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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만화를 아십니까?
게시물ID : animation_4100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비하야옹
추천 : 11
조회수 : 98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2/13 18: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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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국 만화계는 일본의 만화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의 만화 시장은 세계에도 손꼽힐 정도로 거대하니 우리가 그림체나 만화문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고우영 화백이나 김종래 화백같은 특별한 예를 제외하고는 한국만화는 늘 일본만화의 그늘 아래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일본에는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연출, 시장구조를 확립한 웹툰이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림체에서, 등장인물의 습관에서, 만화에 표현되는 사회 문화 속에서 은은하게 일본의 영향이 나타나고 이에대해 왜색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현재 한국 만화계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여러분은 이렇게 일본 만화에 영향을 받기 이전, 근대적인 서구 만화 연출에 노출되기도 전에 등장했던 만화에 대해 아십니까?

조선시대 중후반, 결코 서구의 영향이 아닌 독자적으로 나타난 만화 형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조선시대, 최초의 4칸만화 '의열도'입니다.

의열도-의구도.jpg


사진은 책 "의열도(義烈圖)"에 실린 "의구전(義狗傳)" 부분입니다.

의열도는 조선시대 인조(1630)에서 영조(1745) 사이에 선산부사였던 사람(*)이 자신의 고을에서 의로운 이야기를 모아 백성들이 알기 쉽도록 그림과 해설을 엮어 만들어낸 '최초의 만화책'입니다.
의열도는 위에 올린 의구전을 포함하여 4개의 이야기를 각각 4칸의 그림으로 구성하여 실었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현대에 그리는 4칸만화와 형식이 완전히 같습니다.

물론 우리 만화는 한번 맥이 끊겼습니다.
이렇게 몇몇 작품만이 살아남아 과거 조선시대에도 만화의 원류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만 알려줄 뿐이지 만화의 연출이나 문법에 대해 연구된 적은 없었고, 독립된 만화 시장이 형성된 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만 백성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로 쓰였을 뿐입니다. 4칸일 뿐이지 그 형태와 의도는 '상강행실도'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화는 단지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가 아니다. 만화의 뿌리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우리가 보는 근대만화가 나타나기 위해서 인쇄기술의 발달, 계몽 의식 확산, 말풍선의 발명, 정치 풍자의 발달과 같은 환경이 갖춰져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열도는 근대만화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만화의 뿌리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뿌리가 있기 때문에 근대에 외국에서 새로운 만화 형식이 들어왔더라도, 초기에 그것을 다시 우리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왜색논란은 우리가 우리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많이 보아온 일본의 것을 따라하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려넣기에 나타난 것입니다. 단지 만화가 일본에서 왔기 때문이기 보다는 우리의 것이 있음에도 일본의 것만 보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것이 이미 있었음을 자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중심을 지키며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만화 속에 담을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일본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교류하게 될 것입니다.





(*)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제가 본 자료마다 시기와 저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자가 선산부사(선산이란 고을의 수령)이라는 것만은 각 자료가 동일하기 때문에 저는 선산부사로 부임했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예전에 있던 책을 다시 펴냈기에 내용과 고을은 같지만 시기와 저자가 달라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에 들어서고 일본 만화가 유입되기 전까지 이도영의 '삽화'를 시작으로 하여 각종 한국 만화가 발표되었는데, 당시 경성에서의 삶을 다룬 것이 있다면, 임진왜란과 같은 역사적 시대를 다루거나 춘향전, 홍길동전과 같은 한국 고전을 다루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림체 역시 일본의 '모에'한 그림체가 아닌 판화의 그림체, 유럽의 데포르메된 그림체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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