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에 투표란 것이 왜 생긴 것입니까?
투표란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 내지는 평가하는 수단"
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애시당초에,
평가, 심판이야말로 투표의 가장 기본 기능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심판기능을 제외하고 투표를 하자?
이건 칫솔을 가지고 이빨을 닦는거보다 세차하는데 쓰자는 군대 농담 수준의 일입니다.
국개론을 저도 참 싫어합니다만,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에서 왜 "시민"들에게만 투표권을 주었습니까?
창을 들고, 방패를 들고 나라를 지킨,
노동에 매몰되지 않고, 토론과 학문을 향유하여 지적으로 성숙한
사람들 만이 정치 행위에 참여하여, 투표를 통해 "심판, 내지는 평가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다
이래서 시민들에게만 투표권을 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생산계층에게는 정치행위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르게 되는 것입니다.
자격이 없는 자가 정치에 참여 하는 일에 대한 아테네 사회 전반에 퍼진 부정적인 인식을 극단으로 끌고 간 것이 철인 정치입니다.
고대 그리스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정치라는 행위는 개인의 정의, 내지는 질서(코스모)를 향한 인간의 내부의 신적인 부분이 폴리스 전체에 나타나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고대 그리스의 인간론을 들고 와서 조금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질서를 향한 인간 내부의 신적인 부분, 혹은 쉽게 "정의"야 말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부분이며, 이 동물과 다른 면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것이 정치라는 것 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정치가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과 완전히 같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한데, 보통, 평등, 직접, 비밀의 사원칙 아래, 그리스보다 더욱 정치적으로 발달했다는 오늘날의 정치가 고대 그리스에서 생각하던 정치의 기본조차 이루지 못한다면, 이것은 과연 발전인지, 퇴보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P.S.
저의 글이 너무 철학적이고 사변적이며 현학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근본은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이상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공동체를 움직여 나가는 행위입니다. 멀리는 사회 계약설부터, 가까이는 복지 국가론까지, 약육강식의 두렵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조금더 "인간답게- 사실은 이 인간답게라는 말 자체가 이상 세계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 " 살기 위해서 사회가 어떻게 작동해야하는지 이야기 하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왕권 신수설도 그 근간에는 "신이 다스리는 세계가 조화롭고 인간에게 유익하기 때문에~"라는 기저 논리가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