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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려는 분들께
게시물ID : animal_1869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아갈꼬야
추천 : 7
조회수 : 78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8/31 15: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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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에 사진과 요약 있음) 


  얼마전 동게 글중에 1살 안된 아이를 훈련소에 보냈는데 죽어버렸고, 화장조차 마음대로 못해준다는 글을 읽었어요. 우리 집 개와 같은 견종, 닮은 아이라서 더 속상했구요. 그 강아지가 행복하고 사랑받은 기억만 가지고 편히 갔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튼 그 글을 보고 속상하고 약간 화도 나서 끄적여봅니다. 
일단 저는 개1,2,3호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 집에 계속 개들이 있었지만 독립 후 선뜻 결심하지 못하다가, 
각각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인연이 닿은 유기견 1호와 2호, 그리고 2호가 처녀인척 몰래 뱃속에 같이 들여온 새끼 3호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개들은, 
물고 뜯고 짖고 쌉니다. 
생명이니까요. 
우리가 말하고 숨쉬는 것처럼 살아있으니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당연해요. 그럼에도 실내에서 사람의 공간에 함께 살아야 하니까 서로 맞춰야겠죠. 

 일단 저는 물건을 물어뜯거나 배변 문제를 고치기 위해 개만 훈련소에 보내는 건 전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한테 입질하는 개 제외)  
훈련소에서 집으로 돌아와, 공간이 바뀌고 냄새가 바뀌고, 무엇보다 반응하는 견주가 훈련 전과 그대로라면 훈련소에서 멀쩡해진 개라도 다시 문제행동이 시작될 겁니다.  
정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방문 훈련을 하면서 견주도 같이 교육을 받아야 돈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개는 짐승입니다. 동물이요. 
우리와 감정을 나누고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지만, 사람의 지능과 이해력이 있지 않아요. 사람처럼 행동해주길 바란다면 같이 살기 힘들어요. 

   개1호는 엄청 예민하고 까칠했습니다. 처음에 집에 왔을 때엔 같이 거실에 있다가 내가 설거지 하러 부엌으로 가면,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서 거실 이불에 그대로 오줌을 흘리고 했어요. 사람이 외출 후 들어와서 만져주면 어쩔줄 몰라 하다가 오줌을 흘렸구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산책 못하는 날이면 밤에 자기 전에 한번만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엄청 많이 진하게) 싸요. 수시로 들락거리며 싸는게 정상인데, 집안에서 오줌누는 것에 대한 근본적 불편함이 있는 것 같고, 어릴 때 배변과 관련해 많이 혼난게 아닌가 유추해 볼 뿐입니다. 

예민하고 겁이 많으니 자잘한 공격행동도 많이 했는데요. 그때만 해도 이웅종훈련사 스타일의 개는 무조건 복종 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저도 갖고 있던 터라 시행착오도 많이 했고, 서로 많이 힘들었어요. 산책 후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주려고 해도 입질을 해댔으니까요.  

그때 우연히 강형욱 훈련사 블로그(티비 에 나오고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노즈워크 글을 보다가 조언을 구하는 쪽지를 보냈는데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개가 몸에 수건 닦는 걸 싫어하면 하지마라, 안 하면 된다. 지금 중요한 건 개와 주인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의 꾸지람이 섞인 답변을 받았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난 개가 문제이고, 내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해 봤는데,  
닦을 때 마다 물어대니 나도 마음이 불안해지고, 개는 내 마음을 느끼고 더 불안해 하고, 나는 빨리 끝내려고 수건 휙휙거리며 서두르고, 개는 더 불안해지고 하는 악순환이었죠. 그냥 수건을 펄럭거리지 않고 천천히 몸에 꾹꾹 누르며 닦아주는 것만으로 거짓말처럼 상황이 해결됐어요. (물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우연히 개2호를 만납니다. 잠시 임보하다가 좋은 주인 찾아주려 했는데, 점점 배가 불러오더라구요. 헐... 
임신 중기까지도 잘먹여서 살찌는 건줄 알았어요. 그렇게 애비를 모르는 강아지 다섯을 사은품으로 얻게 됩니다. 
팔자에 없던 산파 노릇까지 해야 하는지라 이때 공부를 많이 했어요. 책들도 구해다 보고. 

 개2호는 전주인한테 학대나 꾸중은 받지 않았는지 처음부터 저를 신뢰했어요. (개1호의 신뢰를 얻는 덴 몇년 걸렸는데). 
 심지어 구석에 만들어준 산실대신 내 옆구리에 붙어누워 새끼를 낳았어요. 엄마와 전혀 닮지 않은 다섯마리 수컷이 태어나고 본격 육견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젖을 떼고 이유식을 시작하는 2개월 전후까지는 정말 말 그대로 애기, 새끼구요. 오히려 이땐 어미가 새끼들 용변을 다 처리하니 사람이 바쁠 일은 없었습니다. 

2달반 전후로 형제들을 입양보내고, 형제들 중 재일 못생겨서 남게 된 3호를 케이지 밖에 풀어놓고 지냈습니다. 

 이갈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개망나니 시기가 도래했죠. 강아지들은 늦게는 한살 넘어서까지 마지막 이갈이를 하기도 합니다. 

잇몸은 간질간질하고 집안에는 여러가지 냄새가 나는 온갖 흥미로운 물건들이 가득하니 물고 뜯고 맛보도 흔적 남기고 할 수 밖에요.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개망나니 시기는 2개월-1.5살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우리 개는 4개월부터 배변판 100%가려 쌌어요.'하는 경우 있는데 그건 그 개가 많이 똑똑&깔끔한 거구요. 늦는 개들은 1.5살 정도까지도 실수합니다. 우리집 3호가 그랬다는... ㅠㅠ 근데 지금은 완벽히 가립니다. 놀다가도 화장실 뛰어 가서 싸고 나와요. 


 사람도 5-6살에 화장실 가리고, 가끔씩 초등 들어가서도 실수 하잖아요. 근데 짐승인 7-8개월 개한테 '다 컸는데 왜 똥오줌을 못가리냐' 화내는 건 의미없는 일 같아요. 


 어미와 새끼를 같이 키우면서 정말 신기한 점은 둘이 성격이 같다는 겁니다. 순둥하고 태평한데 고집은 있는 성격이 판박이입니다. (근데 생긴건 절대 모자로 안 보임. 애비가 대체 누굴지) 
세나개에서 강형욱 훈련사도 개들은 부모개체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는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개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은  부모견이 확인되는 가정견을 분양받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보통 가정견을 분양받을 경우 새끼가 어릴 때(이유식 시작하는 2-3개월) 여러 마리를 분양하기 때문에 어디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분양하는 경우가 정상입니다. 

 부모견을 직접 키우고 새끼를 내손으로 받은 경우라면 '혹시 사정이 생겨 못키우게 되시면 꼭 저한테 먼저 연락주세요'라는 말이 당연히 나오더라구요. 가정견 분양받은 친구도 그 주인이 똑같이 말했다던데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어요. 
개3호의 형제들은 믹스견=똥개이기 때문에 중간에 주인이 맘 바뀌면 새주인 찾을 가능성이 적어서 전 더 마음이 쓰이구요. 

굳이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가정견인척 하면서 집에 불러서 분양하는 업자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구요. 
창고나 공장이 아닌 아파트일뿐이지, 뜰장 케이지에 가둬놓고 일년에 몇 번씩 새끼뽑는 업자들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에게 사랑받고 문제없는 성격의 부모견한테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새끼들이 태어날테니까요. 그런 아이들이 개를 처음 키워보는 집에도 잘 적응할테구요.  

개공장 분양업자의 상품취급되는 강아지를 사람들이 안 사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그런 업자들이 없어질거구요. 

혹시 중성화 하지 않은 품종견 암컷을 중간에 못키우게 됐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선뜻 데려간다고 하면 개공장에 팔 가능성이 아주 커요.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사정이 생겨 못키우게 된다면 암컷은 적어도 중성화를 해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질병예방을 위한 암컷의 무조건적 중성화는 반대하지만, 이건 각 견주들의 개인적 판단같구요)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졌네요.  
올 여름 처음으로 수영한 개3호 사진 투척합니닼 


 요약.  
1. 개는 살아있으니 물고 뜯고 싸고 짖는게 당연하다.
1-1. 물고 싸는 문제를 고치기 위해 개만 훈련소로 보내는 것은 돈낭비이다. (사람을 무는 문제 제외) 
2. 개는 짐승이니, 사람의 이해력을 기대할 순 없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상대하는 방법을 바꾸면 거짓말처럼 문제행동이 고쳐진다. 
3. 개는 2살정도 까지는 애기짓(물고 뜯고 드물게 아무데나 싸는)을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점잖다. 1살이전은 무조건 애기다. 
4. 개의 성격은 100% 부모 닮는다. 순하고 착한 개를 가족으로 들이려면 부모가 확인되는 가정분양견을 직접 가서 데려오자. 
(개공장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게 태어나는 애견샵 강아지를 사지 말자.) 
출처 개1,2,3호와 함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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