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코디발언을 예전에 모 사이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유세윤씨는 안 좋아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고,
그에 비해 장동민씨는 호에 가까웠습니다.
개콘에서 처음 봤을때부터 웃기는 개그맨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다 방송에서 보면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장동민씨 방송에서 소리 지르고 화내면서 웃기는 스타일이구나, 저런 컨셉이구나 좋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렇게 소리는 지르지만 조절을 잘하는 개그맨, 상황 봐가면서 낼때 안 낼때 구분하는 개그맨으로 생각했습니다.
코디발언 처음 들었을때도 이건 뭐지 혼란스러웠는데, 팬분들이 방송이 원래 수위가 있는 그런 방송이고, 코디 역시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 방송이라는
말을 했을때 솔직히 안심했습니다. 당사자인 코디가 괜찮다면 방송 컨셉으로 믿으면 되니까요.
그 뒤로 여성에 대한 발언이 인터넷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을때 코디때처럼 오해였길 바랬어요.
텍스트만 읽다가 내가 잘못 본건가 싶을 정도로 심한 말들이었기에, 직접 들었을땐 충격이 컸습니다.
무명인 개그맨도 아니고, 인지도도 있는 나름 잘 나가는 개그맨, 내가 좋게 본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들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저를 향한 말인것처럼 수치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선 '이미 과거에 한 발언, 당시에 사과도 했다, 남자들 사석에서 그런 이야기 한다, 음담패설인데 수위가 높을 뿐이다,
너 들으라고 한 게 아니라 팬들만 듣는 특정방송이다, 원래 그런 방송이다' 그런 말들이 가득이었습니다.
별거 아닌 얘기에 혼자 낯 뜨거워지는 유별난 사람이 되고, 남자들은 여자 없는 자리에선 저런 발언을 쉽게 한다면 소름끼친다고 생각했어요.
너가 유별난 거 아니라며 같이 화내주는 남자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 뒤론 진흙탕이었습니다.
사과하고 기사도 났다는 어느 분의 말씀에 구글에서 직접 검색도 해봤지만 검색이 부족했는지 찾은 건 코디발언에 대한 사과기사 뿐이었습니다.
방송에서 했다는 '남자들은'을 '나는'으로 바꾼다는 말장난 같은 방송 뿐이었고요.
특정 목적을 가진 어떤 세력의 선동, 모 기획사 알바, 무도빠, 남녀싸움, 정치 이슈를 덮을려는 음모론등이 판을 쳤죠.
마녀사냥, 연예인만 물고 늘어지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 취급에, 조롱과 비아냥도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장동민씨의 정식 멤버도 아닌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하차하겠다는 얘기와 사과문, 유세윤씨의 사과문이 올라왔고
답답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생존자 분께서 장동민씨를 고소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존자분께 했던 말과 장애를 갖고 계신 유상무씨 선생님에 대한 발언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쉴드 치는 분들은 계셨죠. 부모님에 대한 노래가 알려졌을때도 어린시절이 불우했다, 원래 힐링할려고 한 방송이었다,
어제 옹달샘 분들의 기자회견 사과로 하루도 안 지난 지금에서도 그만해라,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하냐, 마녀사냥이라는 소리는 여전히 나오는 중입니다.
전 옹달샘 개그맨들에게 화가 나진 않습니다. 방송에서 퇴출되거나 하차하기를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좋게 생각했던만큼 실망감이 클 뿐입니다. 차라리 내가 안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 욕 한번 거하게 하고 잊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일반인이 했다고 해도 욕 먼저 나갈 만한 발언을 저 개그맨들이 했다는 게 실망일 뿐입니다.
그리고 더 크게 화가 나는 건 끝까지 쉴드 치는 사람들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여성에 대한 발언까지는 억지로 이해를 해주겠지만, 생존자 분에 대한 발언만큼은 용서가 안됩니다.
적기도 죄송스러운 고소한 사람이 잘못, 돈 때문 아닌가 하며 쉴드 치던 사람들이요.
엄격한 도덕적 잣대인가요?
보편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라면 머릿속 생각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입에 쉽게 올릴 수도 올려서도 안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남한테 공감을 못하더라도, 아무리 민주주의 자유국가라고 해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과 행동이 있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이상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유와 방종은 다릅니다.
차별적인 언행, 남을 상처주는 행위는 절대 쉽게 넘어가면 안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이니까 실수 할 수 있더라도, 실수니까 다 용서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악의없는 실수라도 누군가가 상처 입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언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쉴드 때문에 화가 나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람들이 만만한 연예인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분들에게 화가 나요.
개그의 소재를 제한하고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취급하는 게 화가 납니다.
막말과 수위있는 웃음은 강자에게 향하는 거지,약자를 향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시민은 권력자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권력자는 시민을 웃음소재로 삼으면 안된다고요.
여기서 아무 일도 아닌, 사람들의 극성으로 생긴 일이 되어 버리면
십년 후에 세월호로 웃음소재로 삼아도, 차별과 비하를 담은 발언을 웃음코드로 삼아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오버일지라도 악플러, 일베, 막장갤에서 날뛰는 것도 단지 실수이고, 사과했으니까, 개그일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니까요.
전 이번일로 사람들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진 않는지, 내가 남을 웃기기 위해 누군가를 비하하고 상처 입히는 건 아닌지,
나는 몰랐는데 쟤는 안 괜찮은거구나, 이런 생각과 발언은 잘못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기 잘못도 아닌 일로 상처 입었다면 저는 같이 분개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