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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는 건...
게시물ID : animal_1567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난여친이없지
추천 : 8
조회수 : 6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13 23:30:20
옹동스.jpg

술 한잔 해서인지... 그냥 이런 저런 주저리이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라... 제가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건 생각에서 멈출 뿐이었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기에... 당시 연세드신 분들의 기준에서 동물이라고 함은 어디까지나 밖에서 지내야할 녀석이었고...

저희 부모님도... 저와 제 두명의 여동생도 그러했답니다...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친구 집에 가면 부럽기도 하면서도... 우리집은 안될꺼야.. 라는 생각을 매번 가지고 있었죠...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였을거에요... 그때... 학교 야자를 끝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할머니께서...(당시 80세 초반...)

무언가가 담긴 검은봉지를 달랑달랑 들고오셨어요... 저희는 뭐... 경로당에서 귤이나 사과를 가지고 오셨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검은 봉다리 안에서 뭔가가 낑낑거리는 거에요...

저와 동생들은 뭔가 싶어서 할머니가 주시는 검은 봉지를 받아들었는데...


정말 작았어요... 손바닥 하나크기?? 정말 쪼만했어요... 만지는것 만으로도... 뭐라고 할까... 톡 하고 깨질거 같은...

....강아지였어요...

.......

저희는 놀라서 할머니에게 물었죠... 이게 무슨 강아지냐고... 그러자 할머니는 쿨하게 답해주셨어요

윗말에서 고스톱치다가 판을 싹쓸이 하셨는데... 새댁이 500원이 없다고... 500원대신에 강아지 드리면 안되겠냐고...

할머니는 콜...!

그리고는 검은 봉다리에 넣어서 그녀석을 가지고 오신거에요...

그때의 그 충격... 애완동물을 직접 기르게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느낌과 감각... 두근거림은... 정말 최고였어요...

여 동생들도 덩달아 좋아했고... 할머니도 좋아하셨죠...

500원의 행복이라...

물론, 새로운 환경에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녀석은 상당히 겁을 먹었는지 구석에서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희는 한번이라도 더 만져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고... 이름은 뭘로 질까... 많은 시간동안 고민을 했어요...

일주일만에... 멍멍이에서 꼬미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어요... 제가 말한 이름이 선택이 되었어요...

쪼꼬매서 꼬미... 정말 작았어요...


두어달이 지나니... 꼬미는 제법 저와 동생들에게 애교도 부리기 시작했고... 저는 배 위에다가 꼬미를 올려놓고서 잠자기도 했어요...

물론, 동생들의 질투로 크게 두어번 싸우기도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될게 아니었어요...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게... 좋았거든요...


그렇게 꼬미는 집에오면... 꼬리 흔들고 우리를 맞아주고... 아부지가 술에 거나하게 취하고 돌아오셔도 좋아했고...

주말에 비닐하우스로 일하러 갈때도 뛰쳐 나와 따라다니고... 어무이가 읍내로 장보러 갈때도 귀신같이 알고서

뛰쳐나와 차에 올라타있고... 고기 구우면 밥은 먹지도 않고 뭐 그리 고기만 넙죽넙죽 받아 먹는지...

대학교를 타지로 나가... 오래간만에 본가로 돌아오면... 부모님보다도 더 반겨주는게 꼬미였고...

군대 갔을때에도... 부모님과 따라와서 꼬리를 살랑거리던 녀석이었어요...


그러다가 꼬미가 아이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걸 알게 된 날 아부지는 술이 취해서는 누가 우리 꼬미한테 해꼬지 했느냐고

노발대발 하셨어요... 비록... 몸이 너무 작아 아이를 모두 유산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뭐라고 할까... 전 그냥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냥... 뭐 그렇구나... 싶었죠... 별 감흥이나 무언가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옆집 고양이 한테 콧잔등이 긁혀온날이나... 마당에 큰개한테 다리를 물려 다친날에도... 뭐... 나아지겠지 싶었어요...

물론, 여동생들은 고양이랑 그놈의 큰개를 때려죽인다고 한바탕 난리를 쳤지만요...


그렇게 근 12년이 그냥 평범한 일상... 평범한 하루... 무덤덤한 저로 살아갈때였죠...

꼬미도 이빨이 다 빠져... 음식을 못 씹게 되서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삼켜야만 하는 나이가 될때 즈음이었어요...

엄마가 꼬미 배에 무언가 멍울이 크게 잡힌다고 병원을 가보라고 했어요...

울고불고 하는 동생들을 데리고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보니...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요...

왜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냐고... 그거 때문에 현재 몸이 많이 안좋아졌고... 지방들이 몸에서 뭉쳐 덩어리가 된게 많다고...

거기다가 종양같기도 하다고... 그래서 일단 저는 빨리 수술 시켜주세요... 라고 했죠...

그렇게 당일 수술을 하기로 하고... 병원에서 기다리는 그 3시간... 그 감각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수술이 끝나고 꼬미를 봤어요... 그 작은 배에 크게 흉터가 생겨났고...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비틀비틀 거리는데

저와 동생들을 보고서는 낑낑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더라고요...


아... 그때의 그 울컥거림은... 등치도 산만한 놈이... 선생님 바짓가랭이 잡고 늘어져서는 펑펑 울면서 빌었어요...

제발 살려만 달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말하셨어요... 결과는 좋지만 나이가 많은지라... 몸에 많이 무리가 갔고...

길면 6개월정도 살거라고... 물론 항암치료를 받으면 1년정도 살 수는 있지만 큰 효과는 없을거라고...


그날 동생 집에서 참 많이 울었던거 같아요...

그게... 작년 6월이었어요... 지금이 6월이니... 10개월이 지났네요...

삼주전 꼬미의 숨이 가빠지고 밥을 못먹어서 병원에 갔더니... 몸에 큰 종양이 있다고 하네요... 수술을 하더라도 너무 늙어서 못버틸거고...

스스로 나아지는 수밖에 없다고... 그러면서 마지막 말이... 안락사 시키는게 좋다고... 많이 고통스러워한다고...

아... 그말에 전... 선뜻 동의를 못하겠더라고요... 안락사라... 안락사... 꼬미가 물론 힘들고 많이 아프겠지만... 생명을 거둔다고 하는게...

정말 옳은건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아.. 꼬미는 기르는게 아닌... 이제 가족이구나... 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더군요...


아까 저녁에 꼬미가 갑자기 몸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심하게 몸부림을 치더라고요... 정말 가슴이 내려앉는줄 알았어요...

지금 다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밥도.. 물도 못먹고 있네요...

그 모습을 보면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아버지 어머니도 계속 옆에 붙어계시는데...

제 욕심 같아서는 안락사 보다는... 조금 더 힘들더라도 꼬미가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동게에서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많이 슬프다고 하시는 분들의 맘을 조금은 알거 같네요...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시 논두렁이고 비닐하우스고 쏘다니는 꼬미를 봤으면 좋겠네요...

이별을 준비하고... 그리고 그걸 받아들인다는 건... 아직 전 준비가 안 된 모양입니다...
출처 사진은 웹툰의 옹동스입니다...

문제가 되면 내리도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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