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 아들, 18개월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능하면 티비를 보지 않도록 애쓰지만 그러려면 애들한테 항상 붙어 있어야죠...
어쩔 수 없이 노트북에 물려 모니터로 쓰던 30인치 티비를 거실에 놔두고 아침, 저녁시간에만 EBS를 틀어줍니다.
그 이후 자기도 모르게 티비 앞으로 몰려드는 아이들을 뒤로 물리려고 참 많은 애를 썼습니다.
가까이 가면 티비를 꺼보기도 하고 벌을 세우기도 하고... 다 소용 없더군요.
그러다가 아이가 도깨비나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희한하죠 그런 이야기를 안해도 어딘가에서 듣고 무서워 한다니....
그래서 잠이 들기 전에 이야기를 하나 해줬죠.
"사랑하는 아들아 티비속에는 아들처럼 작고 이뻤던 꼬마귀신이 살고 있단다.
그 귀신은 원래 아들처럼 작고 이쁜 꼬마아기였는데 티비를 너무 좋아해서 티비속으로 들어가버렸어...
티비에 들어갔더니 너무나 캄캄하고 무서워서 다시 나오고 싶었는데 나올 수가 없었어.
다시 나오려면 자기처럼 작고 이쁜 아기를 데리고 와야 나갈 수가 있대.
아들아, 너도 모르게 티비에 가까이 가게 되지?
그건 그 꼬마 귀신이 우리 아들을 티비속에 들어오게 하고 자기는 엄마아빠 보러 나가고 싶어서 부르는거야
아빠는 우리 아들이랑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은데.. 아들이 티비속에 들어가면 참 슬플거야"
이런 이야기를 해준 뒤에 아이들이 티비에 가까이 갈 때마다
"아빠 버리고 갈거야? 흑흑 티비속으로 들어가지마~" 하고 우는 시늉을 해줬더니
티비가 켜 있을 때는 얌전히 뒤에서 보네요.
부작용이 있습니다. 큰 티비가 있는 집에선 저도 티비 근처에 못 가게 합니다.
집에 있는 티비는 아빠가 못 들어가서 괜찮은데 큰 티비에는 들어갈 수 있다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