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먹을 거냐?"
보신탕집까지 쫄래쫄래 따라와 놓고,
주문할 때도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
보신탕이 앞에 나오니까 그제야 내가 뭘 시켰는지 눈치채고
이딴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어처구니 빠진 맷돌을 바라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
"너 같은 놈의 친구로 있어 주는 영광을 베풀고 있지.
보아하니 조만간 그 영광을 거둘 것 같다만."
가시 돋친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놈이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너도 나 알잖아. 내가 비논리적인 말은 안 한다는 거.
내가 '과거엔 이랬으니 이제 와서도 그러면 안 된다.' 같은 논리를 편 적이 있어,
아니면 있지도 않은 통계자료를 들고 와서 뭐라고 한 적이 있어?"
평소에는 얘가 뭔 소리를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들었지만,
일부러 보양식을 찾아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오늘만큼은 버틸 수가 없었다.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보신탕을 앞에 두고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그럼 하나하나 반박해줄 테니까 왜 먹으면 안 되는지 읊어봐."
"일단 도축과정부터가……."
"개고기 연하게 한답시고 산채로 팬 다음에 잡거나 하는 건 옛말이라는 거 알지?
시골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여기처럼 도축을 제대로 체계화하는 장소에서는
다른 고기 잡는 거랑 똑같은 도축과정이야. 소, 돼지 잡는 거랑 똑같다고."
"어?"
"그리고 도축과정이 문제라면 도축 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해야지 먹지 말라고 주장해선 안 되지.
아이가 학대를 받는 걸 막을 법이 없으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거랑 같잖아.
반대로 단순히 죽이는 모습이 끔찍하다는 논리대로라면, 양계장 한정이라고는 해도
병아리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분쇄기에 던져 죽이는 것부터 막아야 하고."
놈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이런 걸 다 아는 게 의외라는 눈치다.
그래, 나도 이럴 날에 대비해서 공부 좀 했다, 이 자식아.
"하지만 도축되기 전에도 받는 취급을 보면……."
"죽느냐 안 죽느냐가 아니라 죽기 전까지 어떤 취급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네가 그리 좋아해 마지않는 치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닭이 어떤 학대를 받으면서 사육되어가는지도 한번 검색해보고 말해."
놈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게 보인다.
"야, 그래도 소, 돼지, 닭보다는 개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그건 뭐냐? 인종차별, 직업차별, 성차별을 넘어선 동물차별이냐?"
"아니, 동물도 동물 나름이지. 개처럼 지능이 높은 경우는……."
"그게 동물에 따라 차별하는 거지.
애초에 지능이 높고 낮다는 이유로 먹고 안 먹고를 따지자는 건
어느 정도 이하를 '먹어도 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는 이상 무의미하거든.
그런데 그러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할 건데?
그 기준을 세울 때 개는 먹으면 안 되고 소, 돼지는 먹어도 된다는 선을 세울 근거가 뭐가 있는데?
그런 건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야."
"그래도 단순히 IQ 같은 지능뿐만이 아니라,
개 길러보면 알겠지만, 공감능력도 높고……."
"그런 소리를 하려면 소랑 돼지도 길러본 다음에 논하는 편이 좋겠다.
그 정도 공감 능력은 걔들도 있어. 적어도 우리가 아는 바로는."
놈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말한 네 논리대로라면 뭣보다도
다 큰 낙지를 산 채로 먹는 전통이야말로 가장 야만적이고 없어져 마땅하지 않겠냐?
죽는 과정은 산채로 씹히거나 위산에 녹여지는 거니까 그 어떤 도축 과정보다도 비인도적이고,
심지어 지능도 엄청나게 높은 바람에 실험을 이유로 해부하려면
반드시 전신마취를 받은 낙지여야 한다는 법을 세운 곳이 있을 정도인데?
근데 정작 산낙지 먹는 거에 딴지 거는 애들은 별로 없더라."
놈이 가만히 있길래 탕을 한 모금 마셔 보았다.
다행히 아직 완전히 식지는 않아서 그나마 먹을만한 상태다.
제대로 먹으려고 입을 벌리던 찰나, 놈이 또 입을 열었다.
"네 논리는 전부
'개고기 먹는 건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다른 곳도 전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그러니 상관없다.' 인 것 같은데.
그거 피장파장의 오류 아니냐?"
이쯤 되자 내가 내 돈 내고 먹는 음식인데도 내 마음대로 못 먹고 있다는 사실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말투가 격해졌다
"그래, 피장파장의 오류 맞지.
하지만 그게 오류이기 위해선
다른 고기를 먹는 거나 그 고기를 얻기 위한 도축하는 과정이
개고기 먹는 거나 개고기 도축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가정을 해야 하거든.
내가 피장파장의 예시로 든 모든 도축보다도
개고기 도축이 특출나게 나쁘다는 말을 하려면
걔들한테 적용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와."
놈이 고민하는 게 보였다.
그냥 이런 무의미한 대화는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고 싶은 입장인
내게는 그저 이 대화를 마무리할 기회로만 보였다.
"너 아마 지금 반려견을 기르는 입장의 심리적 거부감이나 개를 먹는다는 것 자체에서 느껴지는 불쾌감 같은 얘기를 하려다
자기가 논리적이라는 이미지가 부서질 것 같아서 안 하는 모양인데,
사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걸 탓하거나 하진 않아.
개를 먹는다는 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더 꺼려지는 쪽도 있겠지.
반려로 삼을 정도로 애착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거부감이 드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아무리 강한 감정이 실려있더라도 그건 결국 자기 취향일 뿐이고,
자기한테 꺼려진다 싶으면 자기가 안 먹으면 되는 것뿐이야.
아예 같은 논리에 환경 차원 같은 이유까지 붙여서
채식주의를 하는 편이 좋다고 주장한다면 머리로라도 이해하겠어.
하지만 딱 개고기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결국에는 그저 남에게 자기 취향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다행히 놈은 그 뒤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평화와 고요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자
배가 차면서 마음도 풍족해져서 그런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놈의 머리털을 핥아주며 말했다.
"우리랑 닮은 동물을 먹는다는 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거 나도 이해해.
네가 개고기 싫어한다는 거 까먹고 보신탕집 온 나도 잘못했어. 미안.
저녁에 인간 사줄 테니까 화 풀어. 응?"
놈이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솔직히 인간도 먹기 좀 꺼려지는 게,
예전 연구 같은 거 보면 걔들도 좋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교육받으면 머리 꽤 좋다고 하던데……."
"에이, 어차피 식용으로 쓰이는 애들은
평생 우리 속에서만 살다가 생후 1년 이내로 도살되는데 걱정도 팔자네.
소, 돼지나, 하다못해 낙지도 도살당할 당시의 지능으로만 따지면 1년 산 인간보다는 머리 좋아.
게다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
우리랑 비교하면 결국 전부 무뇌아 수준이잖아.
소나 닭이나 인간이나 도토리 키재기지 뭐."
놈 꼬리가 축 쳐져 있는 걸 보아하니 여전히 꺼림직한 모양이다.
개그나 쳐서 기분 풀어줘야겠다.
"내가 채식주의를 하는 편이 논리적이라고 괜히 빼지 말고, 그냥 먹자. 응?
그리고 인간이 몸에도 얼마나 좋은데. 인생지사 GHI라고들 하잖아.
고져스(Gorgeous)한 나(I) 자신이 되기 위해선 그 사이에 인간(Human)이 있어야 한대.
……게다가 뭣보다도 존맛 아님?"
여러모로 정곡이었는지
놈이 멋쩍은 듯 씩 웃으며 뒷발로 귀밑을 긁었다.
"인간이 좀 맛있긴 하지ㅎㅎ"
"ㅋㅋㅋ그래. 그러니까 정 켕기면
'인간아 미안해ㅜㅜ 맛있는 네 탓이야ㅠㅠ'
한마디 한 다음 먹어ㅋ"
"ㅎㅎ 그럼 이왕 먹는 거 세 명 먹어야지."
"너 이 새끼 봐주는 틈 타서 개기지 마랔ㅋㅋ"
※주: 원본 언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인간 여러분께서 상황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알맞은 예시 및 현지화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의역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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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인물들의 논리 및 주장은 제 신념과 다릅니다.
※이 글의 취지는 두 논리 중 어느 하나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단, 이와는 별개로 저의 필력 부족으로 바라지 않았던 논란이 일어나거나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불쾌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경우 글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