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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집이 없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1980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0
조회수 : 15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0 15: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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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집 구하기도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뭐가 하나 좋으면 뭐가 하나 나쁘고, 무엇보다도 이 대도시에서 집사가 가진 돈으로 채광이 좋은 집을 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크린으로만 난무하는 여러 이미지들이 남향이라느니, 채광이 좋다 라느니, 홍보들을 하고 구미를 당기게 해도, 막상 직접 찾아가 보면 영 아니올시다가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실제로도 채광이 나름 괜찮은 집들은 소음이나 누수, 담보 등의 다른 부분에서 큰 결격사유가 발견되곤 했던 것입니다.

여러 부동산을 통해서 집을 둘러본 게 거의 15군데가 넘어가고, 어느새 집사는 채광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무 데나 대충 맞춰서 들어갈까 심히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대도시에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욕구하는 주거공간의 요소를 만족시키는 집을 찾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집사는 새삼 절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햇빛을 좀 쐬겠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이전에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며 빌라 사이에 치대어 간신히 황금 싸라기 땅만이라도 확보한 만큼, 오만하게 저 하늘의 햇빛까지 얻겠다는 수작은 정녕 사치에 불과하다고 이 도시는 살천스레 몰아세우는 듯하였습니다.

아무렴, 돈만 많다면 이 또한 과히 고민이 아닐진대, 집사는 이 대도시에서 따스한 햇빛과 벗하면서 살기엔 그렇게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억 단위의 전세금을 가지고서도 채광 좋은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이 대도시에서 억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억 소리 나게 부유한 지표가 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깜냥에 1억 정도를 가지고서는 감히 이 시공간에서 집사가 꿈꾸는 집을 쉽게 구하기란 요원하고 난망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러고 보면, 참 야옹이한텐 미안하고 안된 말이지만, 밖에서 반 야생으로 사는 길고양이들이야말로 진정 낭만-고양이들이 아닐지 그런 생각도 들곤 합니다.

그네들은 야옹이에겐 대수롭지 않을 먹고 자는 일들로 인해 매일을 힘들고 버겁게 살아갑니다만, 그럼에도 이 땅과 저 하늘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구역에 얽매여 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네들끼리 정해진 구역이 따로 있다손 치더라도, 인간이 구획해놓은 지표를 무람없이 벗어나 얼마든지 자기만의 땅과 하늘을 벗하며 살아갈 자유가 있습니다.

그네들 각자에게 허락된 삶의 보금자리가 우리 인간들에겐 좁고 지저분하고 더럽고 그래서 안쓰럽기 이를 데 없어 보여도, 그것은 순전히 자기들이 자연과 적응하고 벗하며 획득한 생의 가장 적절하고도 거룩한 자리이자 터전입니다.

그러한 시공간이 자기들에겐 얼마나 이 땅과 조응하고 또 저 하늘과도 공명하는지, 그래서 이 땅에서 올라오는 대지의 정기가 얼마나 아늑하고 정겨우며 또 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과 바람이 얼마나 다채롭고 눈부시게 비산하는지, 그 자연의 무수한 결들과 함께 조화로운 묘생을 만끽하며 그네들은 하루, 그 주어진 삶을 또 한번 잇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야옹이가 인공의 틀에 처박혀 매일을 잠으로만 일관하는 모습은 퍽이나 안타깝게 느껴지곤 하는 것입니다.


어찌 됐든, 야옹이의 삶은 또 야옹이의 삶대로 인간인 집사와 함께 그 자신의 모든 것 바투 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필연이든, 우연이든,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동행을 회피하거나 슬퍼하고만 있을 때는 정녕 아니었습니다.

집사는 다시금, 이 인간적인 세계 안에서나마 야옹이와의 동행을 좀 더 안락하고 정답게 꾸며 줄, 그런 인공적인 집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ha_eun_love/221808719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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