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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노란 리본이 못마땅했어요.
게시물ID : humorbest_999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bertine
추천 : 46
조회수 : 2820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1/08 06:35:42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1/07 15:01:50
처음 이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이 하나 둘씩 유행처럼 카톡 프픽이나 페이스북 디피를 노란 리본으로 바꿀 때 
전 너무 못마땅했어요. 

태생이 삐뚤어졌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삐뚤케 보는 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애도'가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나 이렇게 개념있는 사람이야'라고 보여주는 것 같은 허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 중 노란 리본을 걸고 있으면 물어봤죠. 

'저 말도 안되는 기적을 바라는 노란 리본을 보면 유가족들과 지금 수색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진정 고마울꺼라 생각해?
기적은 무슨 기적. 기적은 없어. 유난 떨지마.'

차디찬 제 말에 사람들은 치를 떨었고 제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지 않냐라고 대꾸했죠. 
하지만 전 지금 아픔을 느끼고 있는 분들은 저처럼 그들의 노란색 물결이 가소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적으로 이제 물속에서 며칠을 보낸 아이들을 구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고 기적은 없을꺼라고 믿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복을 빌며 천사가 되버린 아이들과 남겨진 가족들과 친구들을 달래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기 위핸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처럼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문구를 걸어놓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신들이 믿는 신의 손을 빌려 그 들을 평안케 하게 기도를 하거나 
경제적으로 도와주거나 아니면 진심어린 편지를 쓰는게 훨씬 낫다고 믿었죠.
사실 우리 말고 정부에서 도울 수 있는게 어차피 훨씬 크다고 느꼈고 우린 거기에 약간 보태면 그것이 우리의 최선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 모든 사람들을 통틀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은 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안해도 정부에서 알아서 할꺼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은 정말... 

기적이 필요한 움직임이더군요. 

몇달이 지나도 유가족들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커져가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커녕 최소한의 진심어린 애도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더군요...
그 사이에 카톡을 장식하던 수많은 노란 리본들은 예쁜 셀카, 내 소중한 인맥과 찍은 사진들로 바꼈고 세월호는 잊혀졌어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우린 기억해야 합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일들. 
기적이 필요 없었다고 믿었던 이 사건이 이렇게 쉽게나 잊혀질지는 몰랐어요. 

잊지말아야 해요.

사람들이 기억하고 
정부가 움직이는 것 
내가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은 기적같은 일이니깐 
나부터 시작하려고요. 

그렇지만 기적을 바랬던 착한 영혼들의 바램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졌어요. 

노란 리본의 뜻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노란 리본을 지금 다는 것. 
그것은 기적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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