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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예전 신도가 생각하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
게시물ID : sisa_996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욤뮈르소
추천 : 8
조회수 : 177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11/15 16:46:45

<명성교회와의 인연>

 나는 예전 대학 때 조그마한 IT 회사를 다녔었고, 그 당시 사장님이 명성교회 집사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대략 1년 남짓 명성교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사장님과 내 관계가 좀 틀어져서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그 교회를 잘 안다고 할 정도가 아니며, 요샌 교회를 나가지 않는 쿨한 크리스찬(?)이므로 좀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 때 정황과 지금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드는 몇가지 생각을 써보려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단상들>

 1. 승계작업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그 당시 김하나 목사는 청년대학부 담당목사였다. 명성교회는 규모가 큰 교회라 청년대학부만해도 신도수가 최소 1000명은 훌쩍 넘어간다. 청년대학부에만 두자리가 넘는 교역자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교역자 분들을 제치고, 그들을 이끄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김삼환 목사의 아들이었다. 김하나 목사는 별다른 경력 없이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는 이유로 요직을 꽤찼다.

 게다가 지금 생각하면 좀 어이 없었던 게 우리 그룹장이 나누려했던 기도 제목이었다. 그것은 김하나 목사의 논문통과를 함께 기도해달라는 것.. 좀 황당했다. 도대체 이 교회는 담임 목사도 아니고, 일개 사역자의 논문통과를 위해 일반 성도까지 기도제목을 공유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논문통과가 되는 것과 박사학위 수료는 그 세계에서 꽤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말이 되는 낙하산도 아니었다는 얘긴데, 그 당시는 어려서 그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내 의아함은 이내 해결이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사장님이 속해있는 모임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공공연하게 김하나 목사가 뒤를 이을거란 어른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솔직히 명성교회 교인중에 김하나 목사가 뒤를 이을거란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수를 제외하고는 문제의식도 없었다. 내가보기엔 이게 가장 문제 같지만...

 교회를 나온 몇 년 뒤 김하나 목사가 새노래명성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나는 이 교회가 우리나라 재벌들이 경영 2세를 세우는 방식을 똑같이 따라한다고 생각했다. 왜 재벌들이 하는 방식 있잖은가?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온 아들을 초고속으로 승진시켜 그룹의 신 사업부에 발령을 내고, 계열사 사장을 거쳐 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는 방식... 

그런 점에서 교회가 한국에 와서 재벌이 되었다는 JTBC의 워딩은 틀린말은 아니다.


 2. 김삼환 목사는 담임목사라기 보다는 당회장이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담임목사와 당회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권한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회운영체제는 장로교이다. 교회를 모르는 사람도 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기독교 장로회(기장)라는 단어를 교회 간판에서 적어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장로는 교회의 운영자들이며, 장로회는 이들이 모인 결사체이다. 장로회는 여러가지를 결정한다. 교회의 재정권, 인사권 등을 가지고, 교회를 운영한다. 

 사실 담임목사를 선출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장로회의 몫이다. 하지만 당회장이란 직함을 목사가 달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회장이란 말은 교회를 운영하는 주체인 장로회의 장이란 말과 같다. 물론 목사가 당회장이 되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작은 개척교회같은 곳은 워낙 규모가 작아서 목사가 운영주체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명성교회처럼 큰 교회는 얘기가 다르다. 담임목사의 대중적 인기나 입김에 당회가 좌지우지 해선 안 된다.

 내가 명성교회를 다닐 때 교인들은 김삼환 목사를 당회장님 혹은 당회장목사님으로 불렀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그는 당회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므로, 이번 승계 문제에도 분명 영향을 행사했을 것이다. 

 몇년 전 2014년 명성교회의 재정장로가 자살을 했다. 이때 한 언론사에서 명성교회가 8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문지기 역할을 했던 재정장로가 부담을 느껴서 자살하였다는 보도를 낸 적이 있었다. 이에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까지 갔으나, 법원은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취지는 명성교회가 10년 넘는 기간동안 수백억의 돈을 용처를 밝히지 않고 모았고, 그것을 재정장로 1명에게 일임한 것이므로, 그 것을 기자가 비자금으로 보아 보도한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김삼환 목사가 교회의 재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법원조차 인정한 사례이다.

 까놓고 말해,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소유와 운영을 겸하는 주식회사와 다름없다.



 3. 영성의 지도자 김삼환의 몰락이 주는 허탈함.

 일 년 남 짓 내 눈으로 본 김삼환 목사는 익히 알려진대로 영성 뛰어난 사람이었다. 교회를 다니기 전에 들었던 세간의 평가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그분의 설교는 적어도 내겐큰 울림이 있었으며, 손에 꼽을만한 좋은 설교들도 많았다. 특히 새벽 집회에서 그가 불어넣어주던 영적 울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하지만, 내가 교회에 나오고 난 후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그의 오명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월호에 대한 발언도 그렇고, 이명박 옹호발언도 그렇다. 발언의 수위가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내가 다닐 때는 그래도 판단력이 없어보이진 않았는데, 이제는 정말 그 노회한 양반의 뇌세포에 무슨 큰 일이라도 있긴 한것 같다. 

 
<사태를 정리하며...>

 이른바 '개척 1세대 목사들'이 대부분 은퇴했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나는 적어도 크리스찬이므로, 이 분들의 역할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 시대엔 이분들의 행위가 사회적 필요에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40년 남짓한 기간동안 수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최근 기독교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젊은사람들의 눈높이에 지금 기독교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낡고, 지루하며, 도덕적으로도 썩었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높아져버린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젊은 리더십이 필요한데, 결국 손 꼽히는 대형교회에서조차 부자세습을 하는 상황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명문화된 세습금지법도 무시하면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뽑던 방식으로 아들에게 보위를 넘겨주는 김삼환 목사 애잔함마저 느끼게 된다. 그저 나는 일개 기독교인으로서 종교가 이런 풍파들을 거름삼아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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