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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야, 쉬지 말고 매일 씨를 뿌리게나
게시물ID : animal_186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3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3 2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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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58
야옹이를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한동안은 고양이 자체를 가까이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고작 인간의 의식적인 힘으로 싫다고 해서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이겠습니까?
야옹이가 어디론가 사라졌어도, 집사라는 직함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푸른 새싹을 틔운 뒤였습니다.
또 야옹이를 언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매일 꾸준히 밥 주는 야옹이 가족들도 돌보고, 예전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던 다른 고양이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집사는 야옹이를 집에 들이고 나서부터는 집 밖의 고양이들을 만지는 것조차 꺼리곤 하였습니다.
무슨 병균이나 박테리아를 옮아가지고 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럴 걱정도, 불안감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야옹이 가족 녀석들은 이제 그런 집사의 무장해제를 알아챘다는 듯이 집사의 무릎이며 등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물론, 다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만, 야옹이 어미를 비롯해서 한두 마리는 집사를 무슨 장난감 놀이터로 아는 모양입니다.
야옹이의 빈 구멍을 그 녀석들이 그렇게 메워 주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은 야옹이의 것과는 다른 빛깔, 다른 모양의 마개입니다만, 집사는 그 다름을 시나브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그런 녀석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언제고 반복되는 길냥이 논란들에는 왜 밥을 그놈들에게 줘서 굳이 말썽을 불러일으키느냐는 불만들을 품고 있곤 합니다.
일정 부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사 또한 야옹이를 집에서 키우면서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그 녀석의 발정기 때는, 정말이지 고생도 많이 하였습니다.
다 자는 새벽에 그렇게 짝을 찾으며 울어대거나, 막 앙칼지게 뛰어다닐 땐, 정말이지 막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불처럼 일어나곤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명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생기는 유무형의 피해는 분명히 있으리라는 것이 집사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럼에도 집사는 한 번만 더 그런 분들께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잠을 설치게 하고, 시끄럽게 굴고, 쓰레기통을 뒤지기만 하는 그런 녀석들 또한, 누군가에겐 작지만 소중한 삶의 한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조용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길냥이 출신이었던 야옹이를 비롯해 그런 못나 보이는 녀석들로 인해 집사는 삶을 살아갈 이유 하나를 오롯이 발견할 수 있었고, 삶을 사랑하고 가치있게 영위해야 할 근거 하나를 오롯이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르긴 몰라도, 저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우리 한국 땅에 적으나마 1000명, 아니 100명이라도 된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작지만 소중한 삶의 발판을 위해서 조금만이라도 연민과 동정을 베풀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길냥이들을 보면서 길냥이들만 보시지 말고, 그 길냥이들로 인해 살아갈 힘을 얻은 소수의 사람들이나마, 그네들 인간들까지도 함께 보아주십사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길냥이들의 모든 언행들이 갑자기 마음에 찰 리는 없겠습니다만, 그 증오와 미움 속에서도 일말의 동정과 사랑이란 물방울들이 아릿하게나마 녹아들어 갈 수 있다면, 집사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저 그렇게, 집사는 또 매일 길냥이들에게 밥 주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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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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