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구원과 연인의 구원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네오는 상상할 수 없는 초고속으로 도시의 고층건물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이때 그 충격파에 의해 주위의 건물 창문이 산산히 부서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충격파의 양 날개의 사잇각을 눈으로 어림짐작하면 약 60도. 약식 계산법을 이용해 사잇각이 60도인 두 반직선이 원과 접하는 도형을 그리고 점과 원의 중심 사이를 계산하면, 반지름의 두 배. 즉, 네오는 약 마하 2 (약 680m/s)의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속도 그대로 떨어지는 트리니티를 잡아내는데, 트리니티의 낙하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고, 네오의 몸무게를 80kg, 트리니티의 몸무게를 50kg이라고 합시다.
네오와 트리니티는 충돌 후 함께 움직이므로 완전 비탄성 충돌.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80 x 680 = (80 + 50) x V
V = 418.46
이때 열-마찰로 인해 손실되는 운동 에너지는
80 x 680^2 / 2 - (80 + 50) x 418.46^2 / 2 = 7113979.846 (J)
...네. 약 700만 줄의 에너지가 충돌시에 트리니티에게 전해집니다.
이럴수가. 인류의 구원을 포기한 댓가가 손안에서 산산조각난 연인의 시체라니. 네오는 "잡았다!" 라고 외치며 그녀를 받아들지만 순간적으로 손안에 든 그녀의 몸이 퍼퍽! 조각나며 "어... 어디로 갔지?!" ...더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트리니티의 낙하 속도를 고려한다면 네오와의 상대 속도가 더 증가할 테지만... 아... 참죠. 일단은 최대한 노력해서 그녀를 구해내는 방안을 생각해보도록 할까요.
친구는 이 계산에 딴지를 걸더군요. 에너지 차이만으로 계산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정확한 충격력을 계산하라...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죠. 충격량은 운동량의 변화량. 트리니티 입장에서는 정지상태에서 속도가 418.46m/s이 증가하는 셈이므로 충격량은 약 20000(kg m/s)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네오와 트리니티의 충격시간이죠. 아시다시피 [충격량 = 충격시간 x 충격력] 공식에 의해, 같은 충격량이 제공될 경우 충격시간을 늘이면 늘일수록 충격력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네오의 속도는 마하 2란 말입니다. 아무리 충격시간을 늘이려 안간힘을 써도 1초 이상이 되는 건 불가능할 듯. 게다가, 운동량의 변화 과정에서 충격력은 충격 시간 동안 계속 누적됩니다. ...결국 탁상공론이었습니다. 마찬가지의 결과를 불러올 듯 하군요.
그렇다면,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죠. 네오가 좀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서, 트리니티의 낙하 지점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속도를 줄이는 겁니다. 엘리베이터와 비슷한 원리로 말입니다. 최고 속도 지점에서 마하 4 이상의 속도까지 가속했다가, 트리니티의 낙하 지점에서는 시속 30km 이하의 속도로 감속시키는 거죠.
...하지만 문제가 있군요.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네오의 후방에는 난기류가 형성되고, 거기에 휘말려 수많은 자동차들과 기물들이 섞여 딸려옵니다. 만약 그런 식의 감속을 시도한다면... 수많은 자동차들이 네오를 덮치는 꼴이 된다?!;;;
물론 네오가 자동차에 맞아죽는 어이없는 사태는 없겠지만... 극도의 주의력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상당히 산만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확실할 듯.;;
더군다나, 네오가 급한 나머지 트리니티를 받기 직전에 초 급가속을 시도했다면, 날아온 자동차들이 총상을 입은 트리니티까지 덮치는 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