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들어와서 3년만에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부모님께 숨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서
사귀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쯤 직접 말씀드렸습니다.
학창시절 새 친구가 생기면 항상 물어보시던 질문들을 또 하시네요.
어디 사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부모님은 뭐 하시냐, 형제는 몇 명이냐...
두 분 다 공무원이시라 그런지 안정적인 집안 환경에 굉장한 가치를 두시는 분들입니다.
아버지한테는 얼버무렸고, 어머니한테는 사실대로 자영업 하신다고 말씀드렸더니
노골적으로 꺼려하시면서 그냥 아버지한테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제게 정을 너무 많이 주지 말랍니다. 나중에 결혼하자고 하면 어쩌냐면서...
글쎄요.
저는 아직 스물 두 살이고, 결혼은커녕 당장 한두 달 앞, 졸업반, 졸업 후까지 어찌될지 잘 모르는 학생입니다.
제 남자친구는 굉장히 착하고, 섬세하고, 배려심 깊고, 주변 어른들께 항상 칭찬만 듣고 사는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친구고요.
친구로 알고 지낼 때부터 다정다감한 모습이 좋았고, 저를 위해서 담배와 롤까지 끊고 술도 확 줄였습니다.
그렇다고 집이 뼈빠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나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결혼하기에는 어떤 남자일지 몰라도, 반 년 남짓 사귀면서 저에게 한 번도 실망을 준 적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제가 단지 이 친구의 환경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 마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말아야 하나요?
설 연휴 때 어머니 말씀을 듣고 너무 충격받아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다 저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그래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