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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으니 계속해서 올려보는 추리 스릴러 5~8
게시물ID : animation_434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4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8/18 01:10:55
 야한 걸 써보고 싶긴 한데... 역량이 부족하니... 영;;;

 뭐 여기 8화까지에서 기승전결의 기가 끝나는 느낌? 이라고 보시면 될듯.

 암튼 재밌게 봐주시는 분이 있는 듯 해서 다행이네여 



5.


////



그건 그렇고 여자애들은 정말 질리지도 않고 이야기하는구나. 나 같은 경우에는 좀만 이야기해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몰라서 말을 못 하는데, 하연이와 반장은 내 옆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물론 나도 한창 신나서 이야기할 때는 두어 시간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여자애들은 조금 다르다. 어느새 이야기의 중점이었던 체육선생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고 시답잖은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50분에 달하는 3교시가 거의 끝나갈 지경이었다.


수업 종이 치기까지 5분 전.


나는 스탠드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교실로 들어가도 뭐라 안 할 것이다. 이미 한참 전에 들어간 애들도 있었고, 반장이 공만 반납하면 평소에도 체크하는 일은 없었고, 시험이 끝난 후 방학만 기다리는 지금은 뭐라고 할 리가 없었다.


내가 일어나자마자, 하연이가 귀신같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고는 말했다.


“뭐야. 벌써 들어가게?”


약간 소름 돋을 정도의 반응속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소름 돋았다. 나는 괜히 오른팔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벌써는 무슨 수업 다 끝났는데.”


“흐응…….”


하연이는 학교 건물에 붙어있는 시계가 잘 안 보이는 건지 불만이 있는 건지 미간을 찌푸리며 그 쪽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 이따 봐.”


“어…. 어.”


대답을 살짝 얼버무리는 듯 말한 것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하연이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리를 뜨고서야 하연이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체육시간이 되자마자 나한테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물어보기엔 조금 껄끄러워서 처음엔 조금 말을 돌려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반장인 지혜가 와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잊어버릴 정도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가?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데 말을 빙빙 돌릴 이유도 없었다. 가볍게 그냥 이야기하면 되는 거였다. 아니면 폰으로 이야기해도 되는 이야기 아닌가? 폰. 스마트폰. 그러고 보니 하연이가 아까 내 스마트폰을 엿보려 했던 것이 생각났다. 스마트폰하고 뭔가 관련이 있나?


“하아.”


어차피 물어볼 게 있다면 알아서 물어볼 것이다. 내가 머리를 싸매봤자, 남의 속을 어떻게 알 리가 없었다. 교실로 돌아가 숙제나 마무리하고 점심시간까지 좀 자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졸린 게 가장 문제였다.




“야. 야. 이제 곧 점심시간이야. 일어나.”


“아. 응.”


나를 깨우는 한지석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실눈만 간신히 뜬 채로 앉아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했다. 실눈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점심시간에 5분 전이었다. 문학 담당인 선생은 가져왔던 노트북을 정리하며 학생들처럼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듯 시계를 한 번 쳐다본다.


나도 아까 숙제를 하자마자 뻗었었기에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숙제들을 전부 정리하여 가방 안에 넣었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혹시나 REWINDER의 알람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이것 때문에 편집증까지 생기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리가 얼추 끝나니 점심시간 종소리가 울렸다. 일단은 점심을 먹고 정신을 차려야지.


학교의 식당은 남녀의 시간이 달랐다. 시간은 달마다 바뀌는데, 이번 달은 남자가 먼저였다. 굳이 구분을 남녀로 하는 이유는 몰랐지만, 3개 학년 전부가 동시에 식당에 들어가기에는 공간의 한계가 있었기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한 달은 늦게 먹으면 다음 달은 빨리 먹으면 되니까.


나는 앞에 있는 한지석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같이 다니던 애들은 학교가 나뉘면서 흩어졌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얘랑 붙어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그 전엔 전혀 본 기억이 없었다. 그 전엔 학교가 달랐나? 나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 한지석에게 말했다.


“너 중학교 어디 나왔었냐?”


“이제 와서? 갑자기 왜?”

한지석이 내 질문에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실 만난 지 2년이 좀 안 되는데 지금 와서 물어보는 것도 이상할지도 몰랐다.


“그냥. 그 전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졸업은 너랑 같을걸? XX중학교 아냐?”


“그래? 근데 왜 본 적이 없지?”


“나 중3 때 전학 왔었어. 그것도 거의 끝날 때쯤.”


“전학?”


부모님이 직장 때문에 이사하거나 그런 일인가. 그래서 본 기억이 없었구나.


나는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기에 얼마 남지 않은 밥을 먹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한지석은 사족을 붙였다.


“어. 뭐 사고가 좀 있어서.”


사고? 무슨 사고지. 강제 전학이라도 당했나? 사건에 연루된 일이 있나?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아니, 오히려 우리나라라면 피해자가 강제전학을 당하는 일이 더 많았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게다가 평소 애들이랑 교우관계도 좋은 한지석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어쩌다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히 오지랖을 부렸다거나 그런 것 말이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말하기 꺼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더 물어보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한지석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운을 띄웠다. 나도 물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앞의 이야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딱히 별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너 하연이랑 안 사귀냐?”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니가 무슨 상관이야.”

“관심 없어?”


“그래.”


나는 일부러 관심이 없다는 듯이 시선을 식판에 박으며 말했다. 물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하연이와 붙어 다니면서 애들이 놀려댔던 것이 짜증나고 불편했다. 실제로 사귀는 것이었다면 상관없었다. 하연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오지랖은 사절이었다. 괜히 소문이 나면 하연이에게도 민폐였다.


“그럼 내가 하연이랑 사귀어도 상관없지?”


“….”


나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잃었다. 얘가 하연이한테 감정이 있었나?


“상관없지?”


“어… 뭐.”


나는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지석은 내 대답을 듣고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나는 뒤따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도 못했다.


언제부터 한지석이 하연이를 좋아한 거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자리에서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나도 하연이를 좋아하고 있었기에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뒤늦게 한지석의 뒤를 따라갔다.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늘 하듯이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졸음이 전부 달아나버릴 정도로 머릿속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식판을 반납하고 보니 이미 한지석은 가버린 후였다. 처음부터 기다릴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가 하연이를 좋아하는 걸 알기에 예의상으로 그런 질문을 한 것이겠지. 오히려 그것을 물어보고 옆에 있는 것이 더 부담이었다.


말을 무를 수 있다면 무르고 싶은 심경이었다. REWINDER라는 것이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 돌린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끄응.”


나는 교실로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스탠드의 그늘로 나와서 앉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하릴없이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데, 한지석까지 저러니 미칠 것 같았다. 그나마 숙제라도 미리 끝내서 다행이었다.


그 때 내 앞에 한 사람이 서서 말했다.


“뭐해? 여기서.”


하연이의 목소리였다. 난 고개도 그대로 핸드폰을 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얼굴로 마주 봐야 할지 몰라서였다. 하연이는 ‘흐응’하고 소리를 내며 내 옆에 앉았다.


“뭐하는데?”


“아무것도.”


“봐봐.”


하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었다. 나는 당황해서 하연이의 손을 잡아채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기에 뭐하는지 보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그 어플을 확인하는 것은 안 된다. 그것에 대해서 추궁하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도 않았다. 난 소리치며 다시 스마트폰을 가져오려 했다.


“야! 이리 줘!”


“핸드폰으로 뭘 했길래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나봐? 응?”


하연이가 장난을 치듯 내 손을 피하며, 스마트폰을 뒤졌다. 나는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정색하며 소리쳤다.


“야! 달라고.”


“어…? 어. 응…….”


하연이가 정색하는 내 말투에 당황한 사이 손을 잡고 당겨서 스마트폰을 다시 뺏었다. 하연이는 내가 이렇게 정색했던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하연이의 얼굴을 살폈다.


하연이는 당황한 표정에서 점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변하더니 나를 향해 쏘아붙였다.


“야. 전남석. 너 요즘 왜 그래?”


“…….”


“방금 그렇게 정색할 일이야? 나는 니가 어제부터 횡단보도에서 핸드폰 보고 갑자기 굳어버리고 아까 체육 시간에도 불안한 표정으로 확인하면서 그렇게 숨기고 그러니까 진짜 걱정돼서 그랬는데. 너무한 거 아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달리 변명할 말이 있지도 않았다.


 “나는 니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돼서 그런 건데 그렇게 정색하면서 소리치는 건 너무한 거 아냐?”


근데 먼저 스마트폰을 뺏으려고 했던 것이 잘못 아닌가?


“너무하긴, 니가 먼저 말도 없이 갑자기 폰 뺏어갔잖아.”


“아. 그러세요? 그래. 괜히 참견한 내가 잘못했네. 잘못했어. 응? 걱정한 내가 잘못이지. 됐어. 알아서 해!”


하연이는 홱하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6.


///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붙잡지 못했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쫓아가지 못했다. 한지석의 말이 떠올라버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리에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 들려있는 화면이 꺼진 스마트폰 화면이 보였다. 화면이 꺼져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인데 REWINDER의 화면이 아른거렸다. 모든 게 그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이런 게 있어서, 시간을 돌린 흔적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자꾸만 휴대폰을 확인하고 예민해졌다. 그 때문에 하연이가 나를 걱정했고 이것 때문에 서로 싸우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예민해지지만 않았어도 한지석에게 그런 대답을 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이것만 없었으면 지금 이러고 있지는 않았겠지.


큰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시간을 바꿨다는 사소한 사실 하나 때문에 여기저기 꼬여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로또 번호가 몇 개 빗나간 것도 거의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조금씩 변한 결과가 중첩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틀 후도 바뀔 수 있었다. 내가 되돌리려던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알 수 없는 그 사건도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문제는 하연이와 싸운 것이다. 이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하연이가 화를 낸 뒤에는 거의 며칠은 얼굴도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원래라면 거의 항상 같이 가던 방과 후였고 모레에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따로 가게 된다면 다른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그때 점심 종소리가 울리며 늘어지는 내 생각을 잡아챘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고는 스탠드에서 일어났다.



이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후 내내 말도 안 되는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쳤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는 이미 수업이 끝난 뒤였다.


수업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고민했다. 마음은 하연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면에서는 따라가 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붙잡으려면 아까 붙잡았어야 했다. 이제 와서 가봤자 무시만 하겠지.


이틀 뒤의 사건이 누군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사건에 하연이가 연루될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답답하기만 했다.


머리카락을 쥐어짜다가 답답함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하연이의 반으로 갔다. 하지만 이미 가버린 듯 교실에는 이미 남아 있지 않았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서 둘러보지만 이미 늦어버렸는지 교문 앞 횡단보도까지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사건은 오늘이 아니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이미 일찍 가버렸는지 등굣길에는 만날 수 없었고, 만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이상 꼬여버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되도록 최대한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 반에서 한지석의 눈치도 보였지만, 어제 점심시간에 이야기 때문이었는지 서로 말을 섞지도 않았고 묘한 거리감이 생긴 상태였다.


나는 곁눈질로 계속해서 한지석을 살피며 수업시간을 보냈다. 한지석도 그런 나의 눈길을 인식한 것 같긴 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뭔가 비장한 면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신경이 쓰인다고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루 수업이 쭉 지나가버렸다. 수업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고, 놀지도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평소처럼 하교하면서 주위를 계속 살펴보아도 하연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슬슬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예 나를 피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나를 피하기 때문에 사건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쪽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한지석이 하연이 이야기를 한 것은 시간을 되돌린 것과 상관이 없었다. 내가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더라도 똑같이 어버버 거리며 대답했을 가능성이……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었다. 감정적으로 생각해서 어플 탓을 해버렸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럼 또 한지석의 말 때문에 고민하다가 하연이랑 싸웠다고 가정하면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젠장. 미칠 것만 같았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망할. 염병.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생각들만 머리를 스쳤다.


앞에서 학원 선생이 뭐라뭐라 하며 수업을 하고 있지만 전혀 집중되지 않았다. 이제 사건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4시간도 채 안 되어 20시간에 가까워졌다. 초조함만 점점 눈덩이 굴러가듯 불어났다.


우웅.


그때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린다. 당황해서 주섬주섬 꺼내 확인해보지만, 스팸 문자였다. 안도감에 한숨을 내쉰다.


진정하자. 진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자. 내일의 사건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적어도 하연이의 근처에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일단 하연이의 화를 풀어야했다.


스마트폰의 카톡을 열어, 뭐라 보낼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런 글자도 치지 못하고 카톡 창이 켜놓은 채로 올려놓았다. 괜히 펜으로 이해 못할 낙서만 끼적이며 뭐라고 보내야 할지 생각해보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일단은 사과를 먼저 하고, 그다음은 사건의 시간은 방과 후였으니까... 이 이상 꼬여버리는 것은 사양이다. 괜히 또 이야기하다가 꼬여버릴 테니 사건 시간 이후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과를 메세지로 사과를 하고, 내일 저녁 이후로 약속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책상에 내려놨던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카톡을 보내고 책상에 몸을 기댔다.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일은 평소대로, 평소처럼 행동하자.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무리 화났어도 카톡이나 메세지같은 걸 무시하는 하연이가 아니었는데, 어제 보냈던 카톡은 읽은 채 답장이 없었다. 등교하는 길에 지나쳐갔지만, 복잡한 생각이라도 있는 듯한 표정에 말도 걸지 못하고 지나쳐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한지석도 평소와 같은 모습에 여전히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나랑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은 평소와는 달랐지만 나도 같은 기분이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7.


나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것을 의식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이미 학원 숙제나 이런 것은 밤잠을 줄여가며 이미 끝냈다. 그 때문인지 약간은 피곤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지만 내 바람일 뿐이다. 바람은 바람에 불과할 뿐 분명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시간은 아직 점심시간이기에 아직은 괜찮았다. 하지만 걱정이 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나서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하연이에게 가고싶었다. 뭔 일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행동해야한다는 강박이 나를 자리에 붙들어매었다.


눈에 들어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벅벅 긁어보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전남석? 뭐 해?”


“누구?”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도중, 뒤에서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연이 말고 나를 찾을 여자애가 없을텐데라고 생각을 하며, 뒤를 보니 하연이네 반 반장이 서 있었다. 이름이 지혜였나? 명찰을 보니 이지혜라고 써 있었다.


“아. 안녕.”


“역시 너랑 하연이랑 뭔 일 있었지?”


“아니... 아무것도.”


어제? 어제라니,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메세지를 보내고, 읽고 무시당한 걸 제외하면 다른 일은 없었... 다.


“역시 어제 뭔 일 있었나보네.”


“아냐. 진짜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이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그저께만? 맞네. 그저께는 너고, 그럼 어제는 뭔 일이지?”


나는 이지혜의 말에 괜히 찔려서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황에 침묵은 긍정이었기에 이지혜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침묵을 고수할까 생각했지만 뒷말이 걸려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는 왜? 하연이한테 무슨 일 있어?”


“너도 몰라? 그럼 왜 그러지?”


“뭐가 어떻길래?”


무슨 일이 있다는 거지?


“어제는 하루종일 니 욕만 했는데, 오늘은 아예 아무 말도 안해. 반응도 없고. 그래서 난 또 니가 어제 뭔 짓 했나 그랬지.”


“...”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지나쳤을 때도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메세지를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나도 모르겠는데. 어젠 서로 말 한마디 안 했으니까.”


“헤에? 웬 일이래? 맨날 져주는 거 아니었어? 너 하연이 좋아하잖아?”


나는 이지혜의 말에 당황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지석도 그렇고 이지혜도 알고 있었나?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말했다.


“여긴 왜 왔는데?”


여자가 남자반에 오는 건 드문 일인데. 물론 반대도 같았다. 아예 불러서 이야기하지.


“그냥 지나가다가 보여서. 괜히 나만 피곤하니까 한탄 좀 할 겸해서 왔지. 못 올데 온 건 아니잖아?”


이지혜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한쪽으로 살짝 흘겼다. 한순간이었지만 아까부터 주변을 계속 주의깊게 살피던 나에게는 그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방금 한지석의 자리 쪽을 본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왜 그 쪽을 본 거지?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잠깐의 의문은 있었지만 거기까지 신경을 쏟기에는 너무나 머리가 아팠다.


“그래. 그래. 그래서 할 말은 끝이지?”


“둘이 싸우지 좀 말라고. 나만 사이에 껴서 피곤하니까. 사귈거면 사귀고 말야. 확실히 좀 해.”


이지혜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발 신경을 꺼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말한다고 들어먹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지혜가 교실에서 나가며, 한지석이 들어온다. 길을 막지 않기위에 뒤로 물러서고 한지석이 들어오고 이지혜가 나가고. 그 뒷모습을 보고있었는데, 그 모습이 약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느낌이었기에 뭐라 말할 것은 없었다. 한지석이랑 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건의 시간까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수업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업을 하지 않기에 수업시간이라고 정의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언제나와 똑같이 행동하며 시야만을 넓혔다. 시간도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며 가방을 챙겨 걸음도 부자연스럽지만 시간을 맞춰가며 하교했다. 주변에 하연이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자전거를 가지고 교문으로 향하고 있으니 20미터 쯤 앞에 이어폰을 낀 채로 걷고 있는 하연이가 보였다.


 억지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하연이도 자전거를 가져오는 내 모습을 봤을테니 일부러 나를 지나친 것일 터였다. 이 거리감을 줄일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뛴다면 금방 줄어드는 거리였고 억지로 다가가면 오히려 불편해하며 거리를 더 벌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편이 하연이의 주변이 더 잘 보였다. 앞 쪽에서 걷고있는 하연이가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교문 밖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차로의 횡단보도에 가까워지자 앞에 있던 하연이가 횡단보도에 먼저 도착해 멈춰섰다. 그에 따라 나도 일단 걸음을 멈췄다.


탁.


“아. 씨. 뭐야.”


뒤에서 오던 근처 학교의 여자애가 어깨에 부딪히고는 짜증을 내며 지나쳤다. 이어폰까지 끼고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로 앞을 안 본 자기가 잘못이지 왜 나한테 뭐라하는 건지. 나도 짜증이 치밀어올랐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내가 갑자기 멈춰선 게 문제지. 길 한가운데에서. 나는 횡단보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른쪽 끝에 있는 하연이와 반대인 횡단보도의 왼쪽 뒤로 가서 섰다. 어쩌다보니 아까 부딪힌 여자의 5미터 정도 뒤로 서있게 되었다. 뒤에 서있어야 주변이 보이니까.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앞에 있는, 방금 전에 부딪혔던 여자애의 얼굴이 익숙했다.


다른 학교의 그리고 심지어 여자애였다. 이전에 같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나온 동창도 아니고, 심지어 명찰의 색을 보면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내가 알고 있을리 없었다. 스쳐지나간 명찰의 이름도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누군지 모르는 여자애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인상이 남아있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찌릿하고 떠올랐다. 얼마 전, 차의 경적소리에 놀라 하연이를 잡아당겼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거기까지 떠올리니 학생이 차에치이는 듯한 장면이 시야에 겹쳐진다. 그리고 그 학생이 입고 있던 교복이 앞의 사람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본능적으로 리와인더에 의한 데쟈뷰라는 것을 눈치챘다.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사건시간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 그리고 교차로이기 때문에 신호를 예측해서 건너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그로 인한 사고가 아닐까 예상됐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여자애가 다른 쪽 신호를 보고는 이쪽의 보행신호는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건너려는 듯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횡단보도의 옆에 정류장에 서있는 버스 뒤에 멀리서 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주황불로 바뀌었지만 한번 걸리면 5분은 기다려야되는 교차로의 신호를 지나치려는 것인지 엔진소리가 커지며 오히려 속력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여자애는 모르는 듯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나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여자애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8.



여자애가 짜증스러운 말과 함께 뒤돌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한 쪽 이어폰을 빼고 썩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아. 씨. 뭔데?”


여자애의 불만스러운 표정과 쏘아붙이는 말에 뭐라 말해야할지 고민하며 눈알을 굴렸다. 그냥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할까? 아니, 참견말라고 욕하겠지.


그 때 먼저 걸어나간 하연이가 내 쪽을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내가 여자애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걸 본 것처럼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인지 걸음도 보폭이 짧고 빠르게 걸어서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나는 얼른 손을 떼고 뭐라 변명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버스 뒤로 오는 차는 뒤에 서 있던 나만 보았지 하연이도 못 보았을 것이다. 이어폰을 끼고있기에 점점 커져오는 차소리도 못들었을 것이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끌고가던 자전거는 이미 내버린 채 횡단보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던 자동차는 어느새 근처까지 달려왔는지, 커다란 경적소리가 귓속을 터트릴 듯이 진동시켰다. 나를 째려보던 하연이의 표정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나를 보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더니 옆에서 달려오는 차의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려 차를 보았다. 그리고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연이는 뒤늦게 피하려하지만 이미 늦어있었다. 나와 하연이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나는 재빠르게 팔을 뻗었다.


살린다. 살린다. 살린다!


나 때문에 하연이가 죽게 해서는 안 됐다. 원래 차에 치이는 것은 하연이가 아니라 그 여자애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애를 살리려고 하다가 하연이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 손을 뻗는다. 다가오는 차는 너무 빠른데 내 손은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졌다. 하연이의 손목을 낚아채 단단히 잡았다. 밀어내기엔 늦었다. 며칠 전에 경적소리에 놀라 하연이를 끌어당겼던 것처럼, 내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달리던 중 잡아당긴 탓에 반동으로 내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으며 비명을 질렀다. 달려오던 차의 옆면에 1차적으로 충돌하고 튀어나와 있는 사이드미러가 내 왼쪽 팔과 옆구리를 강타했다. 부딪힌 충격으로 내 몸은 반바퀴를 돌아서 바닥으로 돌진했다.


어깨와 등이 아스팔트 바닥과 부딪히며 숨이 입밖으로 튀어올랐다.


“컥.”


저절로 비명을 지를만큼 아팠지만, 아무런 소리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고통 때문인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넘어질 때 머리를 부딪혔는지 현기증이 일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고개를 돌려 하연이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바닥에 쓰러졌던 하연이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별달리 상처는 없어보였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자, 희미했던 정신의 끈이 끊어졌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낯선 흰색 천장이 눈에 띄었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니 응급실의 풍경이 들어왔다. 헛웃음을 뱉었다. 병원의 천장이니 익숙할 리가 없었다.


짝!


“아이고. 화상아! 웃음이 나와!”


옆에서 엄마가 내 어깨를 때리며 소리쳤다.  


“아윽!”


엄마도 때려놓고는 내가 신음을 뱉자, 살짝 놀라면서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이리저리 몸을 살폈다. 차랑 부딪힌 옆구리랑 왼쪽 팔뚝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그 탓인지 왼손을 움직일 때는 새끼손가락이 저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뒤통수에는 혹이라도 난 듯 부어올랐다. 그리고 팔과 손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중상은 없다고 한다. 피멍이 든 것도 얼마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해서 일어나기만 하면 퇴원하려고 했단다.


구급차를 타고 같이 온 것은 차를 탄 하연이였고 엄마가 되돌려 보낸 것 같았다. 하연이나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지 물어보았으나 다행히 다친 것은 나뿐인 듯했다. 별일없이 이번 사건이 지나가서 다행이었다.


리와인더로 인해 떠오른 강렬했던 이미지가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이름 모를 여자애가 차에 치일 뻔한 것을 막아냈다. 큰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리와인더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내가 이렇게 다치기는 했지만 교통사고를 막아내고 하연이도 구했다. 요 며칠 동안 리와인더 때문에 불평 불만만을 했지만, 덕분에 사건은 큰 문제 없이 잘 해결 되었다.


사람을 구해냈다는 성취감과 희열감이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기분이었다. 리와인더 덕분이었다. 하지만 하연이가 치일 뻔한 것은 조금씩 바뀐 과거로 인한 결과였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그것도까지도 포함하여 문제없이 잘 해결했다. 이렇게 단번에 해결되는 걸 너무 고민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쉬운 것을 말이다. 그 고민 때문에 오히려 꼬였던 것 아닌가?


습관적으로 리와인더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는데, 주머니는 비어있었다.


“엄마. 내 폰 어딨어?”


“자. 여기. 엄마가 가지고 있었지.”


“응.”


엄마가 건낸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외관상으로는 멀쩡했고, 화면도 잘들어왔다. 액정이라도 깨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사람몸도 멀쩡하니 멀쩡한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화면의 메세지 알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연이로부터 온 것이었다.


‘일어나면 톡해.’


뭐라고 답장을 할까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일단 ‘일어났어’라고 보냈다. 답장을 보내놓고는 Rewinder 어플을 켰다. 일단은 그 이후로 시간을 되돌린 흔적은 없었다. 살짝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보람감과 성취감 그리고 희열감까지 느꼈지만, 그것에 도달하기까지의 불안감마저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웅.


그때 하연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답장을 보낸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였다. 지금 시간은 학원에 있을 시간일텐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남석? 일어났어? 몸은? 괜찮아?”


“어. 뭐. 조금 긁힌 거 빼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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