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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아들 키우는 한 남자의 너무나 기구한 운명 이야기..
게시물ID : baby_104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니★영이
추천 : 19
조회수 : 4695회
댓글수 : 53개
등록시간 : 2015/10/07 09:45:06
가족외 세상 누구한테도 잘 말하지 않던 이야기..
 
누구나 가슴속엔 아픔이 있기에... 오늘 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글 읽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아내와 저는 19살 어린나이에 만나...
 
지금까지 만 20년을 살아왔답니다..
 
하지만 우리 두사람 사이엔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 자식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서로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죠..
 
제겐 세상에 하나뿐인 친형이 있었습니다.
 
친형과 아내 저는..서로 잘 어울려서... 정말 즐겁게 살아갔었죠..
 
그런데..2012년 여름...
 
38살이던 친형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위암말기 복막/늑막전이...시한부 6개월...
 
항암치료시 길면 9개월...
 
어떻게든 형을 살려보려..우리 부부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형도 마찬가지 포기하지 않고 엄청나게 노력했었죠..
 
2013년...스쿠버를 좋아하던 형과 함께 떠났던 여행에서 우연히 인간극장에 출연도 하게 되어..형의 모습이 남긴 유일한 방송 영상이 되었죠..
 
604_1432344782_1.jpg
 
남태평양 팔라우에서.. 형의 생전 모습 그리고 우측에 영상촬영중인 아내
 
 
시한부 6개월은 어느덧 12개월을 넘어..항암 28차까지 견디며...
 
한겨울 설악산도 오를정도로 형과 저는 정말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604_1432344783_2.jpg
 
2013년12월28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그런데...그렇게 힘든 항암치료가...
 
끝도없이 이어지니...결국 형도..몸과 마음도..지쳤나 봅니다.
 
2014년 3월...더이상 형은 항암치료를 견디지못하고..
 
말기암병동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한부 6개월은..어느덧...20개월을 넘겼지만...
 
말기암 병동에서의 생활은... 정말 미칠것만 같은 시간의 연속이였습니다.
 
암덩이에 장기가 눌러붙은 형은...무려 4개월 동안 물모금 먹을수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말기암병동에서 매일...전 죽음을 목격하고..그것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제눈앞에서 죽어가는 형을...지켜본다는것이...
 
너무나 괴로워 엎드려 미친듯이 울어도 봤습니다...
 
제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제게 이런 지옥과 같은 시간을 주시느냐고...
 
더욱더 저를 힘들게 한것은...그동안 생기지도 않았던..새 생명이..아내에게 찾아온것입니다.
 
형은 말기암 병동에서 죽어갔지만..아내는 점점 배가불러와 출산에 가까워졌던 거였죠..
 
부모님은 차마 자식이 눈앞에서 죽어가는걸 볼수없어서..멀리서 울고만 계셨고..
 
형수님과 조카는 형이 떠난후 생활고 걱정에 생업에 매달리니..
 
간병은 제몫이였습니다...
 
제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것은..
 
제 아들녀석의 기저귀 보다...형의 기저귀를 먼저 갈아줬어야  했던 현실이....
 
형을 목욕시키며.... 너무나 망가져버린 그 몸을 보고...눈물을 삼키며 아무렇지 않은듯...해야만 했던...
 
그리고..매일 새벽...병실에서 죽음에 임박한 다른 환자분들과 가족들의 두려움속의 울부짖음..
 
그시간들이 4개월이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2014년 7월5일..새벽.. 형은 제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의식을 잃었습니다.
 
 
동생아...
 
사랑하는 내 동생아... 아프거나..다치지마.....
 
그리고 ..나 때문에 울지마...
 
덕분에 난 세상 재밋게 놀다가 먼저 간다...
 
내가 먼저가서 좋은집 짖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이제부터...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다가 오렴...
 
이 모든것이..내 운명이니...난 받아들이고 있으니..
 
나는 행복하단다..

그말을 남기고...형은 의식을 잃었습니다...
 
눈동자와 혀는 말라붙어갔고.. 산소줄에 콧등은 차갑게 얼어갔니다.
 
아버지께서 급하게 오셨고...
 
어머니는 차마...자식이 죽는것을 지켜볼수 없어서...병원에 오시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계셨습니다.
 
호흡이 끊어지길...몇번...병원 담당 교수님이... 환자분이 무언가 미련이 남았으니...
 
빨리 그것을 찾으라고 하십니다... 형이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저는 단번에 형이 어머니를 찾는다는것을 알수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습니다....
 
스피커 폰을 통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아들아.....
 
내 자식으로 태어나 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두려워 말고..먼저가 있어...
 
엄마 곧 갈께......사랑한다...아들아...
 
그리고..엄마가 미안해....엄마가 미안해...

 
그말을 마지막으로...형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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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떠나고..그동안 참고있던...슬픔이...
 
그리고..허무함이....몇일동안 잠도 들지않고 전 울었습니다..

형이 떠나고...주변에 정리할 틈도 없이....
 
아내는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7월18일..제게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정말 정신이 없는 시간들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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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기쁜데.. 그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는걸 알았습니다...
 
2주간 산부인과 생활 접고... 퇴원하던날...
 
아들은 BCG접종을 하며..울더군요...
 
그 울음소리가.... 형의 마지막 신음소리와 너무나 비슷해 그 생각에 눈물을 흘리니..
 
주변에선 남자가 별시럽다는듯 처다보더군요...
 
우리 아들은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조금씩 흐르며... 가슴 한곳에는 여전히 형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데...
 
제 아들 녀석이...점점 저를 위로하는게 느껴 지더군요...
 
가끔 형이 너무나 그리워..홀로 눈물 흘리면.. 덩달아 울며...제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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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픈 기억들은 어느덧..점점 행복한 기억들로 체워지고...
 
아버지 어머니도..어느덧...제 아들을 보며 점점 웃음이 많이지더니..
 
이제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보니...행복한 시간들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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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무리 부모가 되었다고 한들....
 
아버지 어머니가 지난 시절 형이 떠난 그 아픔을 이해하진 못하겠죠...

지난밤...어머니가 오랫만에 형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형이 떠나고...세상살기 두려웠는데...
 
제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 줘서....그후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해서 잊고있었다고..
 
그리고...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이죠...
 
저도..아내에게 이야기 합니다..
 
제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저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고...
 
그렇기에..지금 제 아들은 정말 하늘에서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것을....
 
 
추신 : 인터넷에서 가끔 암걸리겠다는 이야기 하죠....? 이걸 겪어본 제 입장에선...그런 이야기 들으면 아직도 손이 떨린답니다..
주변에 가슴아픈 사람들은 많습니다... 다만...저 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고..묻어두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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