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시까지 학원다닌다.
오해하지마라. 중고딩 아니다. 걍 취업난에 못이겨 억지로 영어학원다니는 수많은 불쌍한 중생들중 하나일뿐.
뭐 그래. 별로 상관은 없는 얘긴가.
내가 다니는건 회화코스다.
강사는 외국인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석사까지 따고온 경력의 소유자. 한국어 영어 둘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하는 여자다.
수강생은 10명 남짓. 오늘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절반정도만 왔다. 하긴 원래 월말이 가까울수록 점점 오는 사람이 줄어든다.
하지만 난 이래뵈도 3개월 연속 무결석의 성실한 이미지의 남자다. 그래서 같은 클래스 사람들에게도 나름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인원이 많지 않다보니 강의실도 그리 크지 않다.
뭐 암튼.
회화수업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굳이 크게 얘기하지 않아도 아주 잘 들린다.
오늘 수업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항상 흘러가는대로 흘러갔고, 항상 가던 코스 그대로 갔다.
우리반은 항상 수업끝나기 전에 테스트를 한다. 숙제로 단어숙어 외우기가 있거든. 이게 은근히 압박이다.
테스트 시간이다. 모두 주섬주섬 필기구와 종이를 꺼낸다. 나도 준비했고.
앞에서 강사가 하나하나 문제를 부른다.
3번쯤 됐을때였나.
나한테 카톡이 왔다.
나한테 온 카톡인건 어떻게 아냐고?
난 항상 벨소리랑 카톡을 내 입맛에 맞게 설정해놓는다. 그래야 내폰인걸 알수 있고 누구한테 전화왔는지도 알수 있으니까.
그렇다고해서 학원 수업시간에 벨소리로 해놓는 ㅄ은 아니다. 걍 오늘은 실수였을뿐.
근데 문제는 타이밍과.... 그 카톡을 보낸 놈이 문제였다.
카톡을 보내는 타입은 여러가지다.
여러문장을 한번에 딱 보내는 스타일이 있고, 한번에 보낼수 있는 문장인데 되게 여러번 끊어서 보내는 스타일이 있고.
이런거지.
나 지금 종로3가인데 오늘 뭐하냐? 라고 한번에 보내는 사람이 있고
나 지금 종로3가인데
오늘 뭐하냐? 라고 몇번 끊어서 여러번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고.
그래... 하필이면 후자였다.
적막을 감도는 강의실 허공을 가르는 나의 카톡 알림음.
데마thㅣ아~~ 데마~데마~데마~데마thㅣ아~~~~~
ㅡㅡ;;;;;;;;;;;;;;;;;;;;;;;;;;;;;;;;;;;;;;;;;;;;;;;;;;;
버퍼링 걸릿듯한, 디제이가 믹싱을 하는 듯한 럭스의 데마thㅣ아~~~~
완전 빵터졌다.
알아듣고 웃는 사람도 있었을것이고, 걍 상황이 웃겨서 웃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하필이면 테스트 시간에....
내폰에서 울리는 데마thㅣ아 덕에 잠시 테스트가 중단이 됐다..... 하도 웃느라...;;;
평소엔 얼굴에 철판깔고 잘 다니는 나지만 오늘은 조금 쪽팔리드라....
아아....
딱한번 진동으로 해놓지 않는 실수를 한건데...
그 딱한번의 실수가 너무 크게 터졌다...ㅡㅡ;;;;
아아.. 그동안 쌓아왔던 내 이미지가 단 한번에....ㅠㅠ
흑흑.
자. 다들 폰관리 잘하자. 쪽팔린걸 떠나서 공공장소에서는 폰은 진동으로 해놓는게 매너다.
그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