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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니 생각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
게시물ID : baby_153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입구온도
추천 : 11
조회수 : 683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7/16 10:05:37
어릴때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산다는걸 

10살도 안되서 알게 되었다

아빠는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고

엄마도 일하러 갔고

나는 10살도 안된 나이에 오전반을 마치고 집에 오면 

열쇠로 집을 열어서 들어갔고
 
엄마가 챙겨놓은 밥상으로 밥을 먹고 

과자값으로 올려놓은 백원으로 과자를 사먹거나 오락실에 갔다


어릴때 우리집이 가난하다고 기가죽거나 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때는 학원 한군데 못갔지만 공부도 잘했고 (절반은 반에서 1등함!!)

엄마는 학교에 한번 안오면서 선생님에게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사고를 쳐서 불려오신적은 있다....ㅠㅠ




 아빠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새벽에 나가서 밤에 오시고, 

그당시는 주6일인데 토요일 오후는 원래 쉬지만

사실상 수당받는 받고 늦게 오는 날이고 

일요일에도 나가는 날이 많았고

가끔 집에 계셔도 어릴때는 무섭다가

좀 커서는 답답하다가

좀 더 커서는 돌아가셨다

평생 일만하시다가 은퇴를 얼마 남겨 두지않고....




그리고 안 그래도 가난한 우리집은 더 가난해졌다 

그 당시 누나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었다

남들에 비해 신기할정도로 짧은 기간에 합격했다

나는 취직이 안되서 대학원에 가게 되었고

석사학위를 따고는 내 기준에 놀라울 정도로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놀라울 정도로 일찍 마치는 회사이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딸이 생겼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 연구소에서 지방 사업부로 몇달 파견을 가게 되었다

원래 지방 사업부는 바쁜데 나의 프로젝트는 더 바쁘다

파견전 연구소에서 주말 출근은 1년에 두세번, 야근은 한달에 한두번

그런 회사인데 분명 같은 회사인데

요즘은 9시에 마치면 즐겁고

지난달에는 한달에 2번 쉬었다



야근과 특근 수당으로 월급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왔다

눈에 넣어도 안아픈 녀석이 더 비싼 분유를 먹고, 

더 비싼 기저귀를 찰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좀 덜 힘든다

그래도 지금 이상황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이 넣어도 안 아픈 녀석이랑 좀 더 눈을 마주치고

좀 더 안아주고

좀 더 목소리 들려주고 (아직 말은 안통하니까...)

그러고 싶다



아들이랑 대화도 많이 못하고

그냥 고생만 하다가 가신 우리 아빠도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녀석이라서 그렇게 고생하셨겠지

나도 그런 아빠가 될수 있을것 같아서 같다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어서 요즘은 조금 덜 생각났는데

몇달전 나도 아빠가 되고나니 아빠 생각이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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