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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잠에 안들었으니 토요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추리스릴러 30화
게시물ID : animation_4358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3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30 03:06:54

 리와인더 30화입니다. 31화... 중반까지 이 흐름입니다.


30화에서 이 흐름이 끝날 것 같았는데... 언제나 예상은 무의미하네요.


토요일 중으로 올리고 싶었는데, 하연이만 등장하면 글의 진도가 안나가요 정말.. ㅠㅠ


 그래도 주 3회 연재했다는 데에 보람을 가지겠습니다.


다음 주부턴 다시 주 2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30.


“나도 내가 이상한 거 알아. 근데 전부 진심이야.”


“그러니까 갑자기 왜 그러는데?”


하연이는 당혹을 넘어서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몰랐다. 당황스러울 정도다. 아마도 오늘 꾼 꿈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픈데 걱정할 수 있는 거 아냐?”


“윽... 그래도 어제는 이렇게까지 이야기 안 했었잖아. 하룻밤 새 뭐가 바뀌었는데?”


“난 설마 두 번, 아니 세 번이나 쓰러졌는데도 학원에 갈 거라고 생각은 안 했으니까.”


“생각도 안 했는데 여긴 왜 왔어?”


이젠 말꼬투리까지...


“걱정되니까. 병원에 가려는데 혹시나 그런 몸 상태로 학원을 가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보러왔지.”


하연이는 별다른 대답 없이 우물쭈물거린다. 나는 그런 하연이의 눈을 마주하자, 하연이가 슬며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정도 걱정은 할 수 있잖아. 안 돼?”


“...”


“널 좋아해. 그래서 걱정되고 참견하고 싶어. 싫으면 말해줘. 더이상 참견하지 않을게.”


어느새 하연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앞머리에 눈이 가려 보이지 않았다.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들리진 않는다. 대답이 늦어지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표정이 보이질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아...”


하연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마주 보았다.  약간 상기되어있는 얼굴.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표정을 다시 풀었다. 하지만 어딘가 분해 보이는 눈빛이었다. 하연이는 다시 고개를 푹 떨구고는 말했다.


“그래. 내가 졌어. 안 가면 되는 거지?”


하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내가 하연이를 붙잡으려 하는데, 하연이가 먼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그대로 말했다.


“내일. 대답은 내일 만나서 할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응.”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연이는 도망치듯 이미 사라져버렸다. 뒤늦게 깨달은 건 월요일의 사건 시간까지 외출을 막고 싶었던 것인데, 내일 만나게 되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말을 꺼내기도 애매했다. 대답을 내일... 하... 어쩌냐 이건.



-----



결국 그에 관해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일요일이 되었다. 이야기한 게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어디서 몇 시에 만날지 정한 대화가 전부였다. 길게 이야기해보려 해도 하연이가 일부러 끊었다.


게다가 대답도 오늘로 미룬다고 이야기했으니 그저 갑갑할 따름이었다. 사실상 승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도 그건 오늘의 만남이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괜히 미뤄서 빈축을 살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파트 주변에 관한 조사뿐이었다. 만약 월요일에 일이 벌어지면 어디서 벌어질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사건인지. 단순한 사고라면 네 번이나 반복되는 동안 못 막았을 리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몇몇 잠겨있지 않은 옥상과 아파트 주변. 모조리 잠겨있는 지하실 입구.


옥상은 문고리 자체로 잠겨있어 키가 없으면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았으나, 지하실은 비교적 튼튼한 자물쇠였으나, 그것이 달린 고리 부분이 대부분 녹슬어 노후화되어있었다. 망치로 치면 자물쇠 뭉치 채로 떨어져 나올 듯 보였다.


알아낸 것은 그 정도였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이렇게 된 이상 어떤 방식이든지 오늘을 커버쳐야했다. 문제는 어떻게 커버칠 것인가인데, 그래서 떠올린 것이 하연이를 항상 눈앞에 두는 것. 그거 외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연이의 집은 리와인더로 정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집에서 벗어날 때부터 다시 집까지 되돌아가는 것. 기간은 내일까지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이번엔 막을 수 있겠지. 아니 막아야 했다.




나는 차라리 만날 거면 조금 일찍 만나려 했지만 하연이가 교회에 가야 한다며 약속을 한 시에 잡았다. 그것도 역에서 보자며. 그러고 보면 하연이는 일요일에 교회를 꼬박꼬박 갔었다. 그래서 뒤지고 뒤져 예배시간도 파악하고 그 시간에 맞춰 하연이의 아파트로 가서 현관이 보이는 적당한 위치에 숨었다.


하연이가 나오길 기다려서. 천천히 뒤를 밟아야지. 들키지 않게 말이다. 굳이 들켜서 좋을 것도 없고. 교회에 같이 가볼까 했지만, 하연이가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눈치 없이 그런 걸 따라갈 수는 없었으니까.


언제 나오려나. 시간이 거의 다 돼 가는데 나올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몰라 좀 넉넉하게 일찍 나왔는데 더 일찍 갔나? 옛날에 같이 갈 때도 그렇게 일찍 가지 않았었는데. 하연이 성격을 생각해보면 보통 딱 맞춰 갔을 텐데. 물어보는 게 빠르려나?


‘일어났어? 교회 가는 중?’


‘아까 일어나서 이미 왔는데?’


‘일찍 갔네?’


‘준비할 게 좀 있어서.’


‘그래..?’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그래도 별일 없어 보이니 다행이긴 한데... 내 생각보다도 더 일찍 나갔을 줄이야. 넉넉잡고 왔는데도 엇갈려버렸다. 교회로 가볼까. 아니 하연이가 싫어할 텐데. 근데 왜 그러는 거지?


“흠...”


모르겠네. 돌아갈까. 하긴 스토킹하는 것 같은 이 모습이 맘에 들지 않기도 했다. 쫓기는 듯한 기분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었다. 겉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았고,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켜보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이미 아파트에서 벗어났다면 괜찮겠지.


이따 약속 때 준비나 해야지.


나는 아파트 한쪽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시간만 버렸네. 일단 집으로 갈까.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로 가려는데, 조금 멀리 한지석이 보였다. 아닌가? 뒷모습이라 확신이 서지 않았다.



-----


그리고 약속 시간인 1시. 아니 1시보다 1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언제 오려나. 하연이한테 오고 있다는 톡은 받았다. 언제 오려나. 애꿎은 앞머리만 매만졌다. 마음이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하. 언제 오지. 어떻게 하고 오려나.


지금 심정이 표정에 드러날 것 같아 감정을 억눌러 보지만,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제자리에서 맴돌며 걷기도 하며 가만히 있지 못했다. 머리는 안 흐트러졌나, 스마트폰 액정을 보고 매만지는데, 누군가 등을 찰싹하고 때렸다.


“전남석!”


하연이였다.


“어. 하연... 아.”


나는 뒤를 돌아보고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벌어진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했다. 정말. 뭐지. 와 당황스럽네 이거. 말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왜? 너무 이뻐서 말이 안 나와?”


“어... 어. 이쁘네.”

나는 하연이가 장난스럽게 뱉은 말을 부정할 수 없어 자연스레 수긍했다. 아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 넘치게 서 있는 모습의 하연이를 본 지금은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소와 달리 웨이브 진 머리에 약간 홍조가 보이는 뺨, 입술도 반짝거렸다. 게다가 흰색 반팔 블라우스에 분홍빛의 테니스 스커트를 입고 있어 드러난 팔과 다리는 하얗고 매끈해 핏줄까지 들여다보일 것 같았다. 팔에는 팔찌 대신 작은 손목시계가 달려있었고, 신발은 약간 굽이 있는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엔 페디큐어까지 눈에 띄었다. 내 눈이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시각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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