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놀이터네 앉아 휘파람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에 구름다리 꼭대기 위에 올라 입을 벌려 바람을 모으곤 했다 아래서 쳐다보던 친구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내 옆에 와서 같이 입을 벌리며 한 시간을 보냈다 입으로 모여드는 바람이 많아질수록 친구의 손가락은 얼려져 가고 나는 창백해진 친구의 손을 붙잡으며 휘파람을 친구의 손에 대고 불어줬다 모아 뒀던 휘파람을 다 써버리고 그날 이후 휘파람을 불수 없게 되었다 너무 커져 버린 나는 구름다리 위로 올라 갈수 없게 되었고 잠결에 모아둔 비명소리만 내 뱉을 수 있게 됐다 친구는 기역 속에서 잊혀져 가고 지문은 검게 채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