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히로시마의 심령 스폿, 소녀원에서 내가 10대 시절 겪은 이야기다.
소녀원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게 되어 폐허가 된 여자형무소의 별명이다.
10여년 전에는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 중 하나였다.
당시 면허를 막 따서 운전에 맛을 들인 젊은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심령 스폿을 돌아다니곤 했거든.
코이 언덕이니, 우오키리 댐이니, 나바라 계곡이니 여러 곳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녀원은 차에서 내려 폐가가 늘어선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는 분위기 사는 곳이었다.
그날은 꽤 사람이 몰렸다.
남자 셋, 여자 셋.
친구네 아버지 승합차를 타고, [소녀원에서는 살해당한 왕따 수감자 귀신이 나온대!] 라는 둥, 지어낸 이야기로 여자애들을 겁주고 있었다.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 소녀원에 도착한다.
입구 앞에 차를 세웠다.
세단이 한대 서 있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데를 갈 리도 없으니, 누가 먼저 왔다는 거겠지.
에이, 분위기 팍 죽네.
먼저 온 차가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차를 세워두고, 소녀원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연결로와 교차되는 중앙 통로를 따라 들어가지만, 누가 먼저 와 있을터다.
우연히 마주치면 재미없으니, 좀 옆으로 돌아서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뒤라고는 해도 골목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산길로 오르듯 가서 건물 창문으로 들어간다.
남자놈들끼리는 신선하다느니 떠들었지만, 여자애들은 좀 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역시 앞으로 가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바뀌어, 창문으로 다시 나가는게 아니라, 현관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딱 먼저 온 사람들과 마주친 것이다.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6명 모두 비명을 질렀지만, 곧 안도의 웃음이 쏟아졌다.
상대는 4, 5명 정도.
여자가 둘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깜짝 놀랐네!] 라느니, [완전 쫄았어!] 라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상대가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다.
정말 아무 말 한마디 없이, 우리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해 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잔뜩 위축되서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뭐야, 저거...], [무섭잖아.] 하고 떠들어대며,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다시 나오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건물에서 나와,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 누군가 [어쩔거야? 기분 나쁜데 이만 돌아갈까?] 하고 말을 꺼냈다.
여자아이 중 한명이 엄청 무서워하면서 싫다고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만, 원래 겁쟁이인데다 안까지는 갔다가 돌아오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가버렸다.
결국 거기서 안까지 들어갔다가 입구에 돌아올 때까지, 먼저 간 사람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안 만났네.] 하고 말해대면서 밖으로 나오자, 그 사람들이 입구 앞에 세워둔 세단 근처에 있었다.
[우와, 벌써 나와있잖아.]
[돌아갈까... 아니, 근데 저 녀석들 뭐하는거지?]
4명이 각각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에 타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쪽을 보면서 서 있었다.
우리 차로 돌아오려면 그 사람들 옆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그 동안에도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증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째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나서 기분 나쁜 분위기가 가득했다.
친구 중 한놈이 그걸 견디지 못했는지, [너희들 뭘 보고 있는거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웠기에 다들 움찔했는데, 정작 상대는 전혀 주눅드는 기색 없이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어서 가자고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시켰지만, 그 녀석들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다들 [뭐야, 저게... 기분 나빠.], [짜증나네, 진짜.] 하고 투덜거렸다.
서부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한바탕 짜증을 늘어놓다가, 문득 [그래도 귀여운 여자애 한명 있었지 않았냐.] 하고 이야기가 나왔다.
[너 잘도 보고 있었네. 누구?]
[머리 짧은 애.]
[그런 애가 있었나?]
[있었어.]
[완전 별로다, 너.]
운전하던 녀석이 [아니 그건 그렇고, 여자가 있었다고?] 하고 말하자, [그건 좀 심하지 않냐?]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대로 안 봤었나... 아니, 여자애가 있던 거 같지가 않은데...]
그러는 사이 이야기가 바뀌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 차는 어떻게 타고 왔지?]
[뭔 소리야, 자기네 차 타고 왔지.]
[그 차에는 다 못 탈거 아냐.]
[트렁크에라도 타나 보지.]
[엥? 뭔 소리야?]
[아니, 그거 한 대에 다 못 탈 정도였잖아.]
[어라, 5명이면 탈 수 있잖아.]
어?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장난치는 건가 싶었지만, [4명 아니었어?], [아니, 일고여덟명은 됐는데.], [진짜? 어디? 차 안에 타고 있었어?], [있었잖아, 다들 차 주변에!] 하고 다들 의견이 갈렸다.
나도 거기서 한마디 보탰다.
[차 주변에는 네명 밖에 없었어. 너희가 말하는 주변이라는 건 어디 이야기냐.]
[아니... 차 주변이라고, 차...]
말이 맞던 여자아이에게도 물었다.
[봤어?]
[응, 나도 일고여덟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라?]
[나... 4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4명밖에 못 봤어. 문마다 한명씩.]
[그렇지? 나도 그랬는데.]
차 안에 정적이 감돈다.
[아니아니, 8명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4명은 확실히 아니야.]
[그러면 다 어디 있었다는건데?]
[차 주변에...]
[4명 밖에 없었다니까!]
말싸움같이 되어갈 무렵, 운전하던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두명 밖에 못 봤어.]
결국 제대로 답은 나오지 않고, 다들 등골만 오싹해졌다.
그 후 여자아이들은 다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남자 3명만 남았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싶어, 다시 한번 소녀원에 가보기로 했다.
소녀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새벽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려 도착했다.
시간도 꽤 흘렀기에, 솔직히 이미 없을거라는 생각이었다.
소녀원에 접어드는 길, 입구가 보이는 코너를 돈 순간.
운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있어.]
[거짓말... 진짜로?]
보니까 차 주변에... 4명이 있었다.
[4명이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1, 2, 3, 4... 4명이지...?]
[너... 어디 보고 있는거야?]
다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것보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거지?
갑자기 무서워진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운전하던 녀석은 급히 후진했다.
다들 입을 다문채, 그 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뒤, 다른 친구들과 소녀원에 갈 일이 있었다.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섭다고 말하면 겁쟁이 취급 당할 것 같아 말도 못 꺼냈다.
소녀원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쳤다.
그날 봤던 세단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다른 차인가 싶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그때 그 차였다.
그때부터 계속 거기 있었다는 듯, 먼지투성이에 주변에 풀이 무성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만약 그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죽을 것 같았기에, 그날은 소녀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소녀원은 담력시험이 시끄러워 주변에 민폐라는 민원 때문에 헐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안심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걸리는 것이 남아있다.
소녀원 앞에 차가 있는한, 언젠가 어디선가 그 녀석들과 갑자기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1997년 전후해서, 하얀색 오래된 카롤라였다.
그게 언제까지 있었는지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역시 모르고 사는게 더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