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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21~25화
게시물ID : art_20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극진
추천 : 2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1/08 15: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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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Almost Dead]

역내 한쪽 구석에서 늙은 노숙자가 승객들을 불쾌하게 한다는 신고를 받았다.

가보니 노숙자에게 다가가기 30미터 전부터 심한 악취를 느꼈고, 파리들이 노숙자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노숙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예상보다 심각했다.

눈동자에 촛점이 없고, 온몸이 마를대로 말라있고, 손가락 사이사이와 얼굴에 부스럼이 잔뜩 나있고, 각혈을 했는지 입가에 아직 굳지 않은 피가 묻어있었다.

일단 차가운 맨바닥에 누워 있는 노숙자를 벤치에라도 앉히려고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이미 관절이 뻗뻗하게 굳어 일어설 수 없었다.

결국 경찰과 구급대에게 연락해서 신원조회 후 의료시설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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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Rotten Body]

순찰을 돌던 중 길을 잃고 헤매는 치매노인을 발견해서 역무실로 데려왔다.

노인 몸에서 지린내와 생선 썩은내가 진동을 했다.

조끼 주머니에 연락처가 있어서 집에 연락을 하고 역무실 소파에 앉혀놓고 기다리라고 했다.
두 시간 후에 며느리가 데리러 왔다.

며느리에게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 노인은 철도청 출신인데
치매 걸린 후에 모든 것은 다 잊어버리고 철도청에서 일하던 기억만 남아 열차 타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길을 잃어버리곤 한단다.

노인이 두 시간 동안 머무르고 떠난 역무실에는 악취가 진하게 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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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Brain Washing]

월드컵 기간이었다.

역사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구석구석에 '어떤 이동통신사'의 월드컵 응원 포스터 수십 장을 붙였다.

역내방송으로 하루종일 '어떤 이동통신사'에서 제작한 월드컵 응원가를 틀어준다.

PDP광고판에서는 '어떤 이동통신사'에서 제작한 월드컵 응원 CF를 줄기차게 내보낸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계단에는 '어떤 이동통신사'에서 제작한 월드컵 응원 현수막이 내걸렸다.

'어떤 이동통신사'의 후원을 받는 대학생밴드가 대합실 광장에 와서 월드컵 응원가를 연주한다.
공연을 하면서 '어떤 이동통신사'에서 제작한 월드컵 상품을 나눠준다.

월드컵 경기를 하는 날에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응원하러 가기 위해 승강장에 바글바글했다.
흥분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안전선 밖으로 마구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녔다.
위험하니 안전선 뒤로 물러서시라고 소리쳐도 들어먹질 않는다.
지하철이 도착하자 흥분한 사람들은 서로 밀치고 부딧치느라 비명지르며 꾸역꾸역 탔다.

새벽 6시 월드컵 경기 중 우리나라가 골을 넣자 역무원은 "여러분 기뻐하십시요! 지금 한국이 한 골 넣었습니다!"라고 방송했고, 승강장의 승객들은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모두가 집단세뇌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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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Gigantic Poo]

승강장 근무를 하는데 계단 아랫쪽에 왠 갈색뭉치가 보였다.

눈이 좋지 않은 나는 멀리서 보곤 '누가 빵을 먹다 버렸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한 남자가 절뚝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와 찡그린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이 어디있냐' 물어봤다.

알고보니 그 갈색뭉치는 똥덩어리였고 그 남자는 똥 밟은 것이다.

그 똥덩어리는 거대했다. 주먹보다 더 컸다.
소화되지 않은 옥수수알갱이 같은 것들이 알알이 박혀있고 냄새도 지독했다.

밟혀서 한 귀퉁이가 뭉그러져 있고 여기저기 바닥에 번진 자국이 있었다.
똥 발자국은 10미터 밖까지 이어져 있었다.

일단 역무실에 연락하고 청소용역분이 올 때까지 똥 위에 신문지 여러 장을 펼쳐서 덮고 사람들이 근처에 못오게 막으며 기다렸다.

열차가 들어오자 열차바람 때문에 신문지는 이리저리 휘날렸고, 나는 필사적으로 신문을 눌러 고정시켰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로또를 샀다.
물론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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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Money Make Money]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의 매점, 자판기 같은 임대시설은 수익률이 꽤 좋다.
그래서 임대시설 운영권 추첨은 경쟁이 심하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임대시설 신청자격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운영권 당첨되면 운영을 하느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운영을 해서 수익이 나면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정부지원금이 끊길 수도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운영권을 '업자'들에게 편법계약을 맺고 헐값에 넘긴다.

역무원에게 듣기로는 '업자'들은 초반에 지하철역 몇 곳에 임대시설을 운영하면서 그 수익으로 다시 운영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점점 임대시설을 늘린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수십 군데의 임대시설을 동시에 운영하는 업자들도 많단다.

돈이 돈을 낳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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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르포 <언더그라운드> 6~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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