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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딸램의 첫 등산
게시물ID : baby_13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탈저사냥꾼
추천 : 5
조회수 : 78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3/23 16: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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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딸아이가 등산이라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힘들걸 각오하고 관악산 등반을 도전 했다.

관악산 코스중에서 가장 무난한 코스라는 서울대 공대에서 연주사를 찍고 내려오는 코스로 등반을 시작.

처음엔 씩씩하게 등반을 시작한 딸램 이지만 폭포기점을 지나면서 껄떡 고개 중반쯤 부터 
슬슬 많이 힘들었는지 내려 가고 싶어하는 눈치를 보이던 녀석.

그러나 돌 위에서 쉬고 있는 딸아이를 본 다른 등반객들이 지나갈 때마다
"어른도 힘든길을 용케 여기까지 올라왔다"며 건네는 칭찬과 격려에 
다시 올라갈 기운이 났는지 꾹 참고 정상까지 등반 완료를 했다. 

탁 트인 산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는 전경은 과연 딸아이도 좋은 감흥이 되었는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주사와 정상을 두어번 왔다갔다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하산을 시작. 

원래 등반은 힘들어도 하산은 좀더 수월한게 당연하지만 울 딸은 나이가 어려 키가 작아 하산이 쉽지 많은 않았다. 
오히려 올라갈 때 보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넘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해 보이는 하산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려오는 길 내내 내가 팔을 잡아주고 좀 낙차가 있는 바위를 밟아야 할 때면 
번쩍 안아서 옮겨다 주는 식으로 내려왔는데 한별이의 한 마디가 가슴을 울려 내 눈을 핑 돌게 한다.

"사랑 받는 기분이야"

가파른 산길을 내릴 때 오롯이 엄마에게 몸을 의지하고 있던 아이가 느꼈던 그 순간의
온전히 보호받는 느낌이 절로 감탄사가 되어 터져나온 그 한마디가 날 진심으로 감동시킨 것이다.


이대로 끝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려오는 길에 너무 좋아진 기분을 주체 못한 딸아이는 하산하는 어른과 부딪혀 굴러 떨어질 뻔한 순간이 있었다.
너무나 위험했던 순간 나도 모르게 한별이에게 화를 참지 못해 야단을 치고 말아 결국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해 마음이 괴로웠다. 

아이의 눈물을 겨우 추스리고 묵묵히 하산을 하던 중 기분이 영 나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딸아이에게 기분이 어떻게 해야 좋아질까.. 물어보는 내게
좀처럼 슬픈 마음이 가시지 않던 딸아이의 울먹이는 한마디가 날 또 한번 울게 만든다.

"오늘은 정말 엄마한테 한번도 안혼나는 쉬는 날이 되고 싶었는데 혼나서 너무 슬퍼."

그제서야 마지막 순간을 참지 못한 내가 그날 하루의 아이의 모든 즐거웠을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수십번을 사과해도 이미 아이의 첫 등산 기억은 즐거웠던 기억 보다는 엄마에게 결국 혼나고 만 망쳐버린 휴일이 되고 말았겠지.

넌 분명 십분전 까지만 해도 엄마에게 온몸으로 사랑받는다고 느끼며 즐겁게 산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미안하다. 엄마가 너무 미안하고 잘못했어.
넌 아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고 위험을 인지하는게 느릴수도 있는건데.
다음번 등산엔 꼭 아빠와 함께 가서 좋은 추억만 남기고 올 수 있도록 하자.
엄마와 아빠가 더욱 노력할게.

사랑한다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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