유료 회원 가입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의 배포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만으로 숟가락을 얹어 수익을 올리는 환멸스러운 구조입니다.

...베데스다가 밸브가 이러한 악수를, 그것도 모딩 커뮤니티가 이렇게 성장한 이후에 두는 이유를 상상해 보건대 엘더스크롤 6나 폴아웃 4가 조만간 발표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 기대작의 발표에 앞서 이러한 생태계를 완전히 구축해 놓고, 반대 의견을 잠재우고, 이러한 수익 모델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EA가 후속작 자체를 엉망으로 개발하긴 했지만 비슷한 구도를 취하다가 커다란 타격을 입은 심즈의 전례를 보고도 이런 방향으로 가다니...

더없이 실망스럽습니다.



PS. 그나마 SKSE팀은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한발짝 물러서서 SKSE는 언제까지나 무료일 것이며, 모더들이 취할 결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군요. 오블리비언 시절부터 시작하여 뉴베가스 즈음에는 개발진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메인 게임 패치 때마다 변경점을 통고받아 업데이트를 하던 입장인 이상 대놓고 반감을 표하긴 어렵겠지요. SKSE의 사용 자체에 대해서는 허락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SKSE를 사용하는 스크립트나 특정 DLL 모듈을 개발한 Elys 등의 모더들이 어떤 자세를 취할 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http://cafe.naver.com/elderscrolls7/767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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