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과 동시에 전과를 하고서 어느새 2달이 지났고, 첫 시험이 끝났다.
공돌이지만 학교 커리큘럼대로 전공과 관계없는 경제 같은 강의도 수강했다.
아는게 늘어나는 것 같지만, 정작 이런 성취감과는 상관없이 성적은 제 갈길을 따로 파고있다.
물론 일부는 상위권에 위치하고, 평균 점수 이하의 과목은 없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턱없이 부족한 것만 같다.
군대가기 전, 기타 치며 한량처럼 놀던 선배는 아직 졸업을 못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남다른 재능으로 신입생 때부터 촉망받던 형님은 모 대기업에 들어가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저렇게 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던 형은 졸업 유예를 하고
마치 배터리 라도 다 닳아버린 로봇 처럼 하루 종일 도서관에만 앉아있다.
누구 못지않게 평범하게 살아왔고, 누구 못지않게 평범하게 노력했으며,
누구 못지않게 평범하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함'이라는 개념은 이미 범인이 꿈꾸기엔 손도 닿지 않을 높이까지
끌려 올라간 것 같다.
평범하게 취직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이상이 뭐길래
이 많은 청춘들이 하고픈 일도 다 져버리고 공허한 표정으로 챗바퀴만 돌리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