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원룸이지만 창문을 열면 바깥에서 산책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2년동안 우리 고양이는 바깥 생활과 안 생활을 하며 지냈죠. 길냥이들과 싸우고 피 묻히고 오기도 하고, 사이좋은 길냥이에게는 추운 날 집에 데려와 사료를 먹이기도 하더군요.
그때 다른 냥이를 보던 애기의 눈이 참 외로워 보여서 둘째를 들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더 큰 원룸(14평 정도 됩니다.)으로 이사오면서 더이상 바깥생활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애기가 너무 다치기도 했고 나이도 먹어서 일부러 바깥생활 못하게 하려고 이사한 것도 있었어요.
다행히 새 집에 적응은 잘 해 주었습니다만..
제가 일하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됩니다. 늦어지면 12시간동안 일할 수드 있구요. 그 시간 내내 애기 혼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유기묘 보호소에서 입양이 잘 안 되는 성묘를 데려오려고 생각중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어젯밤 아는 선생님과 카톡하는데, 그 선생님은 유기견 보호소 후원도 하고 계시고 지금도 아픈, 또는 아팠던 개를 두 마리 키우고 계세요. 얼마 전 길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을 또 한마리, 그리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두어 마리 더 들이신 건지 총 다섯 마리를 아파트에서 살며 임보 또는 입양 중입니다.
저보다 수입이 더 많다고 할 수는 없는 분이라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제 카톡하면서 애기들 약값 사료값 미용비에 돈이 너무 들어가 힘들다고 하는 선생님의 말에 조금 안타까워졌습니다.
저도 막 새끼 넷을 출산한 어미냥을 임시보호하느라 돈이 엄청나게 들었던 적이 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끝까지 책임지실 분이라는 것도 알고 힘든 마음에 몇 마디 푸념하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저로서는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들이는 것이 솔직히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나니까 둘째를 들이는 게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수입으로 두 마리 건사하는 것이 힘든 일은 아닙니다만 그 뒤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가 걱정됩니다. 저 나름 애기를 위해 둘째를 들이는 거지만 애기 입장에서 반가울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입양이 잘 되는 새끼보다는 입양이 잘 안 되는 성묘를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과연 제 생각대로 가도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고...
저는 아직 입양하지 않은 아이보다 제가 키우는 아이를 우선시하고 싶습니다. 애기가 다른 냥이에게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둘째를 들임으로서 애기와 둘째 모두에게 제대로 된 케어가 되지 않는다면 들이지 않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