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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까미가 무지개 다리 건너 갔어요.
게시물ID : animal_197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낯낱낫낳(가입:2011-09-15 방문:3955)
추천 : 15
조회수 : 96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8/20 23:01:38
까미는 제가 주인은 아니에요.
저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주인이고 그 집에 살아요.
하지만 집이 바로 옆이라, 하루에 산책도 한두번씩 시키고 밥도 먹이고 했죠.
슈나우저인데 악마견이라는 편견따위 날려버릴만큼 너무 착하고 얌전해서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았어요.
수술을 다섯번할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하며 기를만큼 외할아버지께서도 전에 없던 사랑 주셨구요.
그렇게 18년을 살았습니다.

하지만...두 달전 폐암말기 판정을 받고 진통제로 연명치료를 하다가...
외할아버지께서 허리도 안좋으시고 무릎도 아픈데 더이상 케어가 어렵다고 안락사를 시키자고 하시더라구요.
까미는 이미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만큼 병이 진행되서 이젠 일어나는 것도 어렵고 걷지도 않고...
제가 하루 세번 대소변을 치워주고 어머니께서 하루 세번 식사와 물을 먹이며 계속 버텨왔는데...
개도 개지만 사람도 사람인지라, 절대 안된다고...제 맘처럼 그렇게 얘기할 순 없었어요.
특히 오늘은 정말로 애가 밥도 물도 거의 안먹어서 쑤셔넣다시피 해서 먹이고 누워서 눈도 제대로 못 떠서...너무 불안했는데, 저녁때 전화가 왔어요.
외할아버지께서 더는 안될거 같다구요.
그렇게 병원으로 데려가는데...너무 따뜻하고 너무 보드라워요.
우리 까미 체온이 너무 따스하고 털이 너무 부드러운거에요.
며칠전에  목욕도 시켜서 몸에서도 향기가 아직 나고, 제 품에서 숨을 헐떡이는데 제 눈을 보고 있더라구요.(사실 양안 백내장 때문에 이미 시력도 거의 없지만요.)
이 아이를 어떻게 보내나 싶고 아직은 놓을 수가 없는데, 제 욕심만 부릴 수는 없는거구요...
결국 병원에 데려가서 아직은 더 버틸 수도 있는 아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뒤로 하고 사정을 얘기하며 안락사를 부탁드렸습니다.
마지막에 너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고 얘기해주는데 목이 매여서 제대로 못했어요.
그리고 헥헥 거리던 숨소리가 가라앉고 조용해졌을때, 마치 자는거 같은데...너무나 편안하게 자는거 같은데...아직도 몸이 따뜻하고 부드러운데...갔더라구요.
끌어앉았던 팔과 내 몸에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거 같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데...우리 까미는 이제 이 세상엔 없는거라니...
이렇게 쉽게...
근데 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고 날 보며 제대로 걷지도 않았는데도 헥헥 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던 가슴이, 얼굴이 너무나 평온했어요.
더이상 아플 필요없는 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도 눈물이 나요.
까미 사진을 보면 아직도 내 손이 그 감촉을 기억하고 내 코가 그 냄새를 기억하고 내 몸이 아직도 그 온기를 기억해요.
내 다리 위에서 세상 모르고 자던 까미를 기억해요.

외할아버지 댁에 가서 마지막으로 까미가 누워있던 이불의 냄새를 맡았어요.
아직도 까미 냄새가 났어요.
까미가 없어도 아직.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그건 까미가 쓰던 이불이지, 까미는 아니니까요.

외할아버지는 매몰차게 잘된거라고 하시는데, 그 마음이 어떨까 차마 짐작도 안되요.
까미 옷을 만들기 위해 미싱을 사서 옷을 입히고, 비올때도 산책가려고 우산 천으로 우비를 만들어주셨어요.
까미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은 날에도 까미 여름이라 덥다고 미용시켜야 하는데 기계가 오래되서 잘 안된다며 새로 사셨구요,
말했다시피 수술을 다섯번...치아 발치 수술, 유선 종양 수술, 방광에 돌 제거 두번, 중성화, 다리 종양 수술 등...한 번에 두가지 수술도 했었고...이 모든 수술을 다 시켜가며 사람 키우듯이 하셨어요.

외할머니께서는 끝까지 안락사는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사실 까미를 전적으로 케어하는건 할아버지셨고 할머니께선 그저 이뻐하시기만 했죠.
목욕도 밥도 물도 산책도...심지어 잘때도 함께한건 할아버지고 할머니께선 몸이 더 안좋으시니 그 무엇도 꾸준히 도와주신게 없었어요.
저나 저희 어머니도 마찬가지구요.
외할아버지의 의견을 존중하는게 맞는거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데려와서 연명치료를 더 한들, 외할아버지의 마음과 몸은 까미가 그저 숨만 붙어있다는걸로 치유될 수 없었을테니까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딛고 감내하는 것이 희망고문보다 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까미에게 묻고 싶었어요.
이렇게 그만 해야 했던걸까. 아픈 너를 이렇게 붙들고 있는게 우리 욕심이었던거 아닐까.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가면 좋은데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마지막을 덧씌우는게 맞는걸까.라고 자위하지만 까미에겐...이게 맞는거 였던걸까.

모르겠어요.
까미가 꿈에 나오면 물어볼까...
오늘 잠이 안올거 같아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데, 당연히 살아가겠죠.
하지만 언젠간 까미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선택이...부디 까미에게 옳은 결정이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말고는...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이제 까미는 없으니까...

까미야, 오빠는 너 때문에 정말로 행복했어.
너가 이빨 날때 인형가지고 물어뜯고 놀때도 좋았고,
네 뒤에서 헥헥 거리며 달릴때도 좋았고,
네가 아파서 꼼짝 못할때도 나는 네가 아직 숨을 쉬고 아픈 몸을 이끌고 내가 오기를 문앞에서 기다려준 것이 기뻤어.
부디...아프지 않고 편안한 곳에서 행복해.
먼훗날 이겠지만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나도, 우리 까미 만나러 갈때까지 잊지 않을게.
그때까지 재밌게 놀다가 우리 갈때쯤 꼭 마중 나와줘.
우리까미...오빠가 너무너무 사랑해.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이쁜 우리 까미...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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