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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얘기가 나온김에 얘기 하나
게시물ID : animation_1119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연.
추천 : 13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9/11 05:21:30
저작권 자체에 대한 얘기는 잠시 살짝 우회하고.
저작권을 지키는가? 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저작권을 지키는 것이 창작자의 권리와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정당한 댓가를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창작자가 아닌 관계자(대표적으로 유통사)들의 수익을 지키기 위함인가, 그도 아니면 법과 도리를 다했다는 만족감을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물론 이 셋이 모두 만족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죠.

일단 첫번째 예시.
지금은 홍대 또는 인디 음악계의 전설이 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띄어쓰기 안하는게 공식명칭입니다)은 활동 당시 ‘내 음악은 팔릴 만큼 팔리고 있는데, 난 왜 쫄쫄 굶고 있는건가.’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바로 ‘그거야 당연히 불법다운 떄문’이라는 생각이 들겠죠? 부부. 틀렸습니다. 당시 달빛요정의 음악이 팔리던 수준을 생각하면 그건 적절하지 않아요.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 중 하나는 음원 유통 그 자체였습니다. 벅스니 멜론이니 하는 그거요. 그게 수익구조가 참으로 아름다운지라, 전곡을 구매해도 저작권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던겁니다. 유통사의 배때기만 차오르죠. 음반을 팔고, 공연을 하는게 실질적인 수입이 되지, 음원 그깟거 팔려봐야 별 의미가 없었던거죠. 근데 시장은 이미 음원이 지배했고.
결국 음원시장을 통한 합법적인 저작권료 지불이, 실질적으로는 창작자를 쫄쫄 굶게 만드는 합법적인 도둑질이 된 겁니다.

두번째 예시.
예전에 이진경씨의 강의 뒷풀이 자리에서 직접 들었던 얘기입니다. 이진경씨는 교수이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본인의 저서를 텍스트본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출판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출판된건 모두 내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이죠. 뭐, 이 이야기 자체는 출판사 사정을 생각해서 적당히 오케이하고 내리는 걸로 끝났습니다. 근데 여기엔 추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그 요청을 거절했고 그래서 출판사측에서 소송을 걸었다면, 100% 이진경씨가 패소했을거라는 거죠.
여기서 요점은 저작권이 사실 창작자의 것이 아니란 겁니다. 그나마 이건 인지도 있는 학자와 중소출판사의 마찰이었으니 저정도 수준에서 얘기가 되는거지, 거대자본과 평범한 창작자간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질적인 저작권은 유통을 맡은 거대자본이 가져가고, 창작자는 약간의 인세만 받을뿐 사실상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오는 거죠. 일일이 사례를 들 필요는 없을겁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게임, 음악, 영화, 만화 등등이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특허법이 힘있는 자의 합법적 도둑질에 악용되는 일이 흔한 것처럼, 저작권법 또한 힘있는 자의 합법적 도둑질에 악용되는 일이 흔하다는 거죠.

전자의 합법적인 이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굶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입니다. 90~00 년대에 만화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모를수가 없는 대여점 논쟁이 이와 관련된 문제기도 하죠. 무엇보다도, 이런 시스템이 조성되어 있다면 합법적인 이용을 하므로 정당한 이용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됩니다. 창작자가 굶고 있는데 대체 뭐가 얼어죽을 정당한 이용이겠습니까.
후자의 경우는 당장 굶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마찰을 통해 결국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것이 아닌 현실에 절망하게 펜을 꺾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입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그러한 환경이 창작자를 을로 종속시키고 갑의 입맛에 스스로를 맞추게 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죠.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저작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단지 저작권에 어긋나지 않는 소비만으로도 정당한 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기만족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
창작자의 의사를 벗어나서 저작권이 행사되는 경우, 그 또한 정당한 저작권으로서 존중받을 만한 도덕적인 가치가 있는가?

이러한 고민없이 단순히 저작권은 무조건적인 선이다. 또는 저작권을 지키기만하면 정당한 사용이다. 라고 생각하는 건, 
창작자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저작권법이 역으로 창작자의 목을 조르는 상황에 대한 침묵의 동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덧1.
재밌는 예시 하나를 들자면 전자의 경우, 팬들이 창작자를 압박하는 상황으로 발전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닥치고 후원계좌 만들어서 열어라. 아님 그냥 로고하나 박아서 티셔츠라도 팔던가. ㅅㅂ 우리가 먹여살릴 테니까 굶지말라고.’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후자의 경우는 재밌는 예시는 딱히 생각나는게 없고, 애초에 카피레프트 운동 자체가 저런 상황을 반대하는 의미를 담고있죠. 또는 강력한 힘(=인기)를 가진 창작자 중에는 유통계약을 할때 ‘니들은 유통과 그에 관련된 권한만 있을뿐, 다른 방식의 저작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문구를 박는 경우도 있고요. 저작권 자체가 그런 쪽으로 잡혀있는 국가가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덧2.
유통사에 꽤나 적대적인 글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통사는 창작자의 동반자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산업의 유통과정이 극단적으로 단축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시장을 만들고 굴리고 유지하는 존재로서의 유통사는 매우 중요하니까요.(단적인 예시로 스팀이 있죠. 비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컨텐츠는 두 말할 필요가 없고.) 다만 그러한 힘을 악용해 창작자를 뜯어먹거나 괴롭히는 대형 유통사의 사례는 무수히 많고, 또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기업의 본질 때문에 끝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매한 점이 하나 있는데, 한국 출판 만화계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한국 출판 만화계는 작가고 출판사고 간에 살아남는게 최우선인 상황인지라 이런걸 따지고 있을수가... 아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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