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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콘]제정신을 찾아주세요!
게시물ID : animation_219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콜이
추천 : 0
조회수 : 25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14 17:28:55




[라노콘]제정신을 찾아주세요!




 유리문에 하얀 입김이 서렸다. 문은 검은색 긴 머리를 잠시 비추다가 옆으로 비껴났다. 드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문이 열리자 아직은 조금 서늘한 새벽공기가 한껏 밀려들어왔다. 바람에 밀린 하얀 가운이 몸에 밀착해댔 다. 눈앞의 풍경은 옥상의 야외정원. 내가 여기에 뭘 하러 왔더라.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진 느낌이다. 이것저것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히 오늘처럼 일찍 일어나버린 날이면, 어제까지가 꿈이었던 것 처럼 희미하고 도통 기억나는게 없다.

 - 챠박 챠박

 밤새 비라도 왔던 것인지 옥상의 바닥에 옅게 남은 물기에 걸을 때마다 신발이 젖는 소리가 났다. 몇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하얗게 안개가 서린 유리문이 보였다. 문의 안쪽은 이 옥상의 밑과는 별개로 지어진 사무실 같은 느낌. 내가 왜 저곳에 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우하고 한숨을 쉬며 머리를 조금 누르자 지끈거리는 느낌이 났다. 어젠 술이라도 먹었던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었다. 숙취던 현기증이던 이정도로 시원한 새벽공기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정원에는 많은 화단이 있고, 간혹 나무도 한 그루씩, 그리고 벤치가 잔뜩 있었다. 사무실은 옥상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멀어질수록 정원의 중간 쪽으로 다가간다는 느낌이었다. 정원 가운데의 벤치에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귀여운 보브컷의 여자아이. 분홍빛 매끄러운 머리카락에 이슬이라도 맺힌 듯 물방울이 미끌거리고 있었다. 밤새 비라도 맞은걸까 싶어 놀란 나는 조심스레 아이를 깨웠다.

 "얘..?"

 여전히 멍한 기분으로 맥없이 말을 걸자 숙이고 있던 고개가 스르륵 올라왔다. 살짝 애깃살이 남은 인상의 볼에 귀여운 눈매, 머리색과 비슷한 분홍색 입술. 어딘가 만두같은 인상. 여자아이는 살짝 침도 흘리며 아주 맛있게 잠을 자고 있던 모양이었다. 잠깐 나를 본 여자아이의 시선은 하늘로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나에게 내려왔다. 그리고 갸웃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어요."

 "여기서 자면 감기.."

 "광합성을 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해요."

 "...광합성?"

 아무리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다지만, 사람이 광합성을 한다면 그런 것까지 잊어먹었을 리는 없었다.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자 여자아이가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식물들은 다들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해가 뜨길 기다려요."

 내 의문스러운 표정은 더욱 심화되었다.

 "...사람은 동물이지 않니?"

 "네 맞아요."

 "너도 사람이잖아?"

 여자아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물기를 머금어 살짝 무거워진 머리가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렸다. 아이는 양손을 모으며 말했다.

 "전 꽃이에요."

 " … "

 지끈지끈. 아이의 시선에 맞춰 숙였던 허리를 쭉 펴며 일어났다. 그리곤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눈을 감고 잠시 떠올렸다. 아- 기억났다. 흰 가운. 그래. 나는 의사다. 이 아이는 환자. 그리고 이곳은 정신병동이었다.

 옥상의 한쪽 방향에서 방금 산을 넘어 떠오른 햇빛이 반짝거리며 긴 빛줄기를 그어대자 아이가 활짝 미소지었다.

 "와아- 해가 뜨고있어요!"

 정원의 온갖 꽃잎들에 맺힌 이슬들이 그 빛에 함께 반짝거렸다. 물론 여자아이의 머리카락도 함께. 원래라면 아주 예쁘다고 느꼈을 풍경이지만, 왠지 눈을 감고 '광합성'을 시작한 듯 보이는 여자아이를 앞에 놓고 있자니 정원 전체가 햇님을 바라보며 아침일과라도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 정신나간 기분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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