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축구선수는 플레이로 자신을 증명하는거죠. 복서는 상대방을 다운 시키는 것으로, 레슬러는 상대방을 메다 꽂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것 처럼요.
축구선수는 태클로, 드리블로, 슈팅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 특별히 잘 하는 플레이는 축구선수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지성 선수의 활동량과 공간침투 능력은 굉장하죠. 피를로의 탈압박과 중장거리 패스, 사비의 숏패스와 볼키핑, 이런 빛나는 개성들은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능력들이 감독의 의견보다, 팀이 원하는 플레이보다 우선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피를로나 알론소처럼 중장거리 패스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티키타카를 주 전술로 삼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게 된다면, 자기들이 아무리 롱패스를 잘하더라도 패스를 짧게짧게 가져가는 것이 맞는 겁니다. 팀 전체가 티키타카를 하고 있는데 혼자서 롱패스를 뻥뻥 질러버리면 팀에는 굉장한 민폐가 되겠죠.
강팀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큐피알이나 위건 같은 하위권 팀들이 첼시 같은 강팀이랑 경기를한다고 치면 강력한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 한 다음에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 상황에서 자긴 수비같은것 하지 않는다며 수비를 하지 않는 선수는 팀에는 굉장히 큰 실례가 되겠죠.
물론 특정 선수가 굉장히 뛰어나다면 그 선수 위주로 전술을 짤 수는 있어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메시나 호날두 선수는 정말로 특별한 케이스예요. 그런 선수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이자,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 선수들은 팀의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메시는 한 때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오른쪽 윙포워드나 공격현 미드필더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호날두 역시 맨유 시절에는 득점 욕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측면에서 뛰는 역할을 받아들였었지요. 현재도 그들은 팀 내에서 감독만큼이나 큰 존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감독과 팀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
도리어, 재능은 빛이 났지만 팀 내부의 규율과 의견을 존중하지 않아 롱런하지 못한 선수의 예는 유럽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발로텔리가 어땠죠? 악마의 재능이라며 온 유럽이 그의 재능에 주목했지만 넘치는 재능에 비해 팀 내부의 규율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지금 그를 그저 그런 스트라이커로 전락하게 내버려뒀습니다.
카사노, 조이 바튼, 등등..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개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선수들은 결국 그저 그런 선수로 남고 말았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지만, 유럽에서는 개성만큼이나 팀웍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명한 감독들, 예를 들자면 퍼거슨, 카펠로, 무링요, 안첼로티, 벵거, 뢰브 등등.. 유명한 감독은 하나도 빠짐없이 팀 규율의 중요성을 언급하죠.
벵거는 선수들의 식사습관을 통제했고, 퍼거슨은 사생활을 통제했지요. 카펠로 역시 철저한 규율로 유명한 감독이었구요.
이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왜냐구요? 감독의 의견대로 팀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한 팀으로써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팀이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혼자 공격하고 싶다며 무턱대고 앞으로 전진하는 선수가 팀에 도움이 될까요?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개성이 넘치는 수퍼스타들도 사실은 규율을 강조했던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자면,
"나는 즐라탄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선수도 실제로는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선수로 유명하죠.
특히 인터밀란 시절에 발로텔리가 팀웍을 해치는 행동을 하자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널 씹어먹고 말테야'라고 말했던 일화는 유명하죠.
이 선수가 강조하고 싶었던 개성은 필드 위에서의 개성, 축구로써의 개성을 살려달라는 거였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개성을 요구하는게 아니었어요.
즉, 축구적인 이유로써의 개성을 존중할 것을 요청받았던거죠.
자신의 개성이 강한 덕분에 종종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예를 들자면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자신이 측면으로 배치받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감독과 마찰을 일으켰는데요,
즐라탄은 난 가운데에서 뛰고 싶으니까 거기 배치해줘, 라고 단순히 뗑깡을 부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즐라탄 선수는, 190이 넘는 키에 스피드가 빠르지 않은 자신을 측면에 배치하는 것은 자기의 능력 뿐 아니라 팀의 전력에도 도움이 안되니까, 만약에 감독이 즐라탄의 능력을 신뢰한다면 즐라탄을 측면이 아닌 중앙에 배치해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죠.
그게 난 측면에서는 뛰지 않겠다는 뜻도 아니었고, 감독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즐라탄 선수는 감독이 자신에게 "페라리나 포르쉐 끌고 오지 마" 라고 했을 때 기분이 나빴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감독이 그러한 말을 한 이유를 알겠다며 팀 규율을 존중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죠.
이 외에도 개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선수중에서 규율을 따르고 다른 선수들도 그 규율에 따를 것을 강조했던 선수들의 예는 수없이 많아요.
에릭 칸토나, 로이 킨은요? 필드위에서는 화끈하고 개성넘치는 플레이어였지만 락커룸 내부에서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선후배 질서를 강조했어요.
긱스, 스콜스 등 퍼기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맨유의 전통적인 엄격한 선후배문화는 더욱 유명하죠.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예요,
가투소, 데 로씨, 부폰, 토티 같은 선수들은 자기 자신이 개성이 넘치면서도 팀 내부의 규율을 존중하고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죠.
특히 가투소 선수는 굉장히 열정이 넘쳐서 골을 넣으면 기분이 좋으면 감독에게 헤드락을 걸 정도로 거침이 없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락커룸에서는 누구보다도 규율을 강조하는 선수였고, 이걸 공개적으로 여러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이탈리아 대표팀에 많이 있는 덕분에 소속팀에서 한없이 자유로워보이기만 했던 몇몇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되면 팀을 위해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죠. 발로텔리가 그랬고 카사노가 그랬어요.
이탈리아가 객관적으로는 약간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쿼드임에도 불구하고 유로 2012 준우승 등의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독일 역시 그렇죠.
칸, 클로제, 발락, 슈바인슈타이거 등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감독을 중심으로 한 팀 내부의 규율을 다지는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선수들이예요.
개성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그것은 필드 위에서, 축구적인 이유에서의 개성이 존중받아야한다는 거지, 그게 축구를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예요.
굳이 실제 축구까지 갈 필요도 없고, 피파나 위닝만 하더라도 2:2나 3:3으로 해본다면 바로 느낄 수 있을거예요.
혼자서 할때는 턱턱 먹히던 스루패스 같은 것들이, 친구와 같인 편이 되서 할때는 스루패스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수비나 간단한 패스조차도 친구와 합을 맞춰서 하지 않으면 팀이 엉망이 되는 경험, 한번쯤은 해보셨잖아요? 둘이서만 해도 이렇게 되는데, 11명이 모인다면 어떨까요?
팀웍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저 혼자만의 의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은 대다수의 선수들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한번쯤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