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주사하시겠습니까? https://youtu.be/d6e17L3Z_2s



안녕하세요 슬픈 대한민국 수의사 1인 입니다.
왜 슬프냐구요?
수의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려서 입니다.
작년 반려동물 공장 때문에 큰 이슈가 된게 자가진료 부분입니다.
온 국민이 분노했고 그 결과 자가진료 철폐를 포함,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아졌죠.
보호자분들도 수의사들도 만족했지만, 반려동물 공장, 육견, 또한 '일부' 약사들은 펄쩍 뛰었죠.
왜냐면 여태까지 주사를 마음 대로 사서 놨었는데(혹은 맘대로 팔거나) 이제서야 그게 불법이 된다니 억울하시겠죠.
하지만 생각해보시면 알겠지만 당연히 이건 동물학대고 여태까지 동물 복지부분이 미흡하여 벌어진 말도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어머니들이 접종 약 약국에서 사다가 애기 팔뚝에 놓으시던가요?

억울하신 분들은 아 이러면 당하겠다 해서 한가지 수를 씁니다.
바로 "자가진료 철폐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게되어 반려동물의 건강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 " 인데요.
그러면서 '수의사들 이권 때문에 약국에서 사상충도 못팔고 구충제도 못한다! ' 라며 수의사들 탓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상충 예방약의 경우 실제로 사상충 걸려있는 아이들에게 투여할 경우 위험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도 쉽게 살 수는 있지만 꼭 수의사와 상담 후 투여하라고 되어있습니다. 구충제는 애초부터 수의사들이 걸고 넘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수의사 나쁜놈으로 몰아세우다가 잠잠해졌습니다만.

대통령 선거 때 동물복지에 대해 문 후보자님께서 동물복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보호자분들도 기대했고 수의사들도 드디어 수의사가 수의사 답게 되겠구나 했죠.
근데 왠걸.
얼마전 갑자기 이런 기사가 뜹니다.

http://m.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1460

이 기사인 말인 즉슨, "자가진료 반대하긴 하는데 백신하고 사상충약 그냥 맘대로 사다가 알아서 하세요" 라는 겁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동네 약국에서 일본뇌염 백신 사다가 우리 애기 팔뚝에 놔라는 의미죠.

결국 자가진료 철폐한다고 해놓고 백신의 피하 주사는 허용한다는 겁니다.
피하 주사의 경우 부작용 사례가 매우 많고 외국의 경우에도 자가 피하 주사는 수의사 지도하에 하게끔 합니다. 수의사 처방이 없으면 백신이든 인슐린 주사든 뭐든 피하 주사 맘대로 맞추면 불법이란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그냥 인터넷에 쳐보면 피하주사 하는 법 나오고 그거대로 집에서 해도 상관없음요! 불법 자가진료 아니고 동물 학대 아님요!!!



갈 수록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시는 분들이 늘어 현재 1천만명 넘는다고 하더라구요.
거기에 맞춰 우리 수의사들도 많이 공부해야했고 10년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반려동물 진료 수준이 엄청 높아졌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애기들 사랑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공부하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백신과 사상충 예방약의 처방전 제외는 저희가 공부한 것을 한순간에 부정하고 저희는 왜 수의사가 됐는지 허무하기만 합니다.

항간에는 육견협회(개고기 업자 협회)에서 농림부에 압박을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부' 약사들은 수의학 공부를 받지도 않으면서 약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팔 권리가 있다고 하고..약사들은 다 뺏어가려고 하네요.

약사들의 백신 처방전 제외 긍정 : http://m.dailypharm.com/News/226731

진료비 부담때문에 이번 결정이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진료비 비싸다고 비전문의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은 휘발유 비싸다고 가짜 휘발유 허용하는거랑 다를게 뭘까요. 성형외과 비싸다고 불법 시술소 허용하는거랑 다를게 뭐냔 말입니다.

선택 치료권?? 그 딴 말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그렇게 치면 안아키도 선택 치료권에 의해 괜찮은거네요? 아동 학대 아니네요?


수의사가 다른 의료 업종보다 힘이 약한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건가요. 억울합니다 정말.

자가진료 철폐에 제발 여러분들도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