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현대미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당연히 황당하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거기에 조응하고 충격을 받는다면 그 감상은 지극히 평범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이해하려고 하고, 느끼려고 하고, 감동받고 싶어 한다. 무언가 메시지를 읽고 거기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건지려 든다. 어쩌면 누군가 현대미술을 보고 '감동'의 순간이 찾아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소름끼치는 이상반응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왜 저걸 보고 감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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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게임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은 게임 제작자가 시스템 내에서 설정한 의도와 범위에 맞게 캐릭터를 움직인다. 가령 이벤트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이 몬스터가 터무니없이 강하다면 누구든 전투를 피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몬스터를 피하는 것이 제작자가 의도한 '정상적인 이벤트 진행 루트'인 경우가 많다. 간혹 자기가 절대로 처치할 수 없는 몬스터를 광적인 진념과 남아도는 시간을 이용해 처치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다른 유저들은 이 유저를 오히려 '괴물'이나 '천재' 혹은 미련한 '바보'라고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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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라고 다른가? 왜 불쾌함을 유발토록 만든 현대미술작품을 보며 감동을 찾고 고전적인 예술가치를 건지려 드는가. 그리고 그걸 마치 자신은 이해한 듯, 감상하는 듯 허세떠는 사람들을 보며(혹은 현대미술계를 향해) 열등감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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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문화생활이라며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어깨에 힘좀 뺐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받아들일 만큼만 받아들이고,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작품을 음미하면 된다. 이해가 안 된다고, 음미가 안 된다고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