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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스포] 개 - 사쿠라 쿄코
게시물ID : animation_3255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1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26 02:43:25

 우리의 마수 사냥과 마을 순찰은 언제나 밤일 따름이었고, 하늘의 별들과 쉬이 친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별이나 우주에 대한 동경이나 감상을 남기는 성격은 아님에도, 익숙함은 친근감을 낳는다. 도리어 그렇기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듯 했다.. 물론 교회의 딸이었던만큼 그나마 신학에 조예가 있는 내가 대부분 소녀감성 마미의 반짝이는 눈빛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대게 제우스가 어여쁘게 여겨 별로 만들어줬다는 엔딩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마미는 늘 즐겁게 들어줬다. 호무라 또한 청자의 자세로는 나쁘지 않은 상대였기에,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리스를 자주 돌아다닌다.
 그런 때에 혼자 순찰하는 겨울밤은, 이야기를 찾아내기 좋은 때이다. 하늘이 맑아 별이 제일 잘 보이는 시기이고, 밝은 별 또한 많기에 그렇다. 어느 정도 신화를 주워들은 것 뿐인 나에게도 겨울의 별은 잘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오리온의 허리띠나, 대삼각형만 찾아도 신화의 이야기가 닿는 별은 차고 넘친다. 페르세포네가 없는 황량한 겨울을 위해 제우스가 수놓은 것일까.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는 뭐야, 사쿠라 양?”
 돌아가는 길에 마미는 그렇게 물었다. 호무라는 없는 마을 순찰 날이다. 집에 어른이 있는 호무라와는 달리 여유루운 우리 둘이 대체로 마을 순찰을 수행하는 편이다. 겨울엔 호무라도 미안했는지 담당 날짜를 늘리려고 했지만, 우리가 숨만 쉬면 김이 뿜어져 나오는 추운 날이었기에 목도리로 입을 막고 있던 나는 목도리를 슬쩍 내리고선 답한다.
 “글쎄. 그런건 생각해본 적 없네.”
 이야기의 주체가 내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알고 있는 별자리는 꽤 되는 편이었지만, 개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고 한다면 달리 답할 게 없다. 별은 확실히 예쁘고, 볼만하긴 했으나, 개별성에 대한 호감을 떠올린 적은 없는 듯 했다. 그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다.
 “어라, 별,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아는 사람이 나 뿐이라서 너희들이 좋다고 이야기 해달라고 했잖아.”
 “그랬던가? 그렇구나. 사쿠라 양도 잘 모르고 있었구나.”
 마미의 기억력이란.
 “그럼 앞으로 좀 감사하게 생각해줘. 이야기라는 건 돈 받고 해야할 정도로 어렵단 말이지.”
 “늘상 먹는 케이크와 홍차 정도면 되겠지? 그거 값이라고 생각해.”
 치사한 마미.
 “그래도 좋아하는 이야기는 있을 것 같은데? 그럼 그게 좋아하는 별 아닐까.” 
 좋아하는 이야기라.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하늘을 쭉 둘러본다.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별은 보인다. 나는 말을 꺼낸다. 잠시 우울해지기로 한다.
 “작은개자리 있지.”
 “작은개자리? 어떤 별이야?”
 “저기 제일 밝은 별 삼각형 3개 중에서 두 번째로 밝은 별, 프리키온. 그 별이랑, 조금 위에 있는 별 하나까지. 그렇게 두 개의 별이 작은개야.”
 “2개 뿐인거야?”
 “4개 정도 더 있다는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지. 프리키온이라는 별도 2개가 하나인데 눈으로는 보지 못한다던가.”
 새삼스럽게 입으로 내뱉으니 저 별자리가 신기하게 여겨진다. 고작 2개의 별으로 개 한 마리를 떠올리긴 어려울텐데, 고대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있는건지.
 “저 개의 주인은 사냥꾼이었어. 음, 취미가 사냥이었던가, 정확하진 않네. 어쨌건 사냥과 연관은 있는 사람이었고, 그러니 개도 사냥개였지. 둘은 그렇게 함께하는 관계였던 모양이야. 개는 꽤나 영리해서 주인의 신호나 몸짓을 잘 이해하는 편이었고, 주변에서도 부러워하는 관계였지. 고상한 말로는 번견이라고 할까.”
 입김은 하얗다.
 “그런데 불행이 있었지. 어느 날, 사냥을 함께 떠났다가, 주인은 신기한 동굴 하나를 찾았어. 며칠 전까진 본 적 없었던 동굴이었고,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지. 따르는 개는 바깥에 두고, 주인 혼자 들어가게 되었지. 그 불행은 그 동굴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이지.”
 “불행?”
 “응, 불행. 주인이 들어간 동굴에선, 사냥의 여신이 요정들과 함께 목욕 중이었거든. 이를테면 여탕 훔쳐보기가 된거지. 어쩌다 들어간 동굴에서 나체의 여신을 목격한 그는 당장이라도 도망쳐야했지만, 여신이다보니 그럴 생각도 못했지. 어라, 여신? 이 정도의 기묘한 패닉 상태가 되었건거야. 지금이라면야 경찰이 심판하겠지만 부끄러움을 느낀 여신은 본인이 심판할 생각을 했지. 사냥꾼을 사슴으로 만들어버리는 저주를 내린거야.”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다는 점도 같지. 주체와 악의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인거야.
 “사슴이 된 사냥꾼은 어찌할 바를 모른채로 동굴에서 도망쳤지. 크나큰 불행이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미는 답이 없다. 그렇게 보지마. 슬픔에 가까운 그런 눈으로 봐달라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야. 괜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두기엔 미묘했다.
 “담백한 이야기야. 주인을 기다리다가, 주변을 배회하던 사슴을 찾았고, 사슴이 된 주인을 물어 죽인거지. 그게 개의 본성이고, 충성심일테지. 주인은 물려서 죽어가는 때에 계속 외쳤지. 내가 주인이라고. 개는 주인이 오길 기다리며 죽은 사슴 앞에서 기다렸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리다가 죽어갔어.”
 “사쿠라 양.”
 “그 죽음을 슬프게 여겨, 충성심을 아름답게 여겨, 주신 제우스는 별자리로 그 개를 올려줬다고 해. 작은개인 이유는 뭐, 이미 큰개자리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말이지. 참 결말이 이상하지 않아? 목에서 소리가 잘 나지 않아, 다시금 시도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불행, 원하지 않은 여신의 분노 사이에서 죽어간 사냥꾼은 어디로 간걸까. 그 흔적은 찾을 수 없어. 신의 알몸을 본 것이 그렇게 큰 죄인지는 지금의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사냥꾼은 어디로 간걸까. 뒤에 남은 가족이나 친우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기다렸던 개 한 마리의 이야기만이 남아있지.”
 토악질 하는 듯한 숨결이었다.
 “아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작은 개를 통해서라도 이렇게 현대에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충절을 지키기 위해 우연히 사슴을 물어죽인 그 슬픔을, 별자리로 해결할 수 있다니, 그리스의 신들은 좀 더 너그러웠던 모양이지. 그렇지만 작은 개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을텐데.”
 “사쿠라 양.” 
 그만두지 않을거야.
 “미안, 계속할거야. 우연과 불행 사이의 우리는 어디로 뛰어가고, 또 누군가를 물어죽이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걸까? 대답해줄 수 있어?”
 마미는 조용하다, 혹은 고요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거야.”
 작은 개는 빛난다. 안녕, 작은 개야. 너는 어땠니.
 “작은 개는, 영원 따위, 바라지 않았을텐데, 바보같은 신.”







남은 개의 이야기입니다.
겨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슬픔의 이야기이구요.
이하는 사담입니다만, 5월 케스에, 마마마 5인 글 회지로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첫 동인활동이네요. 뭐랄까, 사실 원고 마감이 5일 남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고, 이야기의 완결성보다도 장면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뭐...두근거리긴 합니다.
서코도, 케스도 이런 활동도 모두 처음이니까요.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지만, 앞으로도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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