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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치치. 여행을 떠나다.
게시물ID : animal_1581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녀와나후끈
추천 : 22
조회수 : 1344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6/05/02 13:34:44
치치는 2008년 8월 초 번3동 강북동물 병원에서 구조해온 아기 고양이입니다.

검은 비닐 봉지에 눈도 못뜬 꼬물이 형제들과 쌓여 쓰래기통에 버려진 것을 누군가 구조하여 동물 병원에 데려왔습니다.
다른 이쁜 형재들은 아깽이때 모두 입양이 되었지만, 
우리 치치는 검은고양이는 재수 없다며 생후 3개월이 다 되어 가도록 동물 병원의 케이지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 크고 나서도 모래에 대소변을 하면 벽을 긁기만 할 뿐 모래로 덮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분당에서 달려가 구조해 올때까지 하늘을 본 적 없는 아기였습니다.  

치치는 데려온 첫 날부터 어찌나 약한지 1달 갓지난 우리 막시와 크기도 차이가 별로 안나더군요.
더욱 마음 아팠던건, 1달이갓 지난 막시도 뛰어오르는 곳을 치치는 뛰어오르지 못했습니다.
케이지 안에서만 살다보니 근력이 약했던 거죠.

한 동안은 건강했습니다.
아마 2009년까지는요.
2009년 겨울 쯤 폐렴이 한번 왔었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에 나가있어서 탁묘를 해주신 분께서 치료를 해주셨어요.

2010년 한국에 입국하고 바로 치치를 데려 왔습니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힘들때라 곰표 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설사와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물 같은 설사를 하루종일 흘리고 다니며, 옷, 바닥, 이불, 벽지 할꺼 없이 온 방이 설사로 얼룩지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병원에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보며 별의 별 검사를 다 했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였죠.

설사가 6개월이 지나자, 저는 설사에 대해서는 포기했습니다.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냥 조금 더 나은 사료 먹이며, 줄어드는 설사에 타협을 했습니다.

2013년 판교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형편도 넉넉해지다 보니 치치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싸운해온 설사의 원인이 예민성 장이라 일반적인 사료는 소화를 못시키기 떄문이라는 결과를 받고 
저 알러지성 사료만 먹이기 시작하자, 치치의 설사가 잡혔습니다.

드디어 설사가 멈추고 저도 이제는 좀 나은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치치도 덜 힘들어 했죠.
 
2015년 10월. 
치치에게 구내염이 왔습니다. 원래 조금씩의 구내염은 있기에 크게 신경은 안썼는데, 침을 흘리며 활동성이 줄어드는걸 보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잇몸은 물론이며, 혀에까지 염증이 번졌다는 겁니다.
송곳니 뒤로 모든 치아를 발치했습니다.

발치 후 항생제를 맞으며 치료를 받으니
치치가 다시 활발해 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맨날 쭈구리 처럼 쭈구려 있지않고 여기저기 우다다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습니다.

2016년 4월 초
치치의 구내염이 또 재발하여 병원에 데려가 잇몸 주사를 맞췄습니다.
고양이가 잇몸 주사를 가만히 맞을 이유가 없기에 마취를 하고 주사를 맞췄습니다.
아마 이때 치치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것 같습니다.

며칠 후 부터 콧물을 흘리며 눈꼽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허피스가 온겁니다.
고양이를 네마리나 몇년씩 키우다 보니 허피스는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에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 약을 먹였습니다.
허피스는 내가 관리만 잘 해주면 곧 나을꺼라고 자부했습니다.
사람 손 타면 금방 났는 병이니 괜찮아 지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치치는 밥도 잘 안먹고, 엎드린 채로 소변을 봤습니다.
치치를 데리고 부랴부랴 2차 동물병원으로 야간 응급으로 입원시켰습니다.
입원하러 가던 길에 치치는 계속 이동장에서 울었습니다.
잘 울지도 않던 아기가...계속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냥 투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마 고양이의 감이었나 봅니다.
가기 싫다는...가면 아빠랑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나온 울음이었나 봅니다.

아무튼, 야간에 도착한 병원에서 별의 별 검사를 다 하고 초음파도 찍고 채혈도 하고 다 해봤는데
원인은 알지도 못한채 4월 30일 아침. 치치의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에 달려가 치치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빠의 품에 안겨 돌아온 치치는 아침도 넘기기 힘들꺼라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밤 9시까지 힘겹게 숨을 내쉬면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밤 9시가 넘어 엄마다 돌아오자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엄마만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그러다 9시 50분 넘어서 부터 숨이 가빠지더니 10시 정각부터 숨을 껄떡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밤 10시 04분 아빠와 엄마가 품에 안고 울어주는 그 안에서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 숨을 뱉지 못한채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우리 치치는 다리도 짧고 뱃살 많고 울음 소리도 폐렴을 앓은 후부터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좀 괴짜같은 아기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였습니다.
겁쟁이지만 사람을 그렇게 좋아해서 아빠나 엄마에게 단 한번도 하악질을 하지 않는 순둥이였습니다.
아무리 뱃살 잡고 괴롭히고 귀 뒤집으며 놀려도 골골 거릴줄만 아는 고양이 였습니다.
어찌나 순한지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면 아기는 치치가 잘 돌봐줄꺼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치치는 순둥순둥 그 자체 였습니다.


아빠가 아직도 병원에 데려갈때 왜 병원에 데려가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려 미안합니다.
아빠가 꼭 다시 돌아와 건강해진 널 데리고 다른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해주지 못한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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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게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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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와 캣중딩 시절의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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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중딩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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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당 치치>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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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 1.55 MB
<뭐? 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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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보다는 날 이뻐해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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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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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따땃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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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 사진 찍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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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지마 산소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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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만 하면 아빠의 가슴팍에 올라와 언제나골골 거리던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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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 후 건강한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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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후 힘들어 하는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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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엄마 수면복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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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을 거둔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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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캣닙과 영원히 잠들 나무 상자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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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치치야. 아빠가 너무 미안해. 미안해. 사랑해. 꼭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아들이 되어줘. 미안해. 사랑해. 우리 애기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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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의 영정사진>
이 사진을 찍을때만 해도 이 사진이 치치의 영정사진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치치야.
아빠가 미안해 우리 애기 아프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어.
아빠는 우리 애기 안아프게 해주려고 병원에 데려갔던 거야.
미안해 치치야. 미안해 치치야.
아빠가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줘. 사랑해 치치야.
고양이 별에서 아프지마 치치야.
치치야. 사랑해. 미안해. 그날 병원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아무 것도 모른체 너무 무서웠지? 미안해. 
치치야. 
다음에 다시 태어나거든 또 다시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 그때는 지금 보다 더 잘할께.
치치야. 사랑해.
아빠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프지 말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렴.

치치야. 사랑해.




치치
2008.06.01(?)~2016.04.30 10: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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