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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오가는 편지(중복 가능성 크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게시물ID : humorstory_998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꾸는식물
추천 : 13
조회수 : 47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07/01 15:09:28
<이등병> 

부모님 전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남았는데 어제 무좀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부쳐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네 엄마는 먹을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무실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투덜~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되. 어떻게 군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기가 돌아 미치겠어 
글구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졌으니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그리고 놀라지 마.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뒤집어져서 고장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된대~ 
엄마... 100만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음주까지 어떻게 안될까? 



[ 어머니 => 아들 ] 


<이등병>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에서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보고 밤새 울었단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잘하길 빌겠다. 


<일병> 

아들 보아라. 

휴가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한달 가계부가 정리가 안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구나. 
다음 휴가 나올때는 미리 연락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_-;;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네 아빠 군대 때는 그냥 줬다던데.) 


<상병>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 자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의 휴가는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닮아 저 모냥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둘이 대판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결정났으니 그리 알거라 ^^ 


<병장> 

니 보직이 PX 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땡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말로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았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창고로 쓰고 있다. 
벌써 26개월이 다 지나간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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