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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원 선생입니다. 하소연 한번만 할께요
게시물ID : gomin_1420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대생군인
추천 : 6
조회수 : 55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5/01 23:38:22
저는 학원 강사입니다.
평범한 중학생 대상 학원 강사입니다.
입시학원은 다녀본적도 다닐 생각도 없이 보낸 학창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은 학원 강사입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교사가 꿈이였던 사람입니다.

초등학교때부터 막연하게 꿈꾸었던 장래희망이였고
중학교때는 구체화되어 과목이 정해졌으며
고등학교때는 그 꿈 하나만 보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수능 성적표를 받는 순간...
아.. 나는 선생이라는 직업은 못가지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그 꿈을 버리고 제 2의 꿈을 찾아 떠난 병신같은 남자입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좋은 기회를 통해서 학원 강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선생님이셨습니다. 
돌아가실때까지 아들인 저희 형제들 보다 본인의 반 학생을 더 걱정 하셨고
단 한달이였지만... 그 한달동안 담임을 하셨던 학생들이 본인의 죽음으로 조금이나마 충격을 받을까봐 학교에 알리지 말라고 하셨고..
28년간의 교직생활동안 학생에게 한번의 체벌도 없으셨고
약 15년간을 강원과고,제주과고등 특목고에서 근무하시며 고생하신 분이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야간학습이니 뭐니 하면서 늦게 들어오실때마다 짜증도 내고 했지만
고등학교 진학후에는 그런 아버지의 늦은 퇴근도 자랑스러웠고
제 진학문제로 아버지와 싸웠지만 아버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감사했으며
아버지와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비록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단기로나마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참... 
이런게 교사일이구나, 이런일을 아버지가 28년간 하셨구나 생각하면 참...

오늘 학원 학생과 상담을 했습니다.
이번 성적을 말해달라고 하니 학원 학생이 울더라고요
저는 과학담당이지만 그 학생의 담임도 맡은 까닭으로 상담하는데.. 학생이 울더라고요..
본인이 수학 공부한거에 비해서 성적이 안나왔다고...
평균 80점대 맞아서 우는 학생을 보면서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거든요..

사실 다른 학원 선생님들은 제게 너무 열정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시험기간 주말에 학원에서 나머지 공부 하고 싶다고 하면 제가 남아서 같이 공부 해주고
시험기간 보충수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늦은 시간까지 수업도 했습니다.

학생이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데, 공부할려고 마음먹은 학생에게 쓴소리, 선생님 힘드니까 하지 말자는 말 못하겠어요..
아버지가 제게 그러셨거든요..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교사로서 먼저 포기하지 말아라' 라고요..

후...

오늘 상담을 하면서 같이 울었던 학생이 꼭.. 좋은 학교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냥 하소연이에요..

이런 병신같은 바보같은 선생도 있다는 점 꼭 알아주셨으면 좋겟습니다.

학교선생님들이 고생하시는거 알고, 학교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학교선생님들이 학원을 너무 나쁘게만 생각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이 써놓은 글이라... 내일 술깨면 어떤기분일지 모르겠지만...

한번쯤 이런 말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학원 학생들에게

어떨때는 동네 바보같은 선생님이지만 너희들에게는 
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어
동네 바보같은 동네 아는 친구 같은, 동네 아는 오빠같은...

친근한 선생님으로 기억됬으면 좋겟다

어쩔때는 무서워도 항상 웃으면서 너희를 봤으면 좋겠다.

매번 너희에게 좋은말 보다는 현실적인, 당장 직면한 예기만 해주지만
고등학교, 대학을 가서도 내 조언이 너희에게 도움이 됬으면 좋겠고..

나중에 너희가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도 동네에서 만나면 좋은 오빠 좋은 형 좋은 바보로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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