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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793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의일요일
추천 : 0
조회수 : 328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4/30 10:20:56
나는 A대학의 수위이다.


해가 지고 늦은 저녁시간이 되었다.
마감하기 위해 마지막 건물을 순찰하고 있었다.
건물 안 이곳 저곳을 순회 하던 중, 잠깐 소변을 보고 싶어 2층 화장실에 들어갔다.
마침 센서등이 늦게 반응해 어두웠던 찰나 
바지춤에 오줌이 묻은 것 같다. 
"제길, 이놈의 대학은 보수를 한다고 말만 떠들썩하게 내세운단 말야."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씻고 
거울에 비친 나의 주름진 얼굴을 이리 저리 살피던 중,
3층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남학생 두 명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장난치곤 좀 심하게 다투는 듯 보였으나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갔다.
그리고는 윗층까지 순찰을 마쳤다.
손전등을 들고 옥상을 점검하고 내려오며
5층 창문 너머로 마지막으로 남은 학생이 캠퍼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업무를 마친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위실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뜨자, 여느때와 같은 지루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해가 뜨기 전의 새벽녘이였지만, 옷을 주섬주섬 입고 눈을 비비며 수위실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하는 일은 건물을 대충 둘러보고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키는 정도다.
나는 조금 있으면 공부하러 올 학생들을 위해 강의실 문을 열고 있었다.
건물의 상태는 여느 날과 같았다.
다만 2층 화장실의 센서 불이 꺼지지 않고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별 다른 일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복도에서 고개를 넣어 화장실 내부를 대충 들여다 보았지만, 역시나 누가 있을리가.
"이 망할놈의 대학은 그렇게 받아 쳐먹은 등록금을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 
낙후된 시설을 고치는게 우선이 아닌가?"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잠시 후면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을 보며 기운을 차린다.
정년이 되어 별 다른 일은 하지 않는 나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를 관리한다는 것이 새삼 뿌듯하다.
그렇게 내 수위 생활의 하루는 간다. 

출처 http://www.soccerline.co.kr/slboard/view.php?uid=1988183550&page=10&code=locker&keyfield=&key=&peri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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