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까지 일어났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뉴스입니다. 최근 신고리 원전과 관련, 공론화 위원회에서는 핵발전소 건설 재개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원전의 안전 여부에 대해 더 많은 말들이 나올 것은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대한민국도 절대로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이번 지진의 진앙지가 포항이라는 것도 불안감을 더하게 만듭니다. 어쨌든, 아침에 한국에서 친구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무엇보다 재난 문자가 신속히 발송됐다는 것에서 지난 정권과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을 이것으로 느꼈다는 친구의 카톡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 이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어떤 학생들에겐 마지막 피치를 올려 공부할 시간이 늘어난 것이고, 어떤 학생들에겐 고문의 시간이 일주일 연장된 것이고...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니,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조치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수능이 계속해서 우리나라에서 유지돼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곳에서 올해 아들을 대학에 보냈고, 아이가 대학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바라본 저로서는 왜 우리나라같은 나라에서 아직도 조선시대 과거와 같은 학제를 그대로 유지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솔직히 지금 누가 '암기를 잘 하는가'가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뽑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는 나라를 좀먹는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어도 한국 사회를 잘 이끌었습니다. 이회창은 고대를 나왔다는 기자에게 "그 학교 나오고도 기자를 합니까?"라는 말로 엄청난 공분을 샀었지요. 이미 법조계의 경우 서울대 법대라는 학맥이 그대로 사회에서의 인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까. 이 학벌에 끼어야만 사회에서 대접받는다는 의식은 한국에서의 지나친 사교육비의 낭비와 각종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조장하고, 더 나아가 사회 자체를 학벌로서 계급화 시켜 버립니다.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 특히 젊은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는 재능과 청춘의 낭비는 결국 국력의 낭비가 됩니다. 그런 식으로 고등교육을 받게 된 젊은이들은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해 버린 대학에서 그들의 이상과 꿈보다는 현실의 굴레에 얽매여 젊음의 특권인 자유로운 생각을 못 하게 되고, 그것은 창의성이라는 젊음의 또 하나의 열매를 익지 못하게 만듭니다. 교육은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해, 그리고 한 사람의 잠재력을 기르는 것에 맞춰져야 합니다. 저는 내 큰 아이가 대학에 가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확히 봤습니다. 교육은 조선시대 과거공부처럼 시키면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아이들에게 가지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진으로 일주일 수능이 연기됐지만, 앞으로 아예 수능이라는 제도, 이런 식의 입시 교육이 사라지는 한국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의 사고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사회 개혁의 의지가 높을 때 여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