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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기도 한 추리스릴러 36화.
게시물ID : animation_4363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2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23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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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카나 갤이 생길 줄이야...


소설은 아무래도 여기에 마무리 짓는 게 낫겠져. 아마 45화쯤 완결이 날것 같은데 길어져도 아마 50화?


그럼 뭐 올해 안에는 끝나겠네요. 나쁘지 않넹.



36.


 잠에 든 것은 1시가 가까워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두 시가 넘도록 하연이와 톡으로 대화하면서 하연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날짜가 넘어간 뒤에 씻고는 잠에 들었다.


----



화요일 아침.


요 며칠과는 다르게 상쾌한 아침이었다. 어제가 평소보다 늦게 잤기에 덜 잔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지난밤에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은 긴장감과 부담감에 잠을 제대로 못 잤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와인더가 발동한 흔적도 없었고 스마트폰에 기록이 남지도 않았다. 하연이도 무사하고, 하연이와의 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심적 고생 말고는 뭔가 그렇게 한 게 없는 것 같은데도 이렇게 잘 돌아가다니 약간 불로소득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으하아... 으윽.”


아니 아직 등의 멍은 남아있었다. 토요일에 생긴 멍이 아직도 땡기다니 그것도 실제로 있었던 일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은 이 피멍만이 리와인더를 체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한참 지난 느낌이다. 사실 그래 봐야 바로 어제까지가 리와인더의 일이었는데. 아직 24시간이 지나지도 않았으나, 이미 끝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에 대해 별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약간의 공허함이 있었다. 뭔가 계속해서 바랐던 것을 이뤘음에도 성취감이 없었다. 어영부영 이뤄진 느낌이었다. 저번 교통사고 때랑은 느낌이 달랐다.


미묘한 느낌. 뭔가 걸렸다. 근데 그렇다 해도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까.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난히 흘러간다. 수업 시간은 하릴없이 지나가고, 쉬는 시간도 하연이를 잠깐 본 것 말고는 별일 없었다. 그렇게 무난히 수업이 끝나고 담임이 들어왔다.


이래저래 시답잖은 소리를 하는 담임.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 다음은 너희다. 이제 500일도 안 되는데 준비는 잘하고 있냐. 어떻게 갈지 잘 생각해라. 등등.


오늘따라 유난히 종례가 길었다. 담임이 종례를 끝내고 나간 뒤, 가방을 챙겨 일어나자 교실 문에서 하연이가 고개를 빼꼼하고 손을 살살 흔드는 게 보였다.


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뒷문으로 다가갔다.


“너네 담임 뭔 말을 그렇게 많이 해?”


“몰라. 가끔 저래.”


“그래? 어젠 일찍 끝내준 거 아냐?”


“몰라. 안 들었는데?”


“뭐?”


“그러니까 그렇게 일찍... 악!”


하연이가 짝 소리가 나게 내 등에 스매시를 날렸다.


“어휴. 자랑이다.”


“아니. 그게...”


나는 나름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하연이가 이어서 등짝을 때렸다.


“아니 그게? 뭐? 뭔데? 그거 얼마나 한다고 좀 기다리면....”


“...?”


갑자기 하연이가 말을 하다가 멈췄다. 내 등을 때리던 손과 동시에.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하연이를 보았다.


하연이는 내 등 너머를 바라본 채 말 그대로 정지해있었다. 말하던 입도 살짝 벌어진 채 멈춰있었고, 손도 멈춰있었다. 바들거리며 떠는 모습이 아니었다면 정지화면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하연아?”


“.... 어? 아. 아. 응...”


“괜찮아?”


“아... 응.”


반응이 석연치 않았다. 나를 바라보면서도 내 뒤의 먼 곳을 향해 시선이 자꾸만 이동했다. 하연이의 시선을 따라 뒤를 쳐다봤지만, 하연이가 뭘 보고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애들이 하교하는 모습.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몇몇의 선생들.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뒤에 뭐 있어?”


“아니. 아무것도...”


하연이 답지 않은 모습. 확실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모습이나 머뭇거리는 듯한 몸짓, 작은 떨림.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그 원인을 하연이 자신도 모르는 듯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떨리는 하연이의 손을 붙잡았다. 하연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저 떨고 있는 하연이를 바라보고만 있으면, 하연이의 초조함이 전염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가자.”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해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에서 벌레가 타고 기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교문을 지날 때쯤이 되어서야, 하연이는 완전히 진정되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묻지 않는 게 좋을까. 물어보는 게 나을까.


하지만 하연이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물어보는 것은 꺼려졌다. 이전에 막무가내로 행동했을 때의 결과는 별로... 아? 잠깐 이전에 언제? 무언가 떠올랐던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였지? 왜 꺼려지는 거지?


나는 하연이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왼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언제지? 언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리와인드의 기억인가? 리와인드겠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전남석...? 왜 그래?”


“아. 그냥 뭔가 잊어버린 게 있는 것 같아서...”


“뭔데?”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잊어버린 걸 어떻게 알아.”


“대충이라도 떠오르는 거 없어? 뭐에 대한 거라던지.”


하연이가 두루뭉실한 느낌으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글쎄...”


“중요한 거야?”


“아마...”


“바보네. 중요한 걸 잊어먹고는 그게 중요한지도 아닌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럴 수도 있지.”


리와인더에 대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하연이는 내 말에 어이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와. 그러다가 나도 잊어먹겠네?”


“그거랑 그건...”


“그건?”


“... 미안.”


이건 기억하는 게 이상한 것이었지만, 그걸 설명할 수는 없었다. 리와인더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거기부터 설명할 능력은 없었다. 그냥 나는 빠르게 포기하고 사과했다. 잠깐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내가 뭘 잘못했지. 아무 일도 없는데 사과할 수 있을 때,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결혼할 준비가 된 걸지도.


... 아니 김칫국을 마시는 것도 정도가 있지. 뭔 생각을 하는 건지.



결국 오늘은 잡담만 나누다가 하연이에게 아까 일을 물어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연이가 그렇게 굳어버렸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기억나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기억하지 못한 것은 리와인드의 기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하연이가 그렇게 하연이 답지 않게 굳어버린 것도 리와인드의 탓일까? 후유증? 그렇다면 하연이는 뭘 보고 그렇게 굳어버린 거지? 물어본다면 대답해주려나? 하연이가 제대로 대답할까? 파고드는 건 좋지 않으려나. 지금 와서 물어보는 것도 늦었나? 물어볼 거면 바로 물어봤어야...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무난하게 오늘도 지나가고 있었다. 리와인드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었다. 후유증은 후유증일 뿐이다. 사건의 월요일은 지나갔다. 더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불안감이 계속 남아있었다. 아까 하연이가 초조해하던 모습을 보아서일까. 그 초조함에 전염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유비무환. 준비를 해둬서 나쁠 건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그것뿐.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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