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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44일째
게시물ID : baby_18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픈다람쥐
추천 : 22
조회수 : 3442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7/03/25 00:15:08
몇일간 아이가 아파서 일기를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녁 잘먹고 아이가 배가 아프다하여 배를 문질러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먹은걸 다토해냈습니다.

구역질을 멈추지 못하기에 저도 아이도 너무 놀라서
늦은 시간 하는 병원 찾아 들어가니
병원 프론트에서도 한참을 토했습니다.

처음간 병원이다보니 접수할때 아이 주민번호를 몰라서 한참 헤메었습니다.
아이의 주민번호도 꼭 외워두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선 장염끼가 있는것 같다고 하셔서 다행이 약을 먹고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제게 있었습니다.
아이 저녁때 내놓은 연어통조림이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아이먹고 남긴것을 다음날 점심때 제가 라면과 같이 먹고는 
아이와 같은 증상을 격었습니다.

얼마전 참치보다 좋다기에 사온 통조림이었기에 유통기한 문제는 아닐것 같고
그냥 연어통조림에 저와 딸이 안맞는것 같습니다.

아이의 체질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큽니다.

오늘은 아이를 혼자키운지 44일째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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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넘어 어린이집에 아이를 출근시키고 
집으로 들어온다.

초인종소리가 들려 인터폰을 보니 우체부 아저씨다.
요즘은 우체부 아저씨가 반갑지가 않다.

우체부 아저씨가 왔다는건 과태료 딱지가 날라왔거나 이혼소송 관련된것일테니 말이다.

역시나 아저씨는 내이름을 묻고 법원에서 날라온 문서를 안겨주신다.
아내의 소송장이 또왔다.

소송이 완료되기 전에 아이를 볼수있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이다.
처음 일주일은 아이를 보고싶다 그리도 말하던 사람이 
한참 소식도 없더니
갑자기 이런것을 내게 보네준다.

차라리 양육권에대한 가처분을 신청하던지
고작 면접권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다니.

잠안깬 아이를 맡기고 남자 만나러 나간 여자이거늘
그녀의 모정 조차도 그정도임에 또한번 가슴이 무너진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져다 준다.
그리고 빠른 처리를 재촉한다.

이제 화를 내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건만
아물지 않은 상처가 벌어져 또 아프다.

집에 돌아와서 밤에먹는 정신과 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곤 거실에 누워 배를 움켜쥐고 울었다.
아이가 돌아오기전에 다울어야 했으니까..
꺼억꺼억 거리며 울었다.

의사선생님이 배우자의 외도는 교통사고와 같은것이라고 했다.
내가 운전을 잘해도 교통사고는 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서로 부족한점 보완해주며 사는것이 부부이거늘
결혼의 서약을 나눴건만...
어찌되었든 외도를 할사람은 외도를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자책하지 말라하셨다.

하지만 아내의 말대로 외도를 저지른 이유가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딸에게 엄마라는 빈자리를 만들어준것이 미안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자리를 매울순 없을테니까..

그리곤 언제쯤인지 모르게 잠들었던것 같다.
눈을 떠보니 벌써 5시가 되어간다. 

비몽사몽 아이를 데리러 간다.

아빠를 보고 달려오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빠 다시 힘내본다'''

아이가 아직 속이 안좋아서 흰죽에 소고기 장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아이와 쇼파에 누워 동화책을 읽어줬다.
아이가 내 엉덩이 쪽에 매달려 있었는데
갑자기 방귀가 피식하고 나온다.
소리가 안났으니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 얼굴이 확 바뀌더니
'아빠 똥누고와 ~~ 빨리가서 똥누고와 냄새~~~'

아이의 표현에 나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알았어 아빠 똥누고 올게 잠깐 티비보고 있어'

라고 말하고 배란다로 가서 창밖을 본다..

아이가 커간다. 점점 표현하는 단어의 가짓수가 많아지고 상황에 맞는 말을 한다.
언제 이렇게 컸나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8시즈음 넘었을때 또 초인종이 울린다.

20년 지기 친구녀석이다.
분명 친구들에게는 내가 이런 상황인걸 알리지 않았다.
이시간에 찾아올 놈이 아니다.
어디선가 무슨이야기를 듣고 온듯 하다.

왠일이냐고 물으니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 한다.
아이는 티비를 보고 
나와 친구는 아무말 없이 한참을 소파에 앉아있었다.
친구는 아무것도 묻질 않는다.
나도 아무말도 하질 않는다.

9시가 좀 넘자 친구가 일어난다.
'얼굴 봤으니까 이제갈게'
친구를 배웅한다.

친구들에게 항상 내겐 과분한 여자를 만났다고 자랑 하고 다녔었다.
그런 나였기에 친구에게 털어놓을수가 없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다알고 있는 듯한 친구에게 그냥 '고맙다' 라고 말했다.
친구는 '힘내라' 한마디 하고 승강기에 타고 사라진다.

서둘러 아이를 재운다.
오늘은 아내의 사전처분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곤 일기를 쓴다. 오늘은 나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날이기에 최대한 길게 써본다.
어차피 낮에 한참을 잤기에 잠도 오질 않는다.

약을 오남용 하면 안되니 오늘은 아마 뜬눈으로 밤을 샐듯 하다. 

핑개삼아 오늘은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되는지 밤새워 확인해야 겠다.

내일은 조금더 웃는 일들로 가득하길 빈다.

~~사진은 아빠의 방귀냄세에 격한반응을 보이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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