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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실종 40일-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요
게시물ID : animal_197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따
추천 : 3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5/10 2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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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새퍼드를 닮긴 했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개인지 그냥 떠돌다가 정착한 것인지 헷갈리는 용모의 커다란 개가 부대 내에 있었어요. 어느 부대인지는 군사 비밀이에요.

선임이랑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예의 그 개가 나타났어요.


선임이 옆에서 제 어깨를 툭! 치시더라고요.

이병 홍길동

관등성명이 바로 튀어나오죠. 그때는 쫄병이라 기합이 잔뜩 들어있었거든요.

 

경례안하냐?

 

짧은 시간 머리를 계속 굴렸어요.

‘경례...경례라... 옆에서 같이 작업하던 선임한테 시간마다 경례해야 하는 건가? 그건 안배운 것 같은데...’

 

야 경례 안하냐고

 

저는 영문도 모르고 선임을 향해 똑바로 서서 거수경례했죠.

피식 웃으시면서 야 임마, 누가 나한테 하래?

저기 저 개 안보이냐? 저 분이 짬밥이 몇넌인데, 사람나이로 쳐도 행보관보다 많아. 경례드려라.

저는 속으론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이미 경례는 마친후였죠. 필승!!

 

여기 자기보다 빨리 늙고 먼저 죽는 자식이 있어요.

소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속 이야기가 아니에요.

 

락희는 고양이 나이로 세 살이고 사람나이로 스물넷이에요. 으악. 갑자기 징그럽게 생각이 들었어요. 스물넷 남자사람이랑 매일 끌어안고 뽀뽀하고 그랬다니...

일 년 뒤면 저는 서른다섯이고 락희는 서른둘이 돼요. 그때가 되면 겸상정도는 해주려 했어요. 저 그렇게 꽉 막힌 남자는 아니에요.

또 일년이 지나면 저는 서른여섯이 되고 락희도 서른여섯이 돼요. 우와 엄청 신기해요. 락희랑 저랑 동갑이 되다니 마치 동화속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그때 우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그냥 똑같을 것 같아요. 늘 한결 같이요.

그렇게 5년이 지나면 전 이제 세상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이 넘어있겠어요. 락희는 60살 정도가 되고요. 아 제가 말을 좀 실수했어요. 락희 어르신이요.

또 몇 년이 흐르면.. 락희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잠만 자려고 하겠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을 잘거에요. 그렇게 좋아하던 참치도, 츄르를 먹는 속도도 현저히 줄어들겠죠. 근데 어르신이 되어도 입맛은 여전히 애기네요.

그리고....생이 다 하는 날에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겠죠.

 

끝은 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준비해야 해요. 제가 준비하고 생각해 왔던 것은 이거에요.

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미는데,

상상할 수 없다는건 아예 기가 막혀요.

 

전 제가 준비하고 생각했던 끝을 볼 수도 맞이할 수도 없게 됐어요.

이렇게 황망하게 잃어버리고 끝나는 것은 상상

해본적이 없고 그래서 준비는 더더욱 한 적이 없다고요!

 

전 재 새끼가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요. 정말로요.

전 조지클루니처럼 늙을거고, 락희는 아마 그냥 늙을거에요.

 

전 락희가 조용히 제 품에서 생의 끝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간절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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