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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낼께 내 동생 내 동생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게시물ID : animal_1833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뒷골목시인
추천 : 10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6/21 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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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전 어느날
부모님께선 내가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해
내 첫 동생 지니를 잊지 못해 집에 자주 안들어온다고
내가 집에 정을 들이지 못한다며
들이게된 내 동생

처음엔 너의 큰 몸집과 나에게 들이미는 이빨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낯을 가림에 그런 줄 모르고
마치 다들 널 대하는게 지니를 대신하는 것같아 너에게 소홀했었지

그렇게 널 처음에 멀리만 하려고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렇게 그 어린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학 때문에 지방으로 가게 되어도 어쩌다 집에 갈 때마다 넌 항상 날 좋아해줬고 떨어지지 않으려했지.. 그것 때문이었을까
집을 도망치기.. 도망치듯 간 대학
현실을 피하기 위한 군대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개인적인 나의 불편함.... 하지만 잠깐의 안락함을.. 마음의 평안함을 보고자 널 보러 집에 가곤 했지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남들은 여자친구에게 전화할때
난 내 동생 너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며 말을 하고
너의 짖는 목소릴 듣곤 했었지

형이 너랑 있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 동생 항상 내곁에 앞으로도 계속 있을꺼라고 생각했나봐

그런데도 내가 걱정이 많아서 가끔  같이 누워서 이야기했지? 뭐 물론 거의 술먹고 들어와서 말이야

"미르야 너 형보다 먼저 가면 혼난다? 형은 너 없으면 힘들꺼야"

나와 함께 한건 17년이지만
니 나이 즈음에 난 널 만났어

못된 녀석아

형이 어제 아침에
금방 갔다 올테니 기다리라고 그랬잖아

근데 어떻게 형도 안보고 떠날수가 있어?
그 큰 몸집이 어떻게 그 작은 병 안에 들어가있어?

니가 어제 떠나던 그  좁은 시간에
회사서 갑자기 나는 왠지 모르게  안돼라고만 생각했어

형 나 먼저가 미안해 

왜 그렇게 느끼게 할 수있었잖아
왜 나에게 안돼라고 눈물이 나는 그런.. 느끼게 하는 감정을 주고 먼저 가버렸어

10분뒤에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지 방금 갔다고  잘 보내주자고 기도해주자고..... 야 이자식아 동생이면 형 얼굴은 보고 갔어야지

왜 형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자꾸 눈물나게 해
왜 집에 들어가는걸 망설이게 해

갈 때 왜 또 눈은 꼭 감고 입도 앙 다물고 그랬어........
더 편하게 갔어야지 뭐가 걱정이라고 마지막 얼굴 평온하게 갔어

우리 미르... 형이 항상... 
 미안해

17년을 함께했는데 사진도 몇백장이 있어도 모자를텐데.. 많이 없어서 미안해
우리 동생 고기 좋아하는거 알면서 고기에 섞인 양파같은 채소 때문에 혹시 아파질까봐 못줘서 따로 구워주고 그래도 모잘라  했던거 항상 배불리 못줘서 미안해
항상 베란다에 누워 밖을 보는게 산책가고 싶어했는데 항상 못데려가서 미안해
매일 일찍 온다고 쓰다듬어 주기만 하고 얼때 맛난거 사온다
 해놓고 늦게 와서 미안해
내 옆에서 자는 거 좋아했는데 매일 같이 못자서 미안해
거실에서 너만의 공간이 없어서 이리저리 오고간걸 내 핑계로 늦게 집 사줘서 미안해
족발 다리뼈 좋아하는거 알면서 먹으먼 너 다칠까봐 라는 생각으로 못줘서 미안해
산책가서 너 뛰고싶은대로 산책가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술먹고 들어오면 냄새나는거 싫어하는거 알면서 술먹고 꼭  얼굴 부비부비해서 미안해
산책 중에 자꾸 냄새 못맡게 하듯이 늦게 움직이게 해서 미안해
산으로 산책가서 못올라가는거 아는데 대신 안기는걸 더 싫어하는걸 알면서 품에 두고 올라간 거 미안해

형이 너 떠날 때 목소리 못들려줘서 미안해..

 내 핸드폰에 너의 사진이 적은 게 미안해.....

내 애기 내 동생

형 웃고 있을께 내가 울면 너도 편히 안가겠지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
내가 울면 너도 편히 못갈꺼라고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항상 날 좋아해준 내 동생을 위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안울면 거짓말이겠지만
내 동생 편히 떠날 수 있게 형도 눈물 닦고 노력할게
형아 울더라도 옆에 있지마 그간 아파서 집에만 있던거 보상받아야지  뛰놀아야지 넓은 곳으로 가야지

누가 그러더라 반려동물이 내가 세상 떠날 때 옆에서 기다린다고
미르야 형 기다릴 시간에 뛰어 놀아 그리고 더 많은 걸 보렴
그리고 먼 훗날 한번 들려서 얼굴만 보여주고 가 안그러면 형이 화낼꺼야.. 정말 혼낼꺼야..그리고.. 내 동생 함께 한 날들
.. 날들 잊지 않으려고 할꺼야
잊어버리면 내 인생의 17년이 없는거 같을테니까

형 웃고있다 편히 무지개다리에서 뛰어 뒤돌아서지말고

2017년 6월 20일 떠난 내 또 다른 동생... 지니 이후로
다신 없을거라 생각했던 동생에게

항상 잊지 않으려고 마지막 가는길 하고싶은말 못해줘서....
이 곳을 대신해 말을 써봅니다.



제 동생 미르 좋은 곳 가게 생각 한번만 부탁 드릴께요
출처 내 마지막 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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